중국 노나라에 한 총각 선비가 살았습니다. 비바람이 심하게 몰아치던 어느 날 밤, 옆집 지붕이 폭풍으로 그만 날아가 버렸습니다. 그 집에는 젊은 처녀가 홀로 살았는데, 지붕이 날아갔으니 어쩌겠어요? 할 수 없이 총각 선비네 집 대문을 두드렸습니다. 아침까지만 재워달라고 말이죠. 그러나 아무리 문을 두드려도 총각은 문을 열어주지 않았어요. 총각의 말은 “젊은 남녀가 한밤중에 어찌 한방에서 지낼 수 있겠냐?”는 것이었어요.
그러자 처녀는 “아니, 무슨 말씀이세요? 옛날에 유하혜라는 선비는 극심한 추위에 몸이 꽁꽁 얼어 있는 어느 여인을 안고서 자신의 체온으로 그녀를 녹여 소생시켰다는 걸 알고 계시잖아요. 그렇게 했어도 사람들은 그분을 칭찬했으면 했지, 어느 한 사람도 그분을 음란하다고 하지 않았잖아요.”라고 절규했습니다. 훗날, 공자가 이 얘기를 전해 듣고는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그 총각 선비는 유하혜의 정신을 터득했구나. 유하혜는 여인을 안아도 범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으니까 그렇게 했지만, 그 총각 선비는 여인과 한방에 있으면 도저히 자신의 욕정을 참을 수 없을 것 같으니까 거절한 것이지. 그러니 두 사람 모두가 자기 자신을 잘 알고 행동한 것이네.” 공자의 이 한마디를 접하고 나서야 그 총각 선비의 행위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를 마음속으로 비난했던 제가 부끄럽기까지 했습니다.
어떤 사건이나 상황을 판단할 때 나도 모르게 ‘나만의 기준’으로 그 상황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쉽습니다. 그러니 ‘나’의 기준이 아니라 ‘상대’의 기준이나 관점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때 농구 천재라고 불리던 마이클 조던이 <시카고 불스>라는 팀에 있었을 때 일화입니다. 당시는 모든 언론이 마이클 조던을 최고의 농구 스타로 인정하고 있었죠. 그런데 정작 최고 스타이던 조던은 ‘시카고 불스가 우승하려면 팀이 [조던 왕국]이란 이미지가 깨져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해요. 참 겸손한 생각이죠? 자기 혼자만 농구 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당시 팀에는 피펜이란 선수가 있었는데요. 어느 날, 조던은 피펜에게 “우리 둘 중에서 누가 3점 슛을 더 잘 넣을까?”라고 물었답니다. 피펜은 “당연히 조던 당신이지!”라고 하니까, 조던은 “아냐, 당신이야!”라며 그를 치켜세웠습니다. 사실 당시에 조던의 3점 슛 성공률은 28.6%이었고, 피펜은 26.4%였는데도 말입니다.
그러나 조던은 이렇게 말을 이어갔습니다. “당신이 덩크슛을 넣을 때는 양손을 사용하지만, 나는 주로 오른손만 사용하지. 그러니 당신 슛 동작이 더 안정적이지 않겠어?”
조던의 이런 배려 덕에 1991년 6월, 미 프로농구 최종결승전에서 피펜은 혼자 33점을 득점함으로써 30점을 기록한 조던을 앞질렀고, 팀은 우승했습니다. 서로의 다름을 서로의 장점으로 인식함으로써 동료를 응원하고 팀을 살려내는 지혜가 마이클 조던에게 있었고, 이것이 그의 큰 장점일 겁니다.
유하혜가 꽁꽁 언 여인을 자신의 체온으로 녹여준 행위나 젊은 선비가 폭풍우 속에 지붕이 날아가 버린 옆집 처녀를 방으로 불러들이지 않은 행위 모두는 ‘여인을 욕되게 해선 안 된다’는 본질적인 기준을 잘 지킨 태도였습니다.
이렇게 삶의 본질을 꿰뚫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자신만의 기준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상대의 기준에서 자신과 세상을 바라보는 여유를 갖고 살아갑니다. 이런 여유가 마이클 조던처럼 팀 전체를 위한 것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알고, 동료들을 진심으로 격려할 수 있을 겁니다.
진정 나를 위한 삶은 곧 너를 위한 삶과 일치할 수 있다는 큰 깨달음을 가슴에 담고 오늘 하루도 행복한 발걸음을 떼어보겠습니다.
Eco-Times 최원영 전문위원 wychoi1956@hanmail.net (인하대학교 프런티어 학부대학 겸임교수.행정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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