雪눈 설 上윗 상 加더할 가 霜서리 상
설상가상(雪上加霜)은 ‘눈 위에 서리가 내려 쌓인다’는 뜻이다. 불운한 일만 거듭해 발생함을 비유한 사자성어이다.
유승우가 노래한 ‘거짓말이네’ (작사·룬디 블루스, 헨 작곡·룬디 블루스)에서 설상가상의 적절한 예를 탐색해보자. 노랫말 도입부에서 화자는 세상을 향해 불평불만을 늘어놓는다. 자신에게 ‘늘어나는’ 것은 전화 ‘번호들’과 ‘카드들’이다.
이와 반대로 ‘줄어드는’ 것은 ‘친구들’과 예금통장에 찍혀있는 ‘잔고들’뿐이다. 심지어 전화도 ‘울리지도’ 않으며 ‘돈’도 ‘모이지도’ 않는다. 따라서 화자에게 ‘이 세상은’ 마음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다고 울상을 짓는다. 더 나아가 화자 주변 친구들과 지인들은 상심에 빠져있는 화자를 ‘거짓말’로 조롱한다:
‘전부 거짓말이네/너네 다 연애 안한다매/근데 왜 나만 지키고 있는데/이 바보 같은 약속을/전부 거짓말이네/서른부터 시작이라매/시작은커녕 준비도 못했는데/모두가 나에게 어른이라 부르네’.
‘경치고 포도청에 간다’는 우리말 속담처럼 화자에게 또 늘어나는 가혹한 형벌은 ‘한숨들’뿐이다. 하루하루 한숨을 내쉰다는 것은 일이 뜻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음을 방증한다. 따라서 파안대소 ‘웃음들’은 당연히 줄어들고 지옥 같은 삶이 이어진다.
이뿐만이 아니다. 화자의 얼굴 ‘표정들’은 갈수록 점점 사라져간다. 대체로 무표정은 실의와 번뇌의 상징이자 암울한 인생의 은유이다. 사실 화자에게도 삶의 전성기와 황금기가 있지 않았겠는가. 그러나 화자는 이것을 ‘지나가는 내 리즈 시절’이라고 씁쓸히 언급한다.
‘순수함’으로 무장하고 삶을 살아온 시간도 이제 저 멀리 떠나갔다. 그 ‘시간들’은 이제 영영 자신의 곁으로 돌아오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화자가 바라보는 세상은 조금도 ‘뜻대로 되는 게’ 없는 설상가상의 공간인 셈이다.
유리 상자가 노래한 ‘문제아’ (작사·곡 김형석)에서도 설상가상의 예를 찾아볼 수 있다. 가사의 출발은 화자가 자신을 ‘처음부터’ 온통 ‘모순 투성’이었다고 고백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어떠한 일을 시도해도 번번이 성취되는 것이 없는 실패로 귀결된다:
‘무얼/하나/잘 할래도/되는 게 없어’.
또한 좌절할 때마다 화자는 스스로를 미워하며 자기연민을 넘어 심지어 자기 증오에 빠지기까지 한다. 그래서 자기 증오의 생각을 확 바꿔 보려하지만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설상가상으로 너무나 멋진 ‘좋은 친구’와 아름다운 ‘예쁜 사랑’을 전부 다 갖고 싶은 소망의 꿈도 꾸어보지만 이내 물거품이 될 뿐이다. 그 이유는 세상 사람들이 모두 화자를 ‘문제아’로 낙인찍고 철저히 그를 외면하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하면 화자 자신은 무엇이든지 ‘다른 사람처럼 잘 할 수’ 있는 굳건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차가운 냉대와 외면이 화자로 하여금 심리적 위축과 압박감으로 작용하여 만사를 ‘어렵게’ 만들게 한다.
여기서 화자는 다시 한 번 자기 증오를 재확인하면서 자신의 ‘어쩔 수’ 없는 슬픈 운명에 고개를 떨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화자는 종종 외로움에 몸부림친다. 이러한 절대 고독에 휩싸일 때조차도 ‘문제아’인 자신은 숨을 죽이며 울곤 한다. 그 이유는 화자를 잘 알지 못한 채 이해하려 하지 않는 남들의 따가운 시선을 화자가 의식함으로써 두려운 공포감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곡명 ‘거짓말이네’와 ‘문제아’에 등장하는 화자의 경우처럼 인생을 살다 보면 난처한 일이나 불운한 일이 거듭해서 일어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왜 나에게만 시련과 굴곡진 삶 그리고 숱한 역경이 계속 발생하는지 원망할 때가 있다. 이럴 때 누구를 탓할 것인가. 모두 다 내 탓이다.
주식이나 코인 그리고 부동산 경기는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는 주기가 있다. 따라서 인생도 설상가상의 매우 곤란한 경우도 있겠지만 연거푸 생기는 행복인 명야복야(命也福也)의 상황도 도래할 수 있다.
현재 직면한 상황이 매우 어렵고 힘든 설상가상의 순간이라 하더라도 언젠가는 그 반대의 경우가 꼭 온다. 매사 긍정의 정신으로 살다 보면 쨍하고 해 뜰 날이 반드시 찾아오기 마련이다.
생태환경뉴스 Eco-Times / 홈페이지: eenews.kr Eco-Times 고재경 전문위원 (배화여대 명예교수/영문학 박사.작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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