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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의 책갈피 (23)] - 천하의 미인은 누구일까? -

Eco-Times | 기사입력 2024/03/28 [08:44]

[최원영의 책갈피 (23)] - 천하의 미인은 누구일까? -

Eco-Times | 입력 : 2024/03/28 [08:44]

 

 

 

 

민들레꽃은 장미꽃으로 살 수는 없습니다. 민들레는 민들레로 살아야 민들레답게 사는 겁니다. 민들레가 장미로 살아야 행복한 게 아니라 민들레답게 사는 것이 행복할 겁니다.

 

사람도 같습니다. 나다운 나로 살아야 행복할 수 있습니다. 나다운 나로 살려면 ‘나’를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내가 무엇이 부족한지를 알아야 새로운 것을 배우게 되고, 그것이 나를 성장시킵니다. 이런 태도로 사는 것이 나다운 나로 살아가는 방법입니다. 그런데 의외로 남을 흉내 내는 것으로 행복을 찾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마치 민들레가 장미의 삶을 흉내 내는 것처럼 말입니다.

 

중국의 3대 미인 중 한 사람인 서시는 가슴에 병이 있어 걸어 다닐 때면 늘 찡그린 모습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워낙 미인이어서 찡그리고 있어도 그 아름다운 자태는 수많은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어느 날, 아주 못생긴 동시라는 처녀의 눈에 서시가 걸어오고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서시의 너무도 아름다운 모습에 동시는 정신을 잃을 정도였습니다. 자세히 보니까 서시는 걸을 때마다 한 손을 가슴에 얹고 눈썹을 살짝 찡그린 채로 걷는 게 아닌가요.

 

이를 본 동시는 서시가 왜 그토록 아름다운 자태를 지녔는지 그 비밀을 알았다는 생각에 매우 기뻤습니다. 걸을 때 서시처럼 자신도 한 손을 가슴에 얹고 눈썹을 살짝 찡그리면 아름다운 여인으로 보일 것이라고 굳게 믿었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걸었습니다. 그런데 그녀에게 돌아온 반응은 사람들이 서시에게 보인 반응과는 정반대였습니다. 동시가 저만치서 걸어오고 있는 게 보이면 사람들은 아예 그녀를 피해버리곤 했으니까요.

 

「장자」에 나오는 이 이야기는 ‘동시효빈(東施效顰)’이라는 사자성어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동시가 서시의 찡그리는 것을 따라 한다는 뜻으로, 타인의 삶을 흉내 내며 거짓된 삶을 사는 사람들을 꾸짖는 말로 쓰입니다.

 

장자에 따르면, 모든 가치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며 다음의 예를 들고 있습니다.

 

“사람이 습한 데서 자면 허리 병으로 반신불수가 되어 죽게 되지만, 미꾸라지도 그렇던가? 사람이 나무 위에 있으면 벌벌 떨지만, 원숭이도 그렇던가? 셋 가운데 누가 바른 거처를 알고 있는 것인가?”

 

“암컷 원숭이는 수컷 원숭이를 짝으로 하고, 고라니는 사슴과 교배하고, 미꾸라지는 물고기와 함께 헤엄친다. 모장과 여희는 세상 사람들이 미인이라고 칭송하지만, 그들을 보면 물고기는 물속 깊이 달아나고, 새는 하늘 높이 날아오르며, 순록과 사슴은 결사적으로 달아나지. 넷 가운데 누가 천하의 미인을 아는 것인가?”

 

어떤 하나의 가치만이 옳다고 믿어버리는 순간 그 가치와 전혀 다른 가치들은 배척해야 할 대상이 되어버립니다. 장자는 이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가치만이 우월한 것은 아니라고요. 우리가 위험하다고 여기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안전한 것이 되기도 하고, 우리가 쓸모 있다고 여긴 것이 누군가에게는 쓸모없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나는 나답게 살면 되고, 너는 너답게 살면 됩니다. 나와 너는 비교의 대상이 될 수 없으니까요.

 

장자가 던진 ‘누가 천하의 미인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가장 멋진 답은 바로 ‘나!’라는 것입니다. 아니, ‘나이어야 한다’는 것이 더 적절할 겁니다. 이런 생각이 바탕에 깔리면 ‘너도 그렇다’라는 생각으로 이어집니다. 이때 비로소 서로가 서로를 소중히 여기게 될 겁니다.

 

크든 작든 모든 꽃은 아름답습니다. 그래서 질투하거나 다투지 않습니다. 제 모습 그대로 살아가는 것이지요. 사람도 같습니다. 그 어떤 사람도 소중하지 않은 사람은 없습니다. 민들레는 민들레이어서 아름답고 장미는 장미이기에 아름다운 것처럼 ‘나’도 나여서 소중하고 ‘너’도 너여서 참으로 소중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세상을 밝게 만들어줄 겁니다.

 

 

생태환경뉴스 Eco-Times  / 홈페이지: eenews.kr

Eco-Times 최원영 전문위원 wychoi1956@hanmail.net

              (인하대학교 프런티어 학부대학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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