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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성의 세계여행(19)] - 7대 불가사의 페루 나스카 지상화 -

-외계인이 그렸다는 지상화
-고온건조한 기후 자연 미이라 많이 발굴
-안데스 산맥 만년설 녹은 물 끌어 생활.농업용수 사용

Eco-Times | 기사입력 2024/04/01 [18:04]

[한용성의 세계여행(19)] - 7대 불가사의 페루 나스카 지상화 -

-외계인이 그렸다는 지상화
-고온건조한 기후 자연 미이라 많이 발굴
-안데스 산맥 만년설 녹은 물 끌어 생활.농업용수 사용

Eco-Times | 입력 : 2024/04/01 [18:04]

 

 

페루 이까 마을의 우와까치나 오아시스에서 버기카를 탄 후유증인지 하루가 지났음에도 모래가 때린 얼굴이 얼얼하고 입안에서는 아직 모래가 씹히는 듯하다. 외계인이 그렸다는 나스카 지상화(Giant Picture)에 대한 평가는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외국 대학생들의 의견이 극과 극을 달려 약간의 망설임 끝에 언제 또 오겠나 싶어 그냥 가보기로 하였다. 

 

  

이까 우와까치나 오아시스

사방이 모래사막인데 어디서 저렇게 맑은 물이 나와 호수를 만드는지 조물주의 재주는 대단한 것 같다. 끝이 보이지 않는 사막을 부기카로 원 없이 돌아다니며 가파른 언덕에서 뒤집힐 뻔한 스릴도 맛보았고 급경사에서 샌드보드를 타다 뒤집혀 모래에 쳐박혀도 봤다. 그래도 마냥 신나는 하루였다. 

 

게다가 잉카 제국의 배꼽이라는 쿠스코를 가려면 이곳을 지나기에 잠깐 들려 경비행기 투어라도 할 요량으로 조금은 억지로 떠나는 길이라서 여느 때처럼 신이 나지는 않는다.  

 

이까에서 140km 떨어진 나스까는 버스로 2시간 반정도를 달리면 되는 짧은 거리이지만 무조건 우등버스를 탄다. 나 같은 배낭족에게 남미에서의 이동수단은 주로 버스이고 장시간 이동이라 우등버스를 타고 편하게 자면서 다녀야 체력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 

 

또한 일반버스와 약간의 가격 차이가 있음에도 현지인들이 많이 이용하지 않기에 귀에 거슬리는 발음의 스페인어로 쉴 새 없이 떠드는 어른들의 소음과 애들의 울음소리로부터 해방되어 숙면을 취할 수 있다. 

 

이까에서 나스까 가는 길은 황량한 황무지에 잘 닦인 도로를 생각없이 달리면 되는데 가끔 나타나는 마을은 페루의 현실을 그대로 나타내는 듯 없어도 너무 없어 보인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높은 산에 만년설이 없어 의아해했는데 안데스 산맥군이 아니란다. 산도 나무가 거의 없는 민둥산으로 황량함에 힘을 보탠다. 

 

잠깐 사이에 도착한 나스까는 이 지역 농산물 집합지로, 관광지로서 지금까지 스친 마을보다는  살짝 마을다운 모습은 갖추었지만 걸어서 30분 정도면 돌아볼 정도로 아담스럽다.

 

“Hey Mr. Hotel, Nasca Fly!” 

 

버스에서 내리자 마자 여러 명의 삐끼들이 카탈로그를 들이대며 달려든다. 겨우 물리치고 예약하였던 터미널 근처의 호텔로 끌낭(끌기도 하고 어깨에 멜 수도 있는 겸용 배낭)을 메고 가는 중에도 차를 세우고 호객행위를 하는 택시 기사도 여럿 만났다. 

 

오전 시간임에도 친절하게 방을 내주는 호탕 뚱뚱 주인 아지매 카렌(Mrs. Karen)에게 밀린 빨래를 맡기고 카렌 아지매의 협조를 받아 이틀간 나스까 여행 계획을 확정하였다. 

 

오후에는 바람이 강해 나스까 경비행기 투어는 이른 아침에 하는 것으로 하고 오늘은 오후시간을 이용하여 미이라를 볼 수 있는 차우치야 묘지(Cemeterio de Chauchilla)를 다녀오기로 하였다. 카렌 아지매의 도움으로 모든 일정의 예약이 한순간에 해결되어 가벼운 마음으로 아점도 먹을 겸 동네 마실을 나왔다. 

 

스페인이 정복하였던 남미의 모든 도심에 자리 잡은 아르마스 광장(Plaza de Armas de Nazca)도 마을 규모에 맞게 작지만 깨끗하게 조성되어 있고 광장 한쪽으로는 두 개의 탑에 십자가가 세워진 예쁜 성당이 위치해 있다. 근처 카렌 아지매가 알려준 중국식당을 찾아 볶음밥과 춘권(군만두 종류)으로 며칠 동안 페루음식의 느끼함을 씻어낸다. 

 

[차우치야 묘지(Cemeterio de Chauchilla)]

   

차우치야 무덤 

엉성하게 만들어진 12개의 나무 지붕 아래에 미이라, 해골 뼈가 가지런히 놓여져 있다.

                     

 

“Mr. Han! Wake up and Hurry up.”

 

카렌 아지매의 우렁찬 호출에 꿈까지 꾸며 즐기던 낮잠에서 깨어 1층으로 내려가니 가이드 루이스(Mr. Luis)와 미니 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루이스가 약속한 시간보다 30분 정도 일찍 왔으니 천천히 내려와도 된다고 카렌에게 이야기 하였다던데 . . .  

 

아직 잠에 취해 어벙벙해하는 내게 미안하였던지 카렌 아지매가 시원한 맥주를 주며 더듬거리는 영어로 지금 갈 무덤에 대한 설명으로 슬쩍 자신의 실수를 덮으려 하는 모습이 귀여워 보인다. 로비에서 카렌 아지매, 가이드 루이스와 수다를 떨며 시간 죽이기를 하는 동안 일본 여성 2명과 핀란드 대학생이 합류하여 나 포함 4명이 한 팀이 되어 차우치야 묘지(Cemeterio de Chauchilla)로 향한다.

 

나스카 시내에서 빠져나오자마자 시작되는 너른 황무지와 멀리 보이는 멋대가리 없는 민둥산은 이곳에 오면서 지겹도록 본 풍경이라 식상도 하고 서로가 초면이라 어색한 분위기의 침묵에서 벗어나려 눈을 감고 있었는데 어느새 잠이 들었는지 문 옆에 앉은 내 어깨를 누군가가 손가락으로 톡톡 친다. 

 

나를 깨우는 모습을 보니 일본 여성들이 부끄럼을 많이 탄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남미 여행 중 거쳤던 게스트 하우스에서 예의 바르고 자기 주변 정리를 깔끔하게 하여 민폐 제로인 것으로는 일본여성이 세계 최강이다. 

 

미니 버스에서 내리니 한 여름 오후 성난 해에서 쏘아대는 레이저는 눈이 멀 정도로 강렬하고 가끔씩 불어오는 모자를 날릴 정도의 강한 바람은 모래를 동반하여 안경을 쓰지 않은 사람들의 눈을 노린다. 허술하게 지은 매표소에서 잠시 대기하였다가 루이스의 안내로 무덤을 향한다. 

 

여기 저기 뚝뚝 떨어져 엉성하게 지붕만 얹은 집(?)을 향하여 가는데 지금도 땅만 파면 무덤이 곳곳에서 발굴된다며 길 옆으로 표시된 돌을 넘어가서는 안된다며 주위를 준다. 

 

지붕으로 가려진 지하무덤에는 앉아 있는 미이라, 해골, 각종 뼈들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는데 놀라운 것은 미이라의 머리카락과 그들이 입고 있던 옷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앉아 있는 미이라

임종이 임박하면 새 옷을 입혀 태양을 마주보게 하는 것은 죽음이 새로운 탄생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고 한다. 지금도 머리카락과 앵무새 깃털로 만든 겉옷은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허리가 많이 아프시겠는데. . . 

         

   차우치야 박물관에 전시된 미이라

몇 구의 미이라를 접하니 조금은 익숙해졌는데 그래도 꿈자리가 무서워 자기 전에 퇴마 기도(?)를 하였다. 

 

           

      그 당시 발견된 도자기로 지상화의 축소판 그림들이 그려져 있다. 

 

 

나스까 장례문화는 죽어가는 사람에게 앵무새 깃털로 짠 옷을 입혀 태양을 바라보게 앉혀서 죽음을 맞이하게 하였다고 한다. 죽음은 새로운 탄생을 의미하기에 엄마 배 안의 태아가 앉아 있던 자세로 묻었다고 한다. 

 

이곳에 미이라가 많은 발견되는 것은 세계에서 제일 건조한 이곳의 기후 영향으로 시신이 썩지 않고 자연스레 미이라가 되기 때문이란다. 이곳 역시 도굴꾼들에 의해 모든 것이 털린 뒤에 정부의 보호 관리가 시작되어 남아 있던 무덤 소장품은 미이라와 토기 정도로 시내 위치한 박물관에서도 볼 수 있다. 

 

사막의 따가운 햇빛과 뜨거운 바람을 맞으며 두서너 곳의 무덤 관람을 마치고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호텔로 돌아가자는 눈빛의 만장일치로 차로 돌아가는데 빤히 보이는 주차장까지의 길이 멀게만 느껴진다. 

 

“오늘 꿈자리가 사나울 것 같은데 각자 믿고 있는 신들께 기도해서 미이라 꿈은 꾸지 맙시다.”

 

쓸데없는 농 짓거리로 올 때의 어색한 분위기는 다소 누그러졌고 각기 다녔던 남미 국가에 대한 정보 공유를 활발히 할 때쯤 호텔에 도착하여 아쉬운 이별을 한다. 

 

더위에 지쳐 잠시 쉬었다 석양을 보려 호텔 옥상에 올랐는데 석양은 별볼일 없고 이미 해가 서산너머로 졌는데도 내 빨래가 그대로 널려 있다. 

 

‘우씨~ 이거 밤새 널어 놓으면 이슬에 젖어 냄새 날텐데. . .’

아르마스 광장 Twin Tower 성당의 십자가에 불이 켜지면서 곧 어둠이 찾아왔고 밤이 되니 마을이 더욱 작아 보인다. 

 

[나스까 경비행기 투어]

 

           

                 

      초소형 경비행기

5인승으로 마치 장난감 같아 엄청 쫄아서 탔는데 기장 제프리의 능숙한 운전 솜씨로 금세 안정을 찾았다.

 

경비행기 투어 예약을 하면 항공사에서 미니 버스로 호텔이나 게스트하우스를 돌며 자기 항공사 예약 손님을 태워 시내에서 10분 거리의 공항으로 데려가서 투어를 마친 뒤 제 자리에 데려다 주는 서비스까지 포함되어 있다. 

 

경비행기는 4인승에서 12인승으로 다양한 기종이 있어 당일 예약된 승객수에 맞추어 비행기 배정을 하는데 탑승객수가 맞지 않으면 타 항공사에게 손님 꾸어 주기를 하여 비행기 좌석을 비워서 띄우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다. 

 

옥상 야외 식당에서 카렌 아지매가 아침식사로 오물렛, 계란 후라이를 직접 요리하면서 경비행기 타면 멀미를 할 수 있으니 아침식사를 조금만 먹으라고 한다. 찌질함에 청개구리 기질까지 있는 나는 걱정 말라며 디저트 과일까지 양껏 먹고 여권과 카메라만 백팩에 넣고 픽업 온  미니 버스에 올랐다.

 

“Good morning, Mr. Han!” 아리따운 목소리가 들려 뒤를 보니 어제 무덤을 같이 다녀왔던 일본 여성들이 반갑게 인사를 한다. 처음 경비행기 타는 것이라 조금은 부담스러웠는데 아는 분들과 같이 한다는 생각에 안심도 되고 혹시 잘못되어 위로 올라 가더라도 두 여인과 함께 할 거니 외롭지는 않을 것 같다.

 

여느 공항처럼 여권과 짐 보안 검색을 하고 들어서니 서너 개 항공사가 손님 배정에 분주하다. 경비행기를 타려면 체중을 잰 뒤 무거운 사람은 조정석이 있는 앞쪽으로 가벼울수록 뒤쪽으로 배정을 한다는데 여성 3명과 같이 타는 나는 무조건 조정석 옆자리 당첨이다. 

 

다행스럽게 안개와 바람이 없어 기다리지 않고 즉시 활주로로 안내를 하는데 멀리 보이는 경비행기가 마치 애들 장난감 같다. 걱정스러워하는 내 마음을 읽었는지 자기를 ‘제프리(Mr. Jeffry)’라고 소개한 통통 귀요미 기장 제프리가 내 어깨를 치며 걱정 말라는 표정으로 얼른 자기 옆자리로 오르라고 내 등을 떠민다.

 

“잠깐. 네 열쇠 좀 줘봐. 제프리!” 

 

의아해하며 넘겨준 열쇠에 하회탈과 장고 열쇠고리를 걸어주며 ‘Good Luck’하며 약간의 뇌물을 먹였다.  

비행할 코스가 그려진 지도를 나누어 주며 짧은 설명과 더불어 멀미로 ‘토’ 할 때는 좌석 앞에 있는 비닐봉지를 사용하라며 헤드 세트를 쓰라는 지시를 내린다. 밖에서 문을 잠그자마자 망설임이 없이 활주로를 달려 하늘로 날아오른다. 

 

     

   경비행기 비행 코스 안내도

고래, 우주인 . . . 마지막의 지상 전망대를 돌아 공항으로 돌아오는데 제프리가 공항을 지나쳐 지도의 방위표 정도에 위치한 뿌키오(오깐가야 수로)를 구경시켜 주었다. 열쇠고리 뇌물에 대한 보답이었을까? 

 

나스까 시내를 한바퀴 돌고 나스까 평원으로 곧장 향하는데 풀 한 포기가 없이 너른 평원과 붉은 색깔을 띤 산들이 적당히 이웃하여 있는데 레알 메마름이 어떤 것인지를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나스까의 지상화(Giant Picture)는 서울시 2배 크기의 면적에 30여개의 동식물 그림과 140여개의 기하학적 모양들이 크게 그려져 하늘에서만 그 윤곽을 볼 수 있어 1939년 미 공군기에 의해 우연히 발견될 때까지는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다. 

 

이것이 그려진 시기는 잉카 문명 이전의 나스까인이 기원전 200년에서 기원후 650년 사이에 그린 것으로 그 당시 문자가 존재하지 않았던 탓에 왜 그렸는지, 어떻게 그렸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학자들의 주장만이 난무할 뿐이다. 1년에 30분 정도의 이슬비만 내릴 정도의 세계에서 가장 건조한 기후로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지금의 상태로 보존될 수 있었다고 한다. 

 

하늘에서 처음으로 마주한 65m 고래 그림, 산등성이에 그려진 우주인(최근에는 올빼미라고 주장하기도 함) 등등 그림이 나타날 때마다 제프리가 간단한 설명을 한 뒤 탑승객들이 자기 자리에서 볼 수 있도록 그림 좌우로 비행기를 뱅글 돌리고 다음 그림이 나오면 또 돌고 하니 비위가 약한 사람은 멀미가 날 수 있는 비행 궤적이다. 

 

   

   우주인(Astronaut)

35m의 우주인이 산등성이에 그려져 있는데 최근에는 올빼미라는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이 우주인 그림으로 나스까 지상화가 우주인의 작품이라는 음모설이 한 때 나돌기도 했다.

       

      벌새(Humming Bird) 70m

                      

                 거미(Spider) 46m

        

  지상 전망대 

우측 도마뱀이 고속도로로 잘린 흔적이 보이고 나무와 거인 손도 보인다. 

 

원숭이, 콘도르, 벌새, 거미 등을 지나 마지막으로 고도를 낮추어 보여준 지상 전망대에는 개미 크기로 보이는 사람들이 오골오골 기어다니는 듯하다. 날면서 본 몇 개의 그림이 책에서 봤던 사진보다 선명하게 보이는 것은 바닥의 돌을 긁어 내어 선이 하늘에서 잘 보이게 하는 보수작업을 수시로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금 발견된 그림은 전체의 5% 정도로 아직도 무궁무진한 그림이 있을 것이라 추정하고 있는데 개발이란 명목 하에 판 아메리카 고속도로가 이 평원을 가로 지르는데 그림을 직접 훼손하기도 하고 트럭 등 커다란 차량의 진동으로 조금씩 훼손되고 있다니 안타까울 뿐이다. 

 

제프리가 신기한 것을 보여준다며 날아간 곳에는 여러 개의 구멍이 규칙적으로 배열되어 있고 주위에는 푸르른 밭과 물이 흐르고 있다. 나스까인이 만든 뿌키오(Pukios : 우물 또는 지하수로)라며 시간 나면 꼭 가보라면서 기수를 공항으로 돌린다. 타기 전 내가 선물한 하회탈과 장고 열쇠고리에 대한 보답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에 흐뭇하다. 

 

다행스럽게 우리 일행은 멀미 없이 일정을 마쳤으나 내리자마자 일본 여성 한 분이 현기증을 호소하여 항공사 직원이 업어서 공항 청사에 눕혔는데 다행히 오래지 않아 진정되어 늦지 않게 호텔로 돌아올 수 있었다. 걱정하며 지켜봤던 내게 고맙다는 인사와 더불어 서로의 남은 일정에 대한 행운을 기원하며 또 한번의 아쉬운(?) 이별을 하였다. 

 

[지상 전망대(Mirador)와 마리아 라이헤 박물관]

 

나스까 지상화 비행 끝날 때쯤 저공비행을 하며 제프리가 설명한 지상 전망대를 가고 싶어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카렌 아지매를 졸라서 급하게 승용차를 수배하여 길을 나섰다. 마을을 나서 판 아메리카 고속도로(Pan Americana Experess Way) 톨게이트에 다다르니 통행료를 징구 한다. 

 

           

      지상 전망대 

언덕에 올라 주변을 살필 수 있으나 동식물 그림은 없고 길고 짧은 선들만 뒤엉켜 있어 

별 재미가 없다. 잠깐 내려서 걸었는데 강한 햇살에 코가 빨갛게 익어 버렸다. 

 

   

    판 아메리카 고속도로와 톨 게이트

지상 전망대와 마리아 라이헤 박물관을 가려면 판 아메리카 고속도로를 타고 20여분 정도 

달려야 되는데 통행료를 받는다. 괜히 Express Way가 아녀.

             

 

이 도로는 아메리카 대륙의 최북단 미국의 알라스카로부터 최남단 아르헨티나까지 48,000km가 넘는 세계 최장 자동차 도로로 14개국에 걸쳐 있으며 나스까 평원을 관통하고 있다. 곧게 뻗은 왕복 2차선 도로 좌우로는 잔돌로 뒤덮인 평원과 야트막한 산 그리고 그 뒤로는 해발 2,000m가 넘는 민둥산들이 보여 하늘에서 보나 지상에서 보나 삭막함은 여전하다. 

 

20여분을 달려 전망대에 도착하니 제일 먼저 반기는 사람들은 나스까 문양의 도자기, 인형, 악세서리를 파는 상인들인데 적극적인 호객행위 대신 눈맞추며 슬며시 웃는 고차원적인 상술을 편다. 전망대에 오르려면 입장료를 내야 되는데 엉성한 철탑 구조물로 바람이 불면 쓰러질 것 같아 망설여진다. 

 

아니나 다를까 3단으로 된 계단은 한 사람 내려오면 다음 사람이 오르는 식으로 입장을 시킨다. 망루에 오르니 뜨거운 열바람에 얼굴이 탈 듯 화끈거리기도 하고 바람에 전망대가 흔들려 오래 있고 싶은 생각이 없다. 

 

             

           지상 전망대

좌측으로 나무(Tree), 우측으로 손(Hand) 일부가 보인다. 

전망대 앞쪽으로는 여러 개의 의미 없는 선, 커다란 손, 선인장 그리고 꼬리부분이 도로로 잘려 나간 도마뱀이 선명하게 보인다. 전망대 앞뜰에 여러 명의 관광객들이 기다리고 있어 급하게 사진을 찍고 내려와 근처의 마리아 라이헤 박물관(Museo Maria Reiche)으로 향한다. 

 

고속도로 변에 위치한 박물관은 라이헤 여사가 거주하였던 집을 개조한 것으로 삭막한 평원에서 유일하게 잔디와 나무를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한다. 라이헤 여사는 독일의 수학자로 98년 95세로 죽을 때까지 26년간 이곳에 머물며 나스까 평원의 그림을 측량하고 연구를 하였으며 페루 정부가 안데스산맥으로부터 수로를 만들어 이 평원을 농지로 바꾸려는 계획을 저지하여 지금의 나스까를 보존한 일등공신으로 후일 페루 정부에서 이러한 공로를 인정하여 라이헤 여사에게 훈장을 수여하였다. 

 

 

 

     

   마리아 라이헤 박물관

라이헤 여사의 집을 개조하여 박물관으로 만들었고 그녀의 방은 주거공간 겸 연구실로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박물관 초입 기둥에는 낡은 독일과 페루 국기가 그려져 있고 실내에 들어서면 침실 겸 연구실로 사용하던 자그만 방에는 살아 있는 듯한 라이헤 여사의 모형, 각종 측량기구, 침대, 책상, 난로 등이 비치되어 그녀의 검소한 삶을 엿볼 수가 있다. 

 

옆방에는 앉아 있는 미이라가 유리상자에 진열되어 있고 이곳에서 출토된 도자기, 오래된 지상화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다. 뒤뜰로 나가면 단정하게 꾸며진 정원에 라이헤 여사의 비석과 무덤이 있고 그 뒤로 잔디밭과 몇 그루의 나무들이 있다. 

 

     

   박물관 뒤뜰에 있는 라이헤 여사의 묘

                  

   라이헤 여사가 연구를 위해 나스까 평원을 누비던 차로 박물관 뜰에 전시되어 있다.

 

고속도로 쪽으로 길게 쌓여진 담은 외부인으로부터 박물관을 보호하는 역할도 하지만 고속으로 달리는 자동차 소음을 죽이는 효과도 있어 박물관 내부는 의외로 조용하다. 돌아오는 길에 잠깐 들린 전망대는 흰 돌로 표시된 길을 따라 언덕에 올라 보는 곳인데 특별한 그림은 없고 길이가 다양한 여러 개의 줄만 보인다. 

 

“나스까를 알고부터 나스까에 살면서 나스까를 페루인보다 더 사랑하고 아꼈던 라이헤 여사의 열정에 찬사를 보낸다.

“Danke, Frau Reiche.”

 

[뿌키오(Pukios : 지하수로 또는 우물)]

 

밤 늦게 꾸스꼬로 떠날 때까지 시간이 남아 카렌 아지매에게 경비행기에서 본 뿌키오를 가고 싶다 하니 지도를 펼치고 더듬거리는 영어로 설명을 하는데 내게는 이 더듬이 영어가 귀에 쏙쏙 박힌다. 뿌키오는 나스까 인근에 40여개가 있는데 오깐가야 수로(Ocangalla Aqueduct)와 깐딸록 수로(Aqueductos de Cantalloc)에 나누어져 있고 호텔에서 가까운 깐딸록 수로를 추천하며 택시를 불러준다. 

 

내가 설명한 것으로 충분하니 가이드 없이 30분 정도 보면 된다며 택시기사에게 기다렸다 데려오라고 두서너 번 다짐을 받는다. 조금 시끄럽기는 해도 신속 정확한 일 처리는 게으르고 책임감 없는 페루인과는 완전 다른 나라 사람이다. 

 

   

    (펌사진)

                                                       

         지상에 노출된 수로

우물에서 나온 물은 개방된 수로를 따라 흐르기도 하고 어느 정도 흐르면 다시 지하수로로

흘러 고온건조한 날씨로부터 증발에 의한 물손실을 최소화하고 있다.  

 

              

   뿌키오 (Pukios : 우물)

안데스 산맥의 만년설 녹은 물을 지하 수로로 연결하여 나스까에 농업용수나 가정으로 물을 공급하고 있다. 나선형의 길을 따라 내려가면 우물 바닥에 도달할 수 있고 우물과 우물 사이로 수로가 연결되어 있다.   

                           

                여장부 카렌 아지매

목소리는 크지만 일처리만큼은 페루 사람 답지 않게 신속 정확하게 처리하는 짱 아지매이다.

 

택시로 10분도 안되어 도착한 깐딸록 수로에는 달팽이처럼 생긴 우물들이 적당한 간격으로 여러 개가 불규칙적으로 만들어져 있고 자갈로 벽을 쌓은 나선형 길을 따라 내려가면 지하수가 흐르는 바닥에 도달할 수 있다. 바닥으로 내려가니 한사람 정도 겨우 들어갈 정도의 동굴(?) 즉 인공적인 수로가 우물과 우물 사이로 연결되어 그 사이로 맑은 물이 흐르는데 물에 손을 담그니 더운 날씨에도 제법 차갑다. 

 

안데스산맥의 만년설이 녹는 물을 인공적으로 만든 지하 수로로 흐르게 하여 고온 건조한 기후에서 증발을 막고 물을 끌어옴으로써 농업용수로 쓰기도 하고 가정에 공급하여 생활용수로 사용하기도 한다. 이 수로는 그 옛날 나스까인이 만든 것으로 나스까 마을까지 물을 흐르게 하여 면화, 콩, 감자 등 농사를 지었다고 한다. 

 

고온건조한 사막 기후를 가진 나스까가 이러한 수로 때문에 이 지역 농산물 중심지라고 하니 현재 살고 있는 주민들은 자기 조상들의 지혜에 감사하고 더욱 분발해야 될 것 같다. 게다가 구불구불하게 만들어진 수로는 봄이 되어 안데스 산맥의 만년설이 녹아 한꺼번에 흐르는 많은 양의 물로 수로 인근 마을에 홍수가 발생되는 것을 예방한 것이라니 나스까 문명의 주인은 정말 외계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에 이른다. 

 

카렌 아지매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짧은 이틀 간의 나스까 일정을 알차게 마치고 중국요리에 백주로 알딸딸한 상태로 15시간 거리의 꾸스꼬행 버스에서 숙면을 취할 수 있을 것 같다. 

“코나 골지 않았으면 . . .”

 

 

생태환경뉴스 Eco-Times / 홈페이지: eenews.kr

Eco-Times 한용성 여행작가 / 글.촬영 

[前 금호타이어 사장. 現 케이프투자증권(주)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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