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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가능성 또는 함정의 확대

Eco-Times | 기사입력 2024/08/05 [20:58]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가능성 또는 함정의 확대

Eco-Times | 입력 : 2024/08/05 [20:58]

 

 

지난 5~6월에 우크라이나 키이우 국제사회학연구소(KIIS) 가 시행한 여론조사에서 종전을 원하는 우크라이나 국민의 의견이 작년보다 세 배 가까이 증가했다. 응답자 32%가 평화를 달성하고 독립을 유지하기 위해 영토 일부를 포기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영토를 포기하지 않고 전쟁을 지속하자는 응답자는 전쟁 초기 84%에서 55%로 많이 줄었다.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커지자, 러시아와 직접적인 평화 협상에 부정적이었던 우크라이나가 중국에 평화 협상 중재를 요청했다. 지난 7월 24 일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부 장관은 중국 광저우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을 만나 러시아와의 중재를 요청했다.

 

▲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이 중국 외교부장 왕이와 만나 러시와와의 중재를 요청했다(24년 7월24일)

 

쿨레바 장관은 모든 합의 과정에 우크라이나가 참석하고 우크라이나 주권과 영토 보전에 대한 완전한 존중이라는 두 가지 원칙만 지켜지면 된다고 밝혔다. 이는 2023년 2월 24일 각국의 주권과 독립, 영토의 완전성 보장이라는 조항이 들어간 12개 항목의 ‘우크라이나 위기의 정치적 해결에 관한 중국 의 입장’이라는 발표문 이후 1년여가 지나 우크라이나가 이에 반응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했을 때 우크라이나 종전의 방향에 대해 전문가들이 우크라이나 영토 분할, 혹은 전선 교착, 어느 일방의 전쟁 승리, 평화협정 등 다양한 결론을 예측했으나 현재는 이러한 예견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종전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즉 돈바스 지역에서 러시아의 공 세적 우위 속에서 전선이 교착상태에 놓이고 러시아가 실효 장악하고 있는 남부 4개 주가 러시아 영토로 귀속되는 방향으로 평화 협상이 진행될 가능성이 커졌다.

 

[전술핵 사용 유혹과 제3차 세계대전의 문턱]

 

개전 초기 러시아의 일방적 승리로 끝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측과는 달리 미국과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의 군사적 지원과 예상외로 강력한 우크라이나군 저항으로 인하여 러시아가 준비된 덫에 갇힌 것으로 보였다.

 

나토는 우크라이나군의 전력 증강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으며 공식적으로 우크라이나에 존재하지 않았지만, 나토는 전쟁 전 이미 우크라이나에 있었다. 미국과 나토의 우크라이나군 전폭 지원은 러시아군에 상당한 타격을 입혔으며 서방의 예상대로 러시아가 약화할 것으로 보였다.

 

전쟁이 발발하자 미국과 서방의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이 전쟁의 성격을 유럽연합 (EU)과 러시아의 분리, 동시에 독일 경제권의 붕괴를 예측했다. 2년여가 지난 지금 미국의 장기적인 자금과 무기 지원에 대응하여 작동하는 러시아 경제는 러시아 군산 복합경제가 확대되는 경제 왜곡 현상이 발생했으며 러시아와 EU의 대립· 갈등은 나토 확장과 러시아와 EU의 분리라는 미국의 초기 목적이 어느 정도 달성됐다고 할 수 있다.

 

전쟁으로 인한 러시아의 인적·물적 자원의 지속적 소모는 러시아의 약화로 이어졌으며 이로써 유럽 안보의 상대를 러시아에서 중국으로 전환하려는 미국의 국제전략도 일정 부분 성공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2014년 돈바스 분쟁 발발 이후 러시아도 군개혁과 선진화 작업에 착수하여 어느 정도 성과를 냈으며 우크라이나 전쟁이 진행될수록 러시아의 대응과 전술이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나토의 동진과 서방의 대러 제재에 맞선 러시아의 사활적 전쟁이 시간이 갈수록 미국의 사활적 전쟁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러시아 없는 세계와 러시아의 미국 통제 불능 세계를 놓고 벌어지는 전쟁이 서로에게 사활적 전쟁으로 악화한 것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미국과 나토의 대리전적 성격으로 판단하고 장기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돈바스에서 진행되고 있는 전투의 면면을 들여다보 면 러시아는 인적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우크라이나군과 국제 의용군들을 돈바스 평원에서 상대하고 있다.

 

민간인 피해가 많은 시가전을 피해 개활지에서 진행되는 전투는 화력이 중 요하다. 현시점 러시아의 화력은 우크라이나보다 3~5배 더 강하다. 이는 우크라이나 정예 병력과 국제 의용군의 손실로 이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동원 연령대를 확대하여 인적 손실을 충원하고 있으나 오래 지속된 전쟁의 참상으로 인해 우크라이나 국민의 전쟁 피로도는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우크라이나군의 약화를 보강하기 위해 나토 병력의 직·간접적 우회 지원이 강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전쟁 확대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나토군의 비공식적 개입은 러시아 정부가 핵 사용 문턱(Nuclear Threshold)을 낮추게 한다.

 

▲ 러시아 핵잠수함

 

이는 전술핵무기의 벨라루스 배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의 지속적인 핵무기 사용 언급, 세르게이 카라가노프 교수의 핵 선제공격 주장이 우크라이나 전쟁 확전 시 대비한 방어적 기제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핵 강대국인 미국과 러시아가 모두 사용할 수 있는 핵전력에 대한 갈망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전쟁 억제 성격의 핵보유국보다는 사용 가능한 핵전력을 통한 공포의 균형과 통제에 대한 달콤한 유혹은 뿌리치기 어렵다. 핵 강국 입장에서는 재래식 군사 장비와 병력을 유지하거나 소규모 재래식 전투보다는 비용 대비 전술핵 사용이 월등히 효과적이고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확대와 핵 사용 유혹과 같은 함정이 누군가가 파놓은 것이라기보다는 함정을 파면서 확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3차 세계대전의 그림자가 보인다. 중국이 우크라이나 평화 협상을 제안하면서 강조한 “핵무기를 사용해서도 안 되고 핵전쟁은 안된다”라며 핵무기 사용 위협과 생화학무기 사용에도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체급에 맞지 않은 헤비급과 플라이급의 대결은 비록 싸울 무기를 지원해 준다고 하더라도 플라이급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지원을 중단한다는 협박과 지원해 주겠다는 약속은 전쟁을 지속하는 이유가 될 수 없다.

 

[오류와 함정 확대에 맞선 합리적 비판]

 

전쟁 발발 직전인 2021년 11월경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서방의 끊임없는 경고와 그에 대한 적극적 대응과는 달리 전쟁을 막으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전략적 이익에 바탕을 둔 미국과 서방이 러시아가 주장하는 안보 불가분성 원칙을 의도적으로 묵살한 것은 필연적으로 러시아의 비예측성 외교 전략의 극대화를 초래할 수밖에 없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원인과 진행에 대한 서방 중심의 콘텐츠나 플랫폼에 대한 무비판적인 수용은 인류 역사에서 자주 나타나는 비논리의 흑역사를 상기시킨다.

 

지평을 넘어 지구촌 한끝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해 즉각 확인할 수 있는 초연결사회 속에서 오류와 함정의 확대는 정보의 부족에 의해 발생한다기보다는 거짓과 정치적 선동, 자극적인 온라인 플랫폼의 무비판적 접근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거짓과 진실을 구별하기 위해 합리적 비판의식과 분석적 사고에 대한 능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강대국들이 쳐놓은 역사적 함정과 그 함정을 확장해 가려는 극소수의 의지에 대항할 수 있을 것이다. 

 

 

생태환경뉴스 Eco-Times  / 홈페이지: eenews.kr

 

김선래 한국외국어대학교 러시아연구소 HK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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