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牆角數枝梅,(장각수지매) 담 모퉁이 저 매화...:생태환경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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牆角數枝梅,(장각수지매) 담 모퉁이 저 매화...

Eco-Times | 기사입력 2023/02/18 [13:30]

牆角數枝梅,(장각수지매) 담 모퉁이 저 매화...

Eco-Times | 입력 : 2023/02/18 [13:30]

 

지난겨울 벗의 배려로 마당 가에 매화나무 한그루를 옮겨 심었다. 추운 겨울에 옮겨 심었기에 잘 견디어 낼지가 의문스러웠고, 새봄엔 또 얼마나 반가운 모습일까 기대도 크다.

 

중국 남송(南宋)시대 육유(陸游)는 ‘평생토록 복사꽃 오얏꽃 따위는 즐기지 않았으나, 매화를 보고서는 봄이 가는 줄도 몰랐다’고 노래했듯이, 나도 겨우내 별 탈이 없기를 바라며, 조바심에 문지방이 닮도록 드나들었다. 다행히 추위를 잘 견디고 벌써 꽃망울을 맺고 있다.



중국인들은 매화를 정월의 화신(花神)이라며, ‘쓸쓸할 때 태어나서 추울 때 꽃을 피운다’거나 ‘매화는 눈과 흰색을 겨룰 수는 없으나, 눈은 매화의 향기를 넘보진 못한다’하고, 불의에 굴복하거나 타협하지도 않는 고결한 군자의 정신과 같다고 좋아한다.

 

마당가의 매화가 벌써 꽃망울을 맺은 모습을 보니, 절로 중국 송(宋)나라 시인 왕안석(王安石)의 <매화(梅花)>가 흥얼거려진다.

 



牆角數枝梅,(장각수지매) 담 모퉁이 저 매화,

凌寒獨自開。(능한독자개) 추위 속에 제 홀로 피었네.

遙知不是雪, (요지부시설) 멀리서도 눈이 아님을 알겠음은,

爲有暗香來。(위유암향래) 은은한 향기 때문이라네.

 

왕안석이 서재 창가에 앉아 담 모퉁이 한 켠에 서 있는 매화가 한겨울 매서운 추위를 이겨내고, 누구보다도 먼저 꿋꿋이 은은한 향기를 선사하는 모습에 흐뭇한 미소를 머금고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아마도 왕안석은 이 시를 통해 선비의 고귀한 지조와 기개를 생각하며, 자신의 모습을 비춰 보았을 것이다.

 

선비정신은 북송(北宋) 범중엄(范仲淹)이 ‘악양루기(岳陽樓記)’에서 ‘천하의 근심은 누구보다도 먼저 걱정하고, 천하의 즐거움은 누구보다도 뒤에 즐거워한다(先天下之憂而憂,後天下之樂而樂)’라는 말에서 참모습을 볼 수 있다. 이는 공자(孔子)가 서로 처지를 바꿔 생각해 보자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과 나의 욕심을 절제하여 공정한 세상을 만들자는 극기복례(克己復禮)의 실천을 아우르는 인(仁)의 사상을 구현하려는 참 군자의 모습이리라.

 

그러므로 선비들은 매화가 매서운 한파에도 굽힘이 없으며, 차가운 눈 속에서도 청아한 꽃을 피우는 강인한 모습을 사랑하고, 그 고결한 심성과 강인한 기상을 본받고자 하였다. 퇴계(退溪) 선생도 매화 분재를 매우 아꼈으며, 그에 대한 시도 많이 지었고, 돌아가시기 직전까지도 ‘매화에 물을 주라’고 당부했다는 일화는 매우 유명하다.

 

올봄엔 나도 서재 문을 열고 화사한 매화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어리석게 살아온 삶을 반성도 하고, ‘참 용기는?’․ ‘참 군자는?’에 대해 옛 선비와 많은 대화도 나누고 싶다.

 

        Eco- Times 박충순 논설위원 dksrhr2@naver.com (중국문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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