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절기로 보는 자연의 변화-2,100년 전 태초력에서 24절기와 천문의 위치를 명확히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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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과 중국인의 24절기에 대한 인식이 매우 비슷하나 다른 면도 있어 간단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고대 중국인들이 태양과 지구의 운동 관계를 관찰하고, 계절에 따른 자연의 변화를 인간 생활에 반영하여 구분한 것이 24절기다.
그러므로 날자는 태음력을 따랐으며, 24절기는 태양력을 따랐으므로 중국인들이 말하는 농력(農曆)은 음양합력(陰陽合曆)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는 편의상 중국인들이 말하는 농력을 음력이라 하겠음.)
중국에서 가장 이른 역법(曆法)으로는 하(夏)나라 때 사용하였던 ‘하력’이 있다. 상(商)나라 때는 이미 중춘(仲春)․중하(中夏)․중추(仲秋)․중동(中冬)이라는 4가지의 기본 절기가 나타나며, 주(周)나라 때에는 8가지의 절기가 나타난다.
춘추전국시대에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학서인 《감석성경(甘石星經)》을 펴냈으며, 절기에 대한 인식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 한나라 때인 BC104년 등평(鄧平) 등이 제정한 《태초력(太初曆)》에서는 24절기와 천문의 위치를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다. 24절기가 처음 출현하는 것은 《회남자(淮南子)》이며, 한(漢)나라 때에는 이미 법제화하여 일상생활에 사용하였다.
‘24절기’는 해의 그림자가 가장 짧을 때를 동지(冬至)라 하였으며, 이 동짓날을 기점으로 하여 한 해를 24등분한 것이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24절기’의 명칭은 300여 년 전 청(淸)나라의 ‘정기법(定氣法)’에서 비롯되었다.
‘정기법’에 따르면 입춘(立春)을 한 해의 시작으로 삼았으며, ‘입(立)’은 ‘시작’의 의미이므로, 봄철이 시작되고, 만물이 새로운 순환에 들어간다는 말이 된다. 우수(雨水)는 전형적인 기상에 따른 절기다. 우수가 되면 많은 습기를 머금은 따뜻한 동풍이 불어 많은 비를 내리고, 얼었던 대지의 해빙과 함께 만물이 싹을 틔우게 된다.
경칩(驚蟄)은 봄날 천둥소리에 깊은 동면에 빠졌던 동물들이 놀라 깨어난다는 의미로 경(驚) 자를 썼으며, 칩(蟄)은 동면한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순서는 우수에 비를 내려 초목을 깨우고, 초목의 새순이 나오길 기다렸다가 동물들을 깨운다는 자연의 이치에 부합될 뿐만 아니라, 경칩 때가 되면 천둥 친다는 기상현상을 정확히 파악하였던 것이다.
춘분(春分)의 분(分)은 봄철의 중간을 가리킨다. 청명(淸明)은 대지가 어머니의 품과 같이 초목을 무성하게 키우고 있음을 말한다. 곡우(穀雨)는 풍족한 강우량으로 연약한 식물의 새순이 무럭무럭 자랐으므로 봄날의 끝임을 알리게 된다.
입하(立夏)도 입춘과 마찬가지로 여름철이 시작되고, 일 년 중 두 번째 계절로 접어들었으며, 천지의 모습도 한차례 탈바꿈하게 됨을 말한다. 고대인들은 여름을 만물이 제멋대로 생장하는 계절이며, 일 년 중 가장 번성하는 계절이라고 보았다.
소만(小滿)은 햇볕이 풍부하고 만물이 점차 생장하여 가득 찬다는 의미가 있다. 그러므로 소만의 날씨를 통해 그해 농사의 성패를 점치기도 하였다.
망종(芒種)은 작물이 수정하는 계절이며, 북방에서는 보리를 수확하고, 모내기하는 시기이므로, 농민은 일년 중에 가장 바쁜 시기이다.
하지(夏至)의 지(至)는 분(分)과 마찬가지로 중간을 나타내며, 여름의 절반에 이르렀다는 의미이다. 동시에 하짓날은 일 년 중에서 낮이 가장 긴 날이다. 소서(小暑)는 음력 6월이 되며, 날씨가 더워졌고, 반달 뒤의 대서(大暑)는 일 년 중에 가장 더운 때이다.
입추(立秋)는 가을철이 온 것이며, 천지는 또 한 번의 탈바꿈을 한다. 가을의 두 번째 절기는 처서(處暑)이며, 더위 끝임을 알리고 있다. 이 처서는 본래 여름 끝자락에 와야 할 것이나 가을철로 끌어온 것은 남북지역의 편차가 큰 기후와 연계한 것이며, ‘가을 호랑이’라 부르기도 한다. 백로(白露)는 날씨가 서늘해지기 시작하며, 이슬이 맺히기 시작한다.
추분(秋分)은 가을철의 중간으로 밤과 낮의 길이가 같고, 이날부터 낮보다 밤이 길어지기 시작한다. 한로(寒露)는 음력 9월이 되므로 미미하나 차가운 기운을 느낄 수 있으며, 이슬방울은 이때부터 얼기 시작한다. 상강(霜降)엔 밤이 깊어지면 기온이 내려가 대기의 수분이 응결되어 서리가 된다. 서리가 내리기 시작하면 가을철이 끝나고, 곧 겨울철이 온다는 의미이다.
입동(立冬)은 겨울철의 시작이며, 천지가 다시 한번 탈바꿈한다. 『회남자(淮南子)』「천문훈(天文訓)」에 ‘추분이 지나고 46일 후면 입동인데 초목이 다 죽는다.”라고 하였다. 소설(小雪)은 동장군이 눈이 내리는 것으로 자기가 도착했다는 것을 알리는 첫 번째 표현이며, 천지가 다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그리고 대설(大雪)은 겨울철의 극성기이며, 대설이 지나가면서 천지는 온통 백색이 되고, 만물은 고요한 정적에 빠져든다. 동지(冬至), 이날은 일 년 중 낮의 길이가 가장 짧은 날이다.
소한 뒤에 대한을 둔 것은 낮이 짧고 눈이 온다고 하여 곧바로 추워지는 것은 아니고, 눈이 내린 뒤에야 비로소 온도가 내려 가게 되며, 대한 때가 되어야 일 년 중 가장 춥게 된다는 것을 안 것이다.
Eco- Times 박충순 전문위원 dksrhr2@naver.com ( 중국문학 박사. 전 백석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