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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경의 ‘노래로 읽는 사자성어 이야기’(4)]-관포지교(管鮑之交):생태환경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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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경의 ‘노래로 읽는 사자성어 이야기’(4)]-관포지교(管鮑之交)

Eco-Times | 기사입력 2023/03/18 [16:40]

[고재경의 ‘노래로 읽는 사자성어 이야기’(4)]-관포지교(管鮑之交)

Eco-Times | 입력 : 2023/03/18 [16:40]

 

 



 

관포지교(管鮑之交)는 중국 춘추 시대 제(齊)나라의 죽마고우인 관중과 포숙아의 참된 우정을 뜻한다. 친구 사이에 변치 않는 두터운 우애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안재욱이 부른 ‘친구’ (작사·LIU SI MING 작곡·LIU ZHI HONG)의 노랫말은 전형적인 관포지교의 관계를 가사 도입부부터 종결부까지 연속해서 보여준다. 인생을 살다 보면 아무런 이유 없이 공연히 지치고 힘겨운 날이 올 때가 다반사다. 곡명 ‘친구’의 화자도 예외가 아니다.

 

까닭 없이 ‘힘든’ 어느 날 화자는 친구에게 연락을 취한다. 친구에게 ‘전화’한 그는 막상 말이 없다. 용건을 말할 엄두도 안 난다. 그냥 ‘말없이’ 울기만 할 뿐이다. 전화를 받은 친구는 그에게서 뭔가 심각한 일이 발생한 것으로 짐작한다. 하지만 친구는 무슨 일인지 캐묻지도 않고 묵묵히 ‘오래’ 들어 줄 뿐이다.

 

시간이 지난 후 화자는 이렇게 회상 한다: ‘늘/곁에 있으니/모르고 지냈어/고맙고 미안한 마음들’. 사람들은 평소에 공기, 햇빛, 바람 등 일상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를 당연하게 여긴다. 그러나 항상 옆에 있는 소중한 것들의 부재를 인식하고 나서야 비로소 그 존재의 소중함에 대해 고마움을 절감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화자도 친구가 ‘늘 곁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귀함을 지나쳐온 자신을 되돌아본다. 그는 이제서야 친구의 실존에 대하여 고마운 감정과 ‘미안한 마음들’을 동시에 인식하게 된다. 화자와 친구 사이에 축적된 깊은 우정의 배경은 다름 아닌 두터운 신뢰 관계다.

 

어느 날 화자는 자신의 연인과 이별의 정류장에 서 있다. 그는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을 느낀다. 연인이 그의 곁을 떠나려 한다는 소식을 접한 친구는 그의 ‘어깰 두드리며’ 진심 어린 위로의 말을 건넨다: ‘보낼 줄 알아야/시작도 안다고’. 세상은 갈수록 불신의 늪으로 빠져들게 한다.

 

이럴 때마다 두 사람은 ‘이 세상은’ 믿을 수 없을지언정 서로를 굳게 믿는다며 도타운 우정을 재확인 한다:

 

‘못 믿을 이 세상/너와 난 믿잖니/’.

 

두 사람 사이에는 ‘겁 없이 달래도 철없이 좋았던’ 옛 시절이 있었다. 화자는 친구와 ‘함께여서’ 흡족했다고 회상한다. 그러나 이제는 추억의 시간들이 빠르게 지나고 있다. 또한 세상의 ‘모든 게’ 급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코 변하지 않는 오직 한 가지가 있다.

 

그것은 바로 ‘그대로 있어준 친구’라고 화자는 힘주어 언급한다. 이처럼 관포지교의 우의가 두 사람 마음에 자리 잡고 있으니 관중과 포숙의 우애 못지않은 돈독한 우정이다.

 



 

주지하다시피 세상은 마냥 호락호락 어리숙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렇게 만만하지도 않다. 매사가 내 뜻대로 진행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쉽게 진척될 수도 없다.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진정한 성공을 기약할 수 있다. 삶을 살면서 세상에 꺾인 시절을 경험한 화자와 친구이다.

 

보통 이러한 경우에는 실망과 좌절에 쉽사리 빠진다. 하지만 두 사람은 ‘술 한잔 기울이며’ 머지않아 자신의 ‘날들이’ 오기를 소망한다. 서로 ‘마주 앉아서’ 양 손을 맞잡는 모습을 상상해보자. 그 아무리 험악하고 ‘두려운 세상’이라 할지라도 두 사람은 세상이 자신의 ‘발아래’ 있다며 깊은 우정을 과시한다.

 

이제 두 사람은 각자의 ‘눈빛만 보아도’ 상대방의 마음을 읽는다. 이 세상 ‘어느 곳에 있어도 다른 삶을 살아도’ 언제까지나 서로에게 ‘위로’가 되는 소중한 불빛이 되기로 마음을 모은다. 특히 화자에게 친구는 ‘늘 푸른 나무처럼 항상 변하지 않을’ 친구이다. 즉 화자에게 친구는 상록수처럼 영원히 변치 않는 귀중한 존재인 셈이다.

 

진실한 친구를 ‘얻은’ 화자의 인생이 오직 ‘하나’인 것과 마찬가지로 화자에게도 친구는 세상에 둘도 없는 ‘하나’ 뿐인 존재이다.

 

독일 철학자 니체는 ‘사랑은 눈이 머는 것이고 우정은 눈을 감는 것이다’라고 갈파했다. 진정한 우정은 친구의 결점을 눈감아 줄 수 있는 관용을 베풀 때 성립된다는 의미이다. 친구 간 서로 마음을 터놓고 허물없이 진심으로 대하면 관포지교의 우정으로 승화시킬 수 있을 듯싶다.

 

Eco-Times 고재경 전문위원 (배화여대 명예교수/영문학 박사/작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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