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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경의 ‘노래로 읽는 사자성어 이야기’(5)] - 해로동혈(偕老同穴)-:생태환경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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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경의 ‘노래로 읽는 사자성어 이야기’(5)] - 해로동혈(偕老同穴)-

Eco-Times | 기사입력 2023/03/28 [14:42]

[고재경의 ‘노래로 읽는 사자성어 이야기’(5)] - 해로동혈(偕老同穴)-

Eco-Times | 입력 : 2023/03/28 [14:42]

 

 





 

시경(詩經)에서 유래한 사자성어 해로동혈(偕老同穴)은 함께 늙어서 같은 구멍에 들어간다는 뜻이다. 한평생 살아서는 같이 늙고 죽어서는 한 무덤에 묻히고 싶어 하는 금슬 좋은 부부 사랑의 맹세를 의미한다. 이혼이 다반사인 우리 사회에서 해로동혈 하기란 결코 쉽지가 않다. 그러나 이번 기회에 해로동혈의 심오한 뜻을 다시 한 번 되새겨보면 어떨까 싶다.

 

노사연이 부른 ‘바램’ (작사·곡 김종환)의 노랫말을 통해 해로동혈의 함의를 살펴보자:

 

내손에 잡은 것이 많아서 손이 아픕니다/등에 짊어진 삶의 무게가 온 몸을 아프게 하고/매일 해결해야 하는 일 땜에 내 시간도 없이 살다가/평생 바쁘게 걸어왔으니 다리도 아픕니다/...(중략)

 

내가 힘들고/외로워질 때 내 얘길 조금만 들어준다면/어느 날 갑자기 세월의 한복판에 덩그러니 혼자 있진 않겠죠/큰 것도 아니고/아주 작은 한마디/지친 나를 안아주면서/사랑한다 정말 사랑한다는 그 말을 해준다면/나는 사막을 걷는다 해도 꽃길이라 생각할 겁니다/

 

우린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겁니다/우린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겁니다/저 높은 곳에 함께 가야할 사람 그대 뿐입니다/

 

곡목 ‘바램’ 노랫말에서 화자는 여인이다. 지나온 삶의 질곡 속에서 손과 다리 등 온 몸이 쑤시고 아프다. 힘들고 고독한 삶을 지내온 화자! 자신의 이야기를 배우자가 귀를 활짝 열고 경청해주면 결코 외롭지 않을 것이라고 독백한다.

 

아울러 삶에 지친 자신에게 배우자가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를 해주길 간절히 원한다. 그 말 한마디에 흙먼지로 뒤덮힌 사막 길은 화사한 꽃길이 될 것이라고 소망을 표출한다.

 

더 나아가 부부의 삶은 세월의 무게 속에 단지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것’이라고 초월적 사랑을 약속한다. 그리고 마지막 ‘저 높은 곳’ 즉 무덤 속에 배우자와 함께 묻히길 희망하는 화자의 해로동혈 의지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양희은이 부른 ‘당신만 있어준다면’ (작사·양희은, 김영국 작곡·김영국) 노랫말은 해로동혈 의미의 깊이가 더욱 사실적이고 극적이다:

 

세상 부귀영화도 세상 돈과 명예도/당신, 당신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죠/세상 다 준다 해도 세상 영원타 해도/당신, 당신이 없으면 아무 의미가 없죠/

 

아무도 모르는 둘만의 세월/이젠 알아요 그 추억 소중하단걸/가진 건 없어도 정말 행복했었죠/우리 아프지 말아요 먼저 가지 말아요/이대로도 좋아요 아무 바램 없어요/당신만 있어 준다면/당신, 당신, 나의 사람/당신만 있어 준다면...(하략)/

 

인용한 노랫말에서 부부의 사랑은 애틋하고 감동적이다. 물질만능주의와 배금주의가 팽배한 현대사회에서 이 부부에겐 상호 존재가치를 존중하는 한 ‘세상 부귀영화’란 아무런 소용과 의미가 없다. 화자는 설령 가난하다해도 부부 사랑의 맹세를 통해서 행복감에 충일했다고 회상한다.

 

더 나아가 서로 아프지도 말고 먼저 세상을 이별하지도 말자고 권면한다. 그 이유는 부부는 해로동혈해야 할 공동운명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당신, 당신, 나의 사람’은 부부 간 뗄레야 뗄 수 없는 한평생 생사를 같이하는 상대방을 지칭한다. 화자에게 ‘당신’은 영원한 동반자인 동시에 평생의 반려자이다.

 

현철이 부른 ‘백년해로’ (작사·정은이 작곡·남국인) 노랫말에도 부부 사랑의 가로와 세로 그리고 깊이와 넓이를 알 수 있는 해로동혈의 함축된 뜻이 내포되어 있다:

 

이 세상에 그 무엇이 당신만 하리오/천하일색 양귀비도 당신만 못해요/이리봐도 내사랑 저리봐도 내사랑/어야둥기 어야둥기둥실 당신은 내사랑/미운 정도 고운 정도 우리 함께 나누며/백년해로 합시다/

 

이 세상에 부귀영화 당신만 하리요/제 아무리 예쁜 꽃도 당신만 못해요/이리봐도 고운님 저리봐도 고운님/어야둥기 어야둥기둥실 당신은 내사랑/기쁜 일도 슬픈 일도 우리 함께 나누며/백년해로 합시다

 

곡명 ‘백년해로’ 뜻 그대로 화자는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부부가 서로 사랑하며 함께 늙어가자고 말한다. 화자는 절세미인의 대명사 양귀비를 뛰어넘는 ‘당신’과 ‘미운 정’ ‘고운 정’을 영원히 같이 나누길 간구한다.

 

아울러 희노애락을 공유하고 백년해로의 삶을 함께 영위하기를 기원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은 ‘당신’ 배우자이다. ‘당신’과 함께 해로하여 한 무덤에서 삶을 아름답게 마무리할 수 있다면 박수갈채 받을만한 충분한 자격이 있다.

 

현실적으로 부부가 동시에 한 무덤에 들어가기란 쉽지 않다. 부부의 생명줄은 이미 각각 그 한계가 체내 프로그램화 되어 다르게 정해진 것이기 때문이다.

 

명심보감 <순명(順命)>편에 ‘만사분기정 부생공자망’(모든 일은 그 분수가 정해져 있는데 부질없는 세상 사람들은 스스로 공연히 바쁘기만 하다) 경구가 나온다. 부부가 해로동혈하면 이상적이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하늘의 뜻을 역천(逆天)하지 않고 순천(順天)하며 오늘에 충실한 삶을 영위하는 것이 좋을 듯싶다. 바로 이것이 해로동혈하는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Eco-Times 고재경 전문위원 (배화여대 명예교수/영문학 박사/작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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