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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의 책갈피 (33)] -신(神)을 사랑하는 방법-

Eco-Times | 기사입력 2024/10/17 [10:25]

[최원영의 책갈피 (33)] -신(神)을 사랑하는 방법-

Eco-Times | 입력 : 2024/10/17 [10:25]

 

 



종교에 심취한 청년이 위대한 수행자를 찾아가 대화를 나눈 내용이 「지혜, 함께 가자」(문형동 저)에 실려있습니다.

청년이 신을 사랑하고 싶다며 그 비결을 묻자, 수행자는 대답 대신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자네는 누군가를 사랑해본 적이 있는가?”

“선생님, 저는 이 세상일에 관심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자네는 이웃이나 형제도 사랑하지 않는가?”

 

이 질문에 청년은 단호하게 말합니다.

“저는 종교적인 사람입니다. 그런 일은 세속적인 것들이 아닌가요? 저는 어떻게 해서든 신의 뜻만 따르면 됩니다.”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는 자가 과연 신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신의 가르침은 살아 있는 동안 생명이 있는 모든 존재, 특히 사람을 사랑하라는 것은 아닐까요? 사이비 종교는 사람을 멀리하고 신만을 추종하게 만듭니다.

 

사람을 얼마나 많이 그리고 어떻게 사랑하는지에 따라 그 사람의 인격의 높이가 결정됩니다. 물론 사람뿐만이 아니라 모든 생명체나 무생물까지도 귀하게 여기는 사람이 높은 인격을 갖춘 사람이겠지요. 이 세상 어느 것 하나 귀하지 않은 게 없으니까요. 그러므로 사랑은 인격을 통해 자신의 사랑의 깊이를 드러냅니다. 이때 인간관계 능력은 이전보다 더 향상됩니다.

 

미국 컬럼비아대학에서 수백 명의 성공한 CEO들을 대상으로 성공비결을 물어보았습니다. 그들은 두 가지를 꼽았습니다. 하나는 ‘업무 능력’이고, 다른 하나는 ‘인간관계 능력’이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 두 가지 능력의 비율입니다. 업무 능력은 고작 15%이었지만 인간관계 능력은 무려 85%나 되었으니까요.

 

카네기공과대학에서는 만 명의 실패한 사람들을 조사했습니다. 그들을 실패하게 만든 원인 중 85%는 바로 원만하지 못한 인간관계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참으로 놀랍습니다. 서로 다른 사람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것이지만 85%라는 비율은 거의 같으니까요. 이렇게 중요한 지표인 인간관계 능력이 곧 그 사람의 인격의 높이를 말합니다.

 

완벽한 사람은 없습니다. 누구나 남에게 상처를 주는 가시를 달고 살아갑니다. 그러므로 잘 갖춰진 인격을 갖추려면 자기 몸속에 숨어 있는 가시를 스스로 찾아서 제거해야 합니다. 달리 말하면, 주머니 속에 꽁꽁 감춰둔 흉기를 없애는 겁니다.

 

그러나 이것을 없애는 게 그리 쉽지만은 않습니다. 왜냐하면 ‘나’ 스스로는 내게 붙어있는 가시를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가시는 자신의 자존심을 지켜주는 방어수단이므로 그 가시 때문에 남들이 상처를 받는다는 사실을 잊기가 쉽습니다.

 

그러므로 내 인격의 수준을 높이려면 타인의 관점에서 나를 들여다보는 노력이 뒤따라야 합니다. 그래야 내 가시의 실체를 볼 수 있을 테니까요. 이런 노력을 지속할 때 남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따뜻한 인간관계를 형성하며 행복한 삶, 성공한 삶을 이어갈 수 있을 겁니다.

 

인격은 사랑하는 태도에서 발아합니다. 사랑하면 그 대상을 귀하게 여기게 되고, 그런 사랑을 받는 사람의 마음속에는 어김없이 사랑을 주는 사람에 대한 깊은 신뢰와 존경심이 우러나옵니다. 이것이 인간관계 능력입니다.

 

누구나 사랑받고 싶어 합니다. 우나무노는 「카인아, 네 형제는 어디에 있는가?」에서 ‘사랑받지 못하는 것은 슬프다. 그러나 사랑할 수 없는 것은 훨씬 더 슬프다’라고 했습니다. 그만큼 모두가 사랑에 목말라 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높은 인격자란 상대방을 사랑하고 인정해주는 태도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한 사람의 인격은 그 사람의 사랑의 깊이와 넓이를 말해줍니다. 이것이 어쩌면 신이 우리에게 주신 행복의 열쇠인지도 모릅니다.

 

W. 스코트가 “진실한 사랑은 오로지 사람에게만 신이 준 선물이다”, 라고 말한 내용을 읽으면서, 사람을 사랑하는 것에 무관심한 청년을 넌지시 바라보는 수행자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얼마나 안타까웠을까요. 신을 사랑하는 것이 곧 사람을 사랑하는 것인데 말입니다.

 

 

생태환경뉴스 Eco-Times  / 홈페이지: eenews.kr

Eco-Times 최원영 전문위원 wychoi1956@hanmail.net

              (인하대학교 프런티어 학부대학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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