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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웅명의 문화기행 /몽골 단상(4)] -나담 축제-

Eco-Times | 기사입력 2023/06/26 [09:29]

[금웅명의 문화기행 /몽골 단상(4)] -나담 축제-

Eco-Times | 입력 : 2023/06/26 [09:29]

 

 

 

 

▲ 나담 축제

 

2년 동안 말로만 듣던 나담(Naadam) 축제를 보러 가는 날이다. 몽골로 파견되던 첫해는 방송국 실무자들이 축제기간을 피해 몽골로 오라고 해서, 그 이듬해는 내가 파견 연장계약을 위해 한국을 방문해야 하는 까닭에 이 축제를 볼 수 없었다.

 

나담 축제가 열리는 사흘간은 몽골 전국이 들떠 있는 국민축제 기간임을 알게 되었다. 올해는 다행스럽게 내가 파견근무를 마치고 몽골을 떠나기 직전에 축제가 열린다. 익히 알고 있었던 축제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나는 아침 9시 숙소를 나서 징기스칸 광장(수흐바타르 광장)으로 향한다.

 

▲ 아침 일찍 징기스칸 광장에는 많은 인파가 모여들어 나담이 시작하는 이벤트를 기다린다

 

벌써 이곳에는 많은 시민들과 외국 투어리스트들이 모여 있다. 이 행사를 시작하는 장면을 지켜보기 위해서다.

 

스테이트 빌딩의 정중앙에 앉아 있는 징기스칸 좌상 계단 아래로 아홉 개의 톡(Tok)을 가진 의장병들이 깃발을 들고 내려와 기마병에게 이것들을 전달하고 그들은 말을 탄 채 톡을 모시고 축제가 벌어질 스타디움으로 향한다. 일전에 오 송 대사가 말한, 왜 이 깃발의 수가 아홉 개인지 궁금한 바를 내 나름대로 추측해 본다.

 

큰 톡이 하나이고 나머지 여덟 개는 조금 작은 크기이다. 흰 깃털이 달려 있는 상징적 깃으로 보아 아마, 한 개는 징기스칸의 보르지긴 부족을 상징하고 나머지 여덟 개는 그가 굴복시켜 통합했던 주변의 부족들을 상징하는 깃발이 아닌지 추측해 본다.

 

통일을 이룬 부족연맹체가 되면서 징기스칸으로 추대한 쿠릴타이(Kuriltai)회의에 참석한 각 부족 대표의 수를 가르키던가, 이렇듯 몽골제국 개국 공신 여덟 명을 가르키는 것은 아닌지. 나에게 아직도 풀리지 않는 의문이다. 나는 속 시원히 이를 설명해주는 사람을 여태껏 만나지 못했다.

 

하여튼 징기스칸 대제국(Yeke Mongol Ulus)의 상징인 것만은 틀림없다. 스테이트 빌딩 안에 모셔져 있던 톡이 이 건물을 돌아 스타디움으로 향하는 연도에는 아침부터 구경 인파가 몰려 있다.

 

이른 아침 이 광경은 연례행사로 세인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 같다. 국내방송사와 신문사의 카메라맨들이 나와 톡을 든 기마병들이 스타디움으로 향하는 이 광경을 열심히 촬영하고 있다. 물론 방송사에서는 이 상황을 생방송으로 중계를 한다.

 

▲ 스테이트 빌딩 계단을 내려오는 톡을 든 의장병들

 

▲ 톡을 든 채 스타디움으로 향하는 기마병들

 

2Km 남짓한 거리의 기마병 행렬이 향하는 길을 따라 나도 함께 걷는다. 철길 다리를 건너 홈플라자 건물을 지나 한국 대사관 옆 코퍼레이트호텔을 지나니 스타디움이 나온다. 20분 가량 걷는 이 거리가 이젠 익숙하다. 나는 이곳으로 함께 가는 동행자를 만난다.

 

일본인 모녀가 횡단로를 건너다 나와 함께 축제현장으로 향한다. 아마 이곳에 산 지 꽤 오래된 모녀같다. 20대 딸은 다소 말과 행동이 어눌하고 어색하다. 그런데 곧잘 영어를 알아 듣고 나에게 말을 건넨다. 그녀의 어머니도 영어를 꽤 알아듣는 편이다.

 

아마 소아마비 같은 후유증으로 다소 언행이 불편한 딸을 돌보는 모녀 사이 같다. 섬나라 일본을 떠나 몽골에 와서 사는 까닭이 있으리라. 내가 한국에서 온 프로듀서라고 하자, 이들은 친근감을 표시하며 내 뒤를 따른다. 몽골인은 물론 외국 여행객들이 스타디움으로 향하는 깃발을 든 기마병을 따르고 있다. 드디어 나담이 시작된 것이다.

 

▲ 기마병 행진을 지켜보는 연도의 시민들

 

▲ 전문 카메라맨도 기마병 행진 순간을 놓칠세라 앵글에 집중한다

 

스타디움 입구에는 벌써 많은 인파가 모여 있다. 이 행사에 참가하는 각 분야의 사람들이 정해진 장소에서 개막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의 다양한 복장으로 보아 각계 각층의 사람들이 참가한 성대한 축제임을 금방 알 수 있다. 모두 기대에 찬 밝은 얼굴로 스타디움 밖의 분위기가 술렁대고 있다.

 

기대감을 갖고 이곳에 모여든 인파는 페스티벌 참가자이고 울란바타르 시민이면서 몽골의 국민이다. 이들의 일체감에 나는 벌써 압도되기 시작한다. 이렇게 더운 날 모든 이들의 얼굴에 희색이 만면하다. 축제 개막을 기다리며 누구 하나 짜증스런 표정을 짓는 이가 없다.

 

모두들 펼쳐질 축제 퍼레이드의 입장 순서를 즐겁게 기다리는 듯하다. 한 서구 여성 관광객은 열심히 라마승 복장을 한 소년에게 카메라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나 역시 이에 뒤질새라 열심히 카메라앵글 속으로 이들의 표정을 담는다.

 

모두가 멋지게 차려입은 복장에 즐거운 표정들이다. 스타디움 입구로 많은 사람들이 발디딜 틈 없이 입장하고 있고, 스타디움 밖 간이천막을 친 임시음식점 주인들은 손님 맞을 준비에 부산하다. 축제가 있는 곳은 먹을 거리가 있어야 제격이다. 전통 만두인 보츠(찐만두)도 있고 호쇼르(고기소가 든 튀김만두)도 있다.

 

또한 말젖으로 만든 아이락(마유주)도 있다. 잔치가 벌어지는 곳에서는 보고 먹고 마셔야 한다. 울란바타르의 시민들이 다 모여드는 것 같은 분위기다. 공연 참가자는 참가자 대로 구경꾼들은 그들 대로 저마다, 가족단위로 대거 몰려들고 있다. 아이들은 아빠 엄마와 손을 잡고 신이 나는 모습이다.

 

 

 

수만의 거대한 물결을 이룬 참가자와 구경 온 시민, 외국 관광객들이 스타디움을 메우고 오전 11시 드디어 축제가 시작된다. 몽골고원을 무대로 태고부터 현대까지를 총망라한 신화와 역사 이야기가 한 편의 대하 서사극으로 펼쳐진다. 늑대와 사슴의 몽골족 시조 이야기, 그리고 동로마로 쳐들어간 훈족의 이야기 등이 일종의 역할극과 매스게임 형태로 표현되고 있다.

 

몽골 역사에 얽힌 의미있는 이야기가 펼쳐 지고 있는 듯한데, 이 모두를 이해할 수는 없으나 몽골인들이 내세울 만한 스토리인 것만은 확실하다. 이 한 편의 드라마는 드라마 테아트르(국립극장)의 연출자가 연출했다고 한다. 수 주간 많은 이들을 동원한 연습의 결과가 스타디움에서 지금 펼쳐지고 있다.

 

몽골 전통복장인 델(Dell)을 걸친 남정네의 모습이나 현란하게 성장한 여성들 모습 모두가 이 날만은 최고의 차림이고 몽골의 민속과 전통을 볼 수 있는 화려하고 멋진 패션이다. 우람한 몽골 씨름꾼들의 체격이 초원의 강자 모습답다. 이들이 참여한 퍼포먼스가 한 시간 동안 벌어지고 그다음 현대에 접어든 몽골의 모습이 펼쳐지고 있다.

 

▲ 사슴 모형으로 봐서 몽골인의 시조 신화를 이야기를 펼치고 있다

 

 

▲ 유럽 원정에 나선 몽골 기병

 

▲ 동로마를 정벌한 훈(Hun)족의 스토리를 연출하고 있는 것인가?

 

말을 탄 몽골병사의 모습에서 이젠 농기계를 운전하는 목부의 모습이 그려지고 각계 각층으로 구성된, 현재를 사는 몽골인들이 당당하고 평화롭게 행진한다.

 

어린이를 가축 등에 얹은 바구니에 태워 가는 어른, 최고의 지성인 몽골국립대학교 학생들, MIAT 항공사의 파일럿과 캐빈 크루(Cabin Crew), 세계적 명품을 생산하는 고비캐시미어의 판매원과 모델들, 그리고 몽골경제의 버팀목인 광산현장의 노동자들을 비롯해 모든 직업의 사람들이 그들 나름의 복장을 하고 운동장 트랙을 지나간다.

 

현대 몽골 사회의 축도를 보는 것 같다. 나의 관심을 끄는 것은 어린 학생들의 매스게임으로 푸른 델을 입은 엄마와 어린 꼬마들이 추는 초원의 합동 댄스이다. 건강한 어머니에 건강한 어린이들이다. 멀리서 달려가 손을 맞잡고 춤추는 순간이 얼마나 숭고하게 보이는지. 춤을 통해 두 세대의 조화를 보여준다. 미래를 여는 몽골의 모습이다.

 

▲ 몽골의 시조 신화 이야기를 펼치는 공연자들

 

▲ 몽골 씨름꾼 참가자

 

▲ 어른과 아이들의 합동 댄스

 

나는 나담(Naadam)축제 현장에서 몽골인들의 동력을 본다. 저력을 본다. 나아가 잠재력을 보고 있다. 합심 일체인 현장의 이 에너지가 경제분야에 미친다면 곧 몽골이 선진국이 될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이들의 일체감은 대단하다.

 

스타디움의 축제현장에서 하품하는 한, 두 사람 빼고 나는 종일토록 누구 한 사람 지루해하거나 피곤한 기색을 보이는 이를 볼 수가 없다. 모두들 들떠 있고 이들 마음속으로는 자신이 몽골인임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는 듯하다. 이들은 초원에 무리 지어 있는 가축 떼의 모습을 닮았다. 무리 지어 있음이 곧 힘인 것을 이들은 일찍이 알고 있었다.

 

이들이 입은 전통 옷인 델(dell) 색깔이 이렇게 고울 줄이야. 맑은 고원의 푸른 하늘 아래 획일이 아닌 다양성이 펼쳐져 있다. 몽골인만의 평화를 선보이고 있다. 개방 25년이 넘으며 나담 축제의 스케일이 매년 더 성대해지고 있다고 한다.

 

경제규모에 따른 정비례의 공식인가. '잔치, 축제'라는 뜻을 지닌 나담(Naadam)은 훌륭한 관광자원으로 손색이 없다. 이때를 맞춰 몽골을 찾는 외국 투어리스트들이 증가하고 있을 정도이다.

 

지역마다 나담의 개최 날짜가 조금씩 다르다고 한다. 이 축제기간이 지나면 고원에 가을이 온다고 하는데, 이들은 들판의 목초가 무럭무럭 자라고 가축이 한껏 자라는 한여름을 한마음 되어 진정으로 축하하고 즐긴다.

 

까마득한 날에 이들은 자연의 하늘과 땅, 그리고 이들에게 주어진 모든 것을 숭상해왔다. 그래서 몽골의 산야, 사막, 어딜 가든 이들이 기대고 기원하는 어워(Ovoo)를 만난다. 돌무더기가 그냥 돌무더기가 아니다. 이들의 진정 어린 마음이 쌓여 있는 것이다.

 

이런 배경을 바탕으로 기마유목민족의 몽골제국이 수립됐다. 인간의 노력과 정성이 기마술과 활과 씨름 기술에 더해진 것이다. 그래서 징기스칸은 날을 잡아 누가 뛰어난 기술과 능력을 가졌는지, 경쟁을 부추기고 승자에게는 마유주 한 사발을 건넸을 것이다.

 

이게 발전해 부락 마다 축제가 되고 20세기에 들어서는 1921년 7월 11일 수흐바타르 장군이 인민의용군을 조직, 지도해 무장투쟁으로 몽골이 중국으로부터 독립을 쟁취했을 것이다. 몽골인의 자유와 단합을 상징하는 독립기념일을 맞아 매년 사흘 동안 이처럼 여름 축제를 벌이고 있다.

 

▲ 아이를 가축의 등 바구니에 태워 퍼레이드 하는 전통복장의 어른

 

▲ 성장한 전통복장의 참가 여인들

 

▲ 나담 축제의 관람객들, 2017. 7. 11

 

스타디움 2번 게이트 옆에 오늘 하루를 위한 MNB(몽골국영방송국)의 임시스튜디오가 설치돼 종일 생방송을 진행한다. 닌제(Ninje)사장도 아침 생방송 ‘몽골의 새 아침’ 진행자들도 나와 있다. 그리고 내 강의를 들은 남자 아나운서도 와 있다. 이 친구는 한 두 번 내 강의를 듣다가 슬며시 강의를 빠진 친구이다.

 

나와 그의 관심이 달라서 빠졌음에 틀림없다. 나는 한국의 프로듀서로서 이곳에 와 내 체험을 전했고 이 친구는 프로그램의 사회자로서 뭔가 얻을 게 있을까 싶어 내 강의를 들었으리라. 나는 이들 제작 스텝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었을 것이다.

 

생방송 현장을 뜨려는데 나와 얼마전에 스튜디오에서 영어인터뷰를 진행한 빌구테이(Belgutei)가 나를 잡는다. 이번 주 토요일에 나갈 자신의 영어프로그램 'MM Today'에 또 인터뷰를 하자고 한다. 그는 LA 롱비치인가, 대학교에서 매스컴을 전공하고 방송국에 취업해 유능한 저널리스트(몽골에서는 방송 앵커, 진행자 모두를 저널리스트로 부른다)로 발돋움하고 있다.

 

그의 잘생긴 얼굴과 진지하고 활달한 성격이 앞으로 방송 프로페셔널로서 가능성이 보인다. 현장에서 열심히 일하는 방송인이다. 그는 나에게 오늘 하루 축제현장에서 해외 30 개국의 투어리스트들과 인터뷰를 했다고 자랑한다. 영상에 비친 내 모습이 마뜩하지가 않아 인터뷰 사절로 마음먹었는데, 어쩔 수 없이 그에게 잡혀 또 인터뷰한다.

 

▲ MNB 방송국 생방송 현장의 중계차와 스텝들

 

▲ 한국에서 온 여행객과 인터뷰하는 빌구테이(Bilgutei)

 

▲ 행사장 주변 풍경

 

몽골관광 발전의 조건은 지난 역사를 지금의 시점에서 어떻게 해석(interpretation)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리고 이 컨텐츠를 현장과 어떻게 연계시키는가에 따라, 얼마든지 그 발전 가능성이 있으리라고 나는 결론지어 말했다.

 

그리고 나는 인파를 헤치고 이 자리를 뜬다. 오전에 왔던 길을 되돌아 숙소로 향한다. 스타디움 주변은 축제에 참가한 사람들의 왕래로 온통 부산한 시장통 같다. 좁은 울란바타르 시내는 항상 많이 걸어야 하는 지리적 조건인지라, 오늘 하루도 온몸이 뻐근해 온다. 나는 또 징기스칸 광장을 가로지른다.

 

펍이 있는 서울의 거리와 징기스칸 광장은 조명을 받아 울란바타르의 여름밤을 밝히고 있다. 몽골고원의 밤을 비추고 있다. 무수히 오간 이 공간에 대한 기억이 언제까지나 살아 있을 것 같다. 이 공간은 나의 울란바타르에 있는 동안 행동반경의 중심지였고 실제로 이곳 시민들의 숨결의 장이고 심장과 같은 곳이다.

 

이곳에 인적이 있는 한 나의 추억은 오래토록 남아 있을 것이다. 이곳에서 아시아대륙을 보았기 때문이다. 몽골인과 한국인의 역사적 친연성을 파악할 수 있었고, 한반도 분단 현실을 지도 위아래를 거꾸로 놓고 생각해 보곤 했다. 몽골과 이어져 있는 땅임에도 불구하고 자동차로 오갈 수 없음을 절감했다.

 

언젠가, 아니 가까운 시간 안에 비행기가 아닌 자동차로 넓은 초원을 가로질러 이곳으로 운전해 오고 싶다. 종일토록 부지런히 달리면 육로로 1박 2일 2,000km 정도의 거리이기 때문이다. 1박은 대흥안령산맥 고원지대 어디쯤에서 하면 될 터이다.

 

 

Eco-Times 금웅명 고문producerkum@daum.net

[MNB (몽골 국영방송국) 방송 자문관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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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ksrhr2 2023/06/28 [17:12] 수정 | 삭제
  • 우리 화성시에서도, 역사- 인물-토산품이 어울리는 축제가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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