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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충순의 중국 문화기행] -대서(大暑)-

-'염소뿔도 녹는다'는 더위
-농촌에서는 논밭 김매기와 풀베기가 한 창

Eco-Times | 기사입력 2024/07/22 [09:15]

[박충순의 중국 문화기행] -대서(大暑)-

-'염소뿔도 녹는다'는 더위
-농촌에서는 논밭 김매기와 풀베기가 한 창

Eco-Times | 입력 : 2024/07/22 [09:15]

 

 



대서는 대개 중복(中伏,7월25일) 때로, 보통 장마가 끝나고 더위가 가장 심한 때다. 예부터 대서에는 더위 때문에 “염소 뿔도 녹는다.”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이다.

 

『고려사(高麗史)』의 기록을 보면 대서는 음력 6월로 초후(初候)에는 썩은 풀에서 반딧불이 나오고, 차후(次候)에는 흙에 습기가 많으며 무덥고, 말후(末候)에는 큰비가 때때로 온다고 하였다.

 

이 무렵이 되면 농촌에서는 논밭 김매기와 풀베기 등에 바쁘며 햇밀과 보리를 먹고, 참외와 수박 등의 과일을 먹으며 더위를 이긴다.

 

당나라 시인 백거이는 <소서시(消暑詩)>에서

 

何以消煩暑,(하이소번서) 어떻게 하면 힘든 더위 이길까?

端坐一院中。(단좌일원중) 조용히 뜰에 앉아 있을까?

眼前無長物,(안전무장물) 눈앞에 이것저것 치우니,

窗下有清風。(창하유청풍) 창으로 시원한 바람 드네.

散熱由心静,(산열유심정) 마음이 차분하니 열기도 흩어지고,

凉生爲室空。(양생위실공) 방안이 텅 비니 시원하네.

此時身自保,(차시신자보) 이러면 몸은 절로 편해지니,

難更與人同。(난갱여인동) 사람과 어울리기는 더욱 꺼려지네.

 

라고, 대서의 더위를 해소하는 방법으로 번잡하고 필요 없는 물건들을 다 치우고 조용히 있으면 마음도 차분히 가라앉게 되고; 마음이 차분하게 되면 시원한 기운이 절로 찾아온다고 노래하고 있다.

 

중국인들은 ‘소서는 더위도 아니고, 대서야말로 바로 복날이지’라거나, ‘소서는 뜨거운 여름철의 시작이고, 대서야말로 가장 뜨거운 진짜 여름이지’라고 말한다.

 

그래서 대서 때에는 땀을 많이 흘리고 위장의 소화력이 비교적 떨어지기 때문에 기름지거나 맵거나 볶음 요리는 피하게 되며, 물을 많이 마시게 되고, 죽과 같은 담백한 음식을 선호하게 되며,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많이 먹게 된다.

 

그러나 ‘吃涼喝熱(흘량갈열: 먹기는 차게, 마시기는 뜨겁게)’라는 말이 있다. 이는 먹는 음식은 찬 것을 먹고, 차와 같이 마시는 음료는 뜨거운 것을 마시라는 의미이다.

 

더구나 이때는 더울 뿐만 아니라 비도 많이 내리기 때문에 곰팡이와 같은 세균이 기승을 부리게 되므로 음식이나 신체는 물론 주변 환경까지 청결을 요구하게 되며, 땀을 많이 흘리므로 격한 운동이나 강렬한 햇볕에 피부를 직접 드러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의미로 ‘청(淸)과 정(靜)’을 강조한다.

 

[대서가 되면 지역마다 재미있는 풍습]

 

* ‘대서선(大暑船) 보내기’

절강지역의 ‘대서선 보내기’는 바닷가, 특히 대주((臺州)의 어촌에서 전해 내려오는 풍습이다. 어민들이 ‘대서선’을 메고 거리를 행진하면서 폭죽을 울리면 길 양쪽에 구경하는 인파는 모두 복을 빈다. ‘대서선’이 부두에 이르면 복을 기원하는 의식을 치른 뒤, 이 배는 불을 붙여 바다로 떠나가게 한다. 이 풍습의 의미는 다양한 놀이를 통해 즐겁게 ‘더위를 이기며, 어민의 안전과 풍년을 기원’하는 것이다.

 

* 귀뚜라미 싸움

중국 여러 지방에서는 귀뚜라미 싸움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대서엔 노소가 마을 어귀의 큰 나무 그늘에서 즐긴다.

 

* 복생강 만들기

‘복생강’은 산서·하남 등에서 삼복에 생강을 절편 또는 즙을 짜낸 뒤에 흑설탕에 버무린 뒤 용기에 담아 망을 씌워 볕에 말린다. 충분히 어우러진 뒤 먹게 되면 위의 묵은 한증이나 기침 등에 효과가 있으며, 몸을 따뜻하게 하고, 찬 음식을 과다하게 섭취하여 발생한 복통·설사·구토 등에 좋다.

 

* 복차(伏茶) 마시기

복차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삼복에 마시는 차이다. 인동꽃(한방 명 금은화)·하고초(일명 꿀풀)·감초 등 10여 가지 약초를 끓인 차로 청량한 성격으로 더위를 물리치는 작용을 한다. 예전에는 마을 입구의 정자에서 나그네에게도 무료로 나누어 주던 풍습이 있었으나 지금은 온주(温州)에서만 그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한다.

 

* 복향(伏香) 피우기

복향은 대서 날 향을 피워 복을 비는 것으로 비와 바람이 순조로우며, 백곡의 풍년을 기원하는 풍습이다. 그리고 이때 몸의 각종 고질병을 다스리기 위하여 향으로 뜸을 뜨기도 한다.

 

* 대서(大暑) 나기

복건성에서는 우리의 복달임과 같이 ‘대서 나기’로 양고기를 곁들여 여지를 먹는다. 대서에 먹는 여지는 그 영양이 인삼과 같다고도 한다. 흔히 친구 간에 여지나 양고기를 선물하기도 한다.

 

* 파인애플 먹기

대만에서는 이 무렵 파인애플을 많이 먹는데, 이때가 가장 맛있을 뿐만 아니라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상징이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파인애플을 중국어로는 봉리(鳳梨; 펑리)라 하는데, 봉(鳳)자가 바로 봉황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음력 6월 15일을 ‘반년절(半年節)’이라 하며, 찹쌀가루로 달착지근한 ‘반년원(半年圓)’을 빚어 천지신명(天地神明)께 제사한 뒤 온 가족이 단결과 즐거움의 상징으로 함께 먹는 풍습이 있다.

 

* 서양탕(暑羊湯) 먹기

서양탕이란 대서에 먹는 양고기탕이며, 산동·화북(華北)지방에서는 우리가 복달임으로 삼계탕을 먹듯이 햇밀가루로 만든 찐빵을 곁들여 서양탕을 먹는 풍습이 있다.

 

* 선초(仙草) 먹기

복건(福建)·광동(廣東)·대만 등지에서는 대서를 전후하여 선초를 먹어 더위를 물리치고, 해독하려는 풍습이 있다. 선초는 양분초(涼粉草)·선인초(仙人草)로 불리기도 하며, 먹으면 신선(神仙)과 같이 늙지 않는다고 하는 약용·식용의 식품이다.

 

[농가의 대서 속설.]

 

-대서에 덥지 않으면 가을에 늦더위가 온다.

-대서가 덥지 않으면 곡식이 마른다.

-소서·대서 때 덥지 않으면 소한·대한 때 춥지 않다.

-대서·소서에 군자 없다.

 

 

생태환경뉴스 Eco-Times  / 홈페이지: eenews.kr

Eco- Times 박충순 전문위원 dksrhr2@naver.com 

            (중국문학 박사. 전 백석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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