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고재경의 ‘노래로 읽는 사자성어 이야기’(11)]-척애독락(隻愛獨樂)

Eco-Times | 기사입력 2023/07/27 [10:03]

[고재경의 ‘노래로 읽는 사자성어 이야기’(11)]-척애독락(隻愛獨樂)

Eco-Times | 입력 : 2023/07/27 [10:03]

 

 

                                                                      

▲ 가수 이은미가 '애인 있어요' 를 부르고 있다



       

외짝 척         

사랑 애                              

홀로 독

즐거울 락

 

 

척애독락(隻愛獨樂)은 ‘혼자서만 사랑하고 즐기다’는 뜻이다. 상대방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한쪽에서만 혼자 마음 앓이를 하는 짝사랑을 이르는 말이다.

 

이은미가 부른 ‘애인 있어요’ (작사:최은하 작곡:윤일상)에서 척애독락의 예를 탐색해보자. 노랫말에 등장하는 ‘그대’는 어느 날 화자에게 ‘아직도 넌 혼잔 거니’라고 물어보며 넌지시 말을 건넨다. ‘그대’는 평소 화자가 상당히 안쓰러웠던 생각을 한듯 싶다.

 

이에 화자는 이렇게 응답한다:

 

‘난/그저 웃어요/사랑하고 있죠/사랑하는 사람 있어요/’.

 

화자에게 자신의 애인은 멋진 사람이며 그 사람이 ‘너무 소중해’ 어딘가에 ‘꼭’ 숨겨둔 존재임을 말한다. 그리고 자신만이 ‘그 사람’을 볼 수 있다고 언급한다. 즉 자신의 ‘눈에만’ 보이고 다른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고 밝힌다.

 

이뿐만이 아니다. 심지어 자신의 ‘입술에’ 애인을 언제까지나 담아두겠다고 힘주어 말한다. 이때 ‘좋은 사람’ 소개시켜 주겠다고 말하는 ‘그대’를 바라보며 화자의 눈가에는 눈물이 차오른다. 그 이유는 화자의 애인은 다름 아닌 자신의 눈앞에 있는 ‘그대’이기 때문이다:

 

‘가끔씩/차오르는 눈물만/알고 있죠/그 사람 그대라는 걸/’.

 

가사 속의 ‘그대’는 자신을 향한 화자의 짝사랑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다. 즉 ‘그대’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그대’는 화자의 일방적인 짝사랑의 대상이 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그대’를 향한 화자의 사랑은 소유와 탐욕이 아닌 무소유와 무욕 그 자체인 점이다.

 

‘나는/그 사람 갖고 싶지 않아요/욕심나지 않아요/그냥/사랑하고 싶어요/’.

 

화자는 그냥 있는 그대로 꾸밈없이 ‘그대’를 사랑하고 싶어 한다. 이제 화자는 ‘그대’에게 조용히 되묻는다:

 

‘알겠죠/나 혼자 아닌 걸요/안쓰러워 말아요/언젠가는 그 사람 소개할 게요/’. 화자의 눈가에는 또다시 이슬방울이 차오르며 이렇게 말한다: ‘그 사람/그대라는 걸/’.

 

 

이승기가 부른 ‘친구잖아’ (작사·곡 방시혁)에서도 척애독락의 예가 확연히 드러난다. 우선 화자는 상대방 이성과 친구 이상도 이하도 아닌 관계이다. 그냥 ‘겉으로만’ ‘좋은 친구’로 등장한다.

 

어느 날 화자는 ‘울고 있는’ 상대방의 어깨를 감싸주려다가 자신도 모르게 손을 내려놓는다. ‘어차피’ 친구 관계이기 때문에 더 이상 어찌할 도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또한 상대방의 마음을 아프게 한 ‘그 녀석을 찾아가’ 구타해주고 싶은 생각도 들지만 ‘친구 이상은’ 될 수가 없기 때문에 포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자의 마음 깊은 곳에서는 상대방을 ‘왈칵 안고/입술을 꼭 맞추고/놀라는’ 그를 달래면서 ‘행복하게 할 사람은/나라고’ 고백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그러나 이 또한 ‘비겁하게’ 자신의 가슴에 핑계를 대며 더 이상 고백하지 못한다. 그 이유는 상대방으로부터 ‘거절’당하는 것이 무섭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제 화자는 현재 그나마 친구 관계가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 앞으로 지속될 수 없는 가능성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 따라서 사랑한다는 ‘그 한 마디’조차도 가슴에 숨기며 냉가슴을 끙끙 앓는다.

 

그는 ‘하루만 더 기다리면’ 상대방의 마음 문이 열려서 자신을 친구 관계 이상으로 ‘혹시/봐주진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또한 울고 있는 상대방을 볼 때마다 화자의 심장이 터질 듯하며 따라 울면서 ‘눈물을 삼키지만’ 상대방 곁으로 ‘한 걸음도’ 내딛을 수가 없다. 화자는 이러한 상황을 ‘친구라는 말로’ 자신의 마음을 기만한다.

 

이는 어찌 보면 상대방을 사랑하면서도 사랑한다는 말을 꺼내지 못하는 화자의 이율배반적 심리 현상이 아닐까 싶다. 결국 화자의 짝사랑은 말 그대로 외사랑의 안타까움으로 끝난다.

 

미국 남북 전쟁이 시대적 배경인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스칼렛은 애슐리를 짝사랑한다. 뒤늦게 사랑 고백을 하지만 애슐리로부터 그 자리에서 거절당한다.

 

이처럼 맹목적이고 일방적인 짝사랑이 자칫 원치 않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서로 사랑이 교차하지 않는 척애독락 짝사랑은 끊임없는 정신적 피폐로 인해 실패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Eco-Times 고재경 전문위원 (배화여대 명예교수/영문학 박사/작사가)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