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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충순의 중국문화 기행(23)] - 입동(立冬) -

Eco-Times | 기사입력 2023/11/06 [07:40]

[박충순의 중국문화 기행(23)] - 입동(立冬) -

Eco-Times | 입력 : 2023/11/06 [07:40]

 

 



 

 

올해 입동은 양력으로 11월8일이다.  

입동 즈음하여 농가에서는 햇곡식으로 시루떡을 하고, 약간의 제물을 장만하여 곡물을 저장하는 곳간과 마루와 장독대 그리고 소를 기르는 외양간에 고사를 지냈다.

 

고사를 지낸 뒤 농사철에 애를 쓴 소에게도 고사 음식을 나누어 먹였으며, 고사떡을 이웃들과 나누어 먹었다.

 

입동에는 마을에서 일정한 나이 이상의 노인들을 모시고 선물과 음식을 마련하여 잔치를 벌이는 치계미(雉鷄米)라는 풍습이 있었다. 그러나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추어탕(鰌魚湯)을 대접했는데, 이를 도랑탕 잔치라고 했다.

 

중국은 농업국가이므로 ‘立冬’이란 말에는 ‘농사의 마무리’라는 의미가 있으며, 한자로서 ‘立’자는 시작을 뜻하는 글자이고, ‘冬’자는 종료를 의미하는 글자이므로 한 해의 마무리 계절인 ‘겨울의 시작’이라는 의미도 있다.

 

남부지방에서는 추수와 겨울작물 파종의 시기가 되고, 북부지방에서는 겨울철에 들어서게 되며, 중부인 강회(江淮) 지방에서는 ‘삼추(三秋)’라 불리는 ‘秋收’(추수)·‘秋種’(가을 파종)·‘秋管’(가을 논밭 관리) 등 가을에 해야 할 세 가지 일도 끝나간다.

 

‘입동’의 풍속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한(漢)나라나 위(魏)나라 때에는 천자가 직접 대신들과 ‘겨울’을 맞이하는 행사로 북쪽 교외에 나아가 ‘영동제(迎冬祭)’를 거행하였으며, 나라를 위한 희생자와 그 가족에게는 특별히 포상하기도 하였다.

 

농촌에서는 ‘밭의 신’인 ‘전조(田祖)’를 모신 사당으로 가서 내년의 농사에 대해 ‘문묘(問苗)’라 불리는 새해 농사 점을 쳤으며, 추수 감사의 마을잔치를 벌였다.

 

동한(東漢)의 최정(崔定)은 《사민월령(四民月令)》에서 ‘동짓날이 되면 설날과 마찬가지로 스승과 노인께 술과 안주를 대접하였다.’라고 하였으며, 송(宋)나라 때는 설날과 마찬가지로 새 옷으로 갈아입고, 서로 축하 인사를 하였다. 이러한 ‘겨울 인사’의 풍습을 축하한다는 의미의 ‘하동(賀冬)’, 또는 인사한다는 의미의 ‘배동(拜冬)’이라 하였다.

 

북경과 흑룡강성의 하얼빈·하남성의 상구(商丘)·강서성의 의춘(宜春)·호북성의 무한(武漢) 등의 지역에서는 특이한 입동 맞이 풍습으로 ‘겨울수영’을 한다. 물론 겨울수영 애호가들은 중국 남방·북방을 막론하고, 전 지역에서 겨울수영을 즐긴다. 그 외에도 다음과 같은 풍속이 있다.

 

1.제사

입동을 ‘사시팔절(四時八節)’ 중 하나로 매우 중요하게 여겨 조상께 제사를 지내고, 음식을 만들어 나누어 먹었으며, 새해 점을 치기도 하였다.

 

2. 만두 먹기

북방에서는 만두 먹는 풍습이 있다. 북방의 겨울은 매우 혹독하여 귀가 동상에 걸리는 경우가 많아, 귀 모양과 같은 만두를 만들어 먹는 것으로 귀의 동상을 예방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설로는 입동이 계절적으로 ‘가을과 겨울이 교차할 때’라는 말로 ‘秋冬季節之交’라 하는데, 만두가 중국어로 ‘餃子’이므로 교차한다는 ‘交子’와 발음이 같았기에 만두를 먹는다는 이야기도 있다.

 

3. 보동(補冬)

겨울을 건강하게 나기 위하여 보양식으로 닭·오리·양 등의 음식을 먹는다.

 

4. 황주(黃酒) 담기

절강성 소흥(紹興) 지방에서는 입동 날이 되면 황주라 불리는 술을 담갔다가 이듬해 입춘에 개봉하는 전통이 있다. 그 술을 특별히 소흥 지방의 특산품이라 하여 소흥주(紹興酒)라고도 한다.

 

5. 소개(掃疥)

‘소개(掃疥)’란 ‘제거한다’는 소(掃)자와 ‘옴’이라는 개(疥)자의 합성어로, 옴과 같은 질병을 예방한다는 의미이다. 입동이 되면 하남·강소·절강 일대에서는 각종 향초(香草)와 국화·금은화(金銀花: 인동덩굴의 꽃)를 달인 물로 피부병을 예방하기 위한 목욕을 하였다.

 

6. 생파 먹기

남경에서는 습하고 추운 날씨를 잘 나기 위하여 생파를 먹었다. 남경에는 ‘하루 파 반 뿌리를 먹으면, 겨울에 다리에 바람이 인다.’라고, 매일 생파 반 뿌리씩 먹게 되면, 겨울에도 다리에 바람이 일 정도로 활발하게 활동한다는 속담이 있다.

 

당나라 시인 이백은 〈입동(立冬)〉에서

凍筆新詩懶寫, (동필신시나사: 붓이 어니 새로이 시를 쓰기 더딘데)

寒爐美酒時溫。(한노미주시온: 쓸쓸한 화로엔 마침 술이 데워졌네)

醉看墨花月白, (취간묵화월백: 취한 눈엔 꽃은 어둡고 달만 밝으니)

恍疑雪滿前村。(황의설만전촌: 어슴푸레 온 세상이 눈 내린듯하구나)

 

라고, 입동에 새로운 시를 쓰려하나 여의치 못한 것을 붓이 얼었기 때문이라고 핑계를 대고 있다. 그러나 실상은 불기운이 약해 따뜻하지도 못한 옆 화로에서 시나브르 피어나오는 술향기에 정신이 팔렸기 때문이다.

 

술의 유혹을 물리치지 못해 얼큰하게 한잔하니 어느덧 날은 어두워 마당 끝에 피어있는 국화는 검게 뵈고, 하늘에 홀로 떠 있는 달만 밝다. 아마도 외로이 배회하는 달을 불러 ‘월하독작(月下獨酌)’했나 보다.

 

문득 취한 눈에 어슴푸레 보이는 마을은 마치 눈이 내린듯하다고, 어느 입동 날의 쓸쓸한 정취를 노래하고 있다.

 

 

생태환경뉴스 Eco-Times  / 홈페이지: eenews.kr

Eco- Times 박충순 전문위원 dksrhr2@naver.com 

            (중국문학 박사. 전 백석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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