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하노이에서 오랜만에 만난 지인들과의 저녁 식사자리의 회수가 늘어나면서 예정보다 3일 늦게 라오스의 古都이자 탁발로 나눔을 실천하는 루앙파방(Luang Prabang : 루앙 프라방의 라오식 발음)으로 향한다. 입국할 때와 마찬가지로 베트남 하노이 노이바이 공항은 많은 출영객으로 발을 딛지 못할 정도로 붐빈다.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커다란 변화이고 베트남이 핫 플레이스라는 것을 새삼 느낄 수가 있다.
하노이에서 루앙파방은 730Km, 1시간 비행거리로 타자마자 잠시 눈을 붙였는데 도착하였다며 단잠을 깨운다. 공항 청사에 도착하여 비자를 받으려 줄을 서는 서양인들이 보이는데 한국은 비자면제국이라 프리패스이다. 세계 곳곳을 다니다 보면 한국에 대해 비자 면제국이 많음에 놀라고 미국, EU국 등 선진국들이 비자를 받아야 됨에 또 놀란다.
시골 역사처럼 크지는 않지만 깔끔한 공항 청사를 나오니 푸르른 산과 뭉개 구름이 핀 새파란 하늘이 상큼한 공기와 함께 낯이 설어 띨빵해하는 나를 반긴다. 호텔이 있는 시내까지는 불과 4Km로 다른 여행객들과 함께 셔틀버스에 올랐다.
정오를 갓 지난 시간임에도 창밖으로 보이는 길거리를 오가는 라오인들 그리고 도로 중앙을 걷고 있는 소 떼들 모두가 한가롭다. 라오스의 3無 즉 자동차 경적소리, 화내거나 싸우는 사람, 장례식에서 우는 사람이 없다고 하던데 대로에서 양반걸음으로 어슬렁대는 소떼 뒤를 쫓아가면서도 짜증을 내거나 경적 누를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베트남에서는 상상도 못할 놀라운 장면을 보며 ‘드디어 내가 라오스에 왔구나.’를 실감한다.
구도심 중심에 있는 호텔 주변에는 많은 상점, 식당들이 즐비하고 지근거리에 왕궁 박물관과 푸시산이 있다. 호텔에 여장을 풀고 잠깐 침대에 누웠는데 한기가 느껴져 깨니 어느새 한 시간을 넘게 낮잠을 잤다. 중심도로임에도 차량이나 사람들로 붐비지 않고 도로변에 늘어선 식당에서 시원한 라오 맥주와 각종 과일 주스를 마시며 느긋하게 쉬는 관광객들의 모습이 마을 전체를 평화롭게 만드는 것 같다.
한적한 거리를 거닐며 옛 마을의 정취에 한껏 취하다 보니 어느새 일몰시간이 가까워져 부랴부랴 일몰 뷰 맛집인 푸시산을 향한다. 100m 정도 높이의 동네 뒷산이지만 정상을 오르는 330여개의 가파른 계단은 고행 후 천상에 다다르는 기쁨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오르는 것이 녹녹치 않다.
“워메 생각보다 디지게 힘들구먼.” “여기서도 잘 보이니께 난 여기 있을테니 다녀들 오쎠.” 구수한 한국 어느 지방 사투리에 주위를 살펴보니 두서너 한국 단체팀이 일몰을 맞으러 오르고 있고 이 중 몇 명의 중년 아재들이 중턱의 계단에 앉아 더 이상의 오름을 포기한다.
헉헉거리며 도착한 정상은 뷰 맛집으로 명당자리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차지하고 있어 사진을 찍는 척하며 카메라를 슬쩍 넣고 다음에는 어깨 그리고 몸통을 슬며시 넣어 가까스로 한 자리를 차지하였다. 아직 커다란 카메라를 갖고 다니면 본의 아니게 대접(?)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푸시산 정상에서 본 메콩강 일몰 광경이다.
푸시산 정상 스투파에 올린 제물(祭物)
멀리 보이는 메콩강 일몰의 진수는 황금빛으로 물든 강물에 반짝이며 찰랑대는 잔물결과 그 위를 떠도는 유람선이 조화롭게 버무려진 모습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곤거리며 멋진 뷰를 눈과 마음으로 감상을 하는 반면 중국인들은 소리치며 난간에 올라가 사진을 찍으려고 아우성 치는 모습이 너무도 대비가 된다. 약소국가를 잡아먹으려는 ‘일대일로’정책을 펼칠게 아니라 해외에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글로벌 에티켓부터 가르치면 어떨까 싶다.
산 정상에 있는 스투파(stupa : 불탑) 탑돌이를 하면 자연스럽게 루앙파방 마을 전체를 파노라마로 볼 수 있는데 메콩강 노을 반대편의 메콩강과 남칸강과의 두물머리는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서도 수수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일몰 직후는 사진을 조금 찍었다는 사람만이 즐길 수 있는 매직아워인데 말썽쟁이 중국인들이 빠지니 고즈넉한게 제대로 된 일몰 사진 찍기에 딱 좋다. 산을 내려오기 전 정상에 있는 탁촘씨(That Chomsi)사원을 보니 불상 앞에서 두 손을 모아 간절하게 불공을 드리는 라오인들의 모습에 부처님이 그들의 소원을 꼭 이루어지게 하실 것 같다. 아니 꼭 이루어질 것이라 믿는다.
푸시산 정상에 위치한 탓촘씨 사원에서 예불 드리는 모녀, 뭐가 저리 절실할까... 부처님! 그녀들의 소원 꼭 이루게 해주세요. Please!
매일 저녁이 되면 루앙파방 구도심 중심도로를 막아 몽족 야시장이 들어선다 .새 날개와 같이 아름다운 지붕을 가진 호파방과 상인들의 원색 천막 지붕이 어우러지는 이 야시장은 관광객들에게 쇼핑거리를 제공하고 색다른 풍경을 연출한다.
우산의 도시라는 별명 답게 예쁜 우산들이 진열되어 있다.
조심스레 가파른 계단을 내려오는데 야간 조명이 비친 아름다운 지붕을 가진 호파방 사원과 알록달록한 원색의 야시장 천막 지붕들이 어우러져 색다른 매력을 뽐내고 있다. 매일 저녁 차량 통제를 한 도로 전체가 몽족의 수공예품, 그림, 기념품 등을 파는 야시장으로 변신을 하는데 이곳에 오기 전 여행하였던 베트남 사파의 몽족 시장 제품과 별반 다르지 않아 그냥 스치듯 지나며 일본풍의 우산과 같은 별난 것들만 사진에 담는다.
시장이 끝나는 지점에는 한국의 떡볶기, 김밥을 위시하여 일본의 스시, 중국의 각종 국수요리, 인도의 커리, 라오스의 구이요리 등 여러 나라의 대표 음식을 파는 먹거리 야시장이 있어 골라먹는 재미도 있지만 가성비가 좋아 관광객은 물론 현지 젊은이들도 자주 찾아 매일 축제가 벌어지는 것처럼 시끌시끌 하다.
장기간 여행의 시작이라 조심하는 차원에서 더운 나라의 길거리 음식을 피하고 근처 한식당을 찾아가기로 하고 근처 전통 시장을 돌아보는데 많은 서양 젊은이들이 이곳의 노천식당에서 라오 전통음식을 즐기고 있다. 아마도 이 시장이 야시장보다 더 라오적인 분위기와 전통에 가까운 음식을 맛볼 수 있지 않나 싶다.
낮과는 다르게 선선해진 메콩강가를 거닐다 보니 귀에 익은 뽕짝 가락이 들려 강 주위를 살펴보니 한국 단체팀이 유람선 선셋 투어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선상에서 노래잔치가 벌어졌나 보다. 대단하다 대·한·민·국!
왓쌤 수카람 사원의 둔탁한 종소리와 함께 탁발 행렬이 시작된다. 군대의 ‘기상나팔 소리’라고나 할까 ,동자승들은 이 종소리가 싫을 듯하다.
판매용 탁발 음식을 준비하는 엄마를 도와 새벽부터 가게를 지키는 갸륵한 소녀.
어느 부잣집 마나님이 뒷편으로 보이는 최고급 호텔에서 준비한 음식과 종업원을 탁발 의식에 참여시키고 있다. 정성이 아닌 가식으로 차려진 이 음식을 드신 스님들의 속은 편할까...
탁발 의식에 참여하는 관광객들. 매일 아침 6시, 루앙파방 구도심의 사카린거리에는 많은 관광객이 탁발의식에 참여하고 있다. 기도하는 관광객들의 모습에서 종교적인 신실함이 보인다.
새벽 5시에 맞추어 놓은 핸드폰의 알람 소리에 잠을 깨어 양치와 세수도 생략한 채 탁발(Tak Bat : 현지에서는 탁밧이라고 함)행렬을 보러 급하게 거리로 나가보니 이미 탁발음식을 놓을 작은 상과 의자들이 길거리를 따라 가지런히 늘어져 있고 몇몇 관광객들과 탁발 음식을 준비하는 상인들 만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새벽이라 그런지 어제 날씨와는 사뭇 다르게 쌀쌀하여 샌들을 신은 맨발이 시리기까지 하다. 추위도 이길 겸해서 탁발거리를 걷다 보니 탁발이 시작되는 왓쌤 수카람 사원에 이르렀는데 환한 조명발인지 낮과는 다르게 담장 너머로 보이는 황금색 사원의 화려함이 유별나다.
탁발에 사용되는 작은 상과 의자도 럭셔리한 것부터 길거리 식당에서나 사용하는 촌티나는 원색의 식탁과 의자까지 각종 플라스틱 제품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이 거리의 탁발은 여느 여염집 뒷골목에서 행해지는 탁발과는 다르게 주민들이 준비한 음식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상인이 준비한 탁발 음식을 관광객들이 사서 스님에게 드리는 것으로 정성의 차이는 있지만 참석하는 관광객 면면을 보면 경건한 마음으로 이 행사에 적극 동참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매일의 탁발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은 거리 청소를 깨끗이 한 뒤 그 위에 돗자리를 깔고 적당한 간격으로 열을 맞추어 작은 상과 의자를 정렬하고 상 위에 준비된 음식을 놓는다. 그리고 탁발 참가자는 신발을 벗고 사롱(신도가 몸에 두르는 천)을 두른 후 의자에 앉아 차례를 기다리다 스님이 오면 합장한 뒤 음식을 스님의 바트(탁발 음식을 담으려 어깨에 매는 망태)에 넣는 것이다. 비록 이런 탁발의식은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장사 이지만 탁발에 참여하는 사람을 위하여 사전 준비를 하는 상인들의 정성 또한 대단해 보인다.
둔탁한 북소리와 함께 탁발 행렬에 참여하는 스님들이 왓쌤 사원을 나서고 있다.
왓쌤 수카람 사원 어디선가 둔탁한 북소리가 나더니 스님들이 서서히 사원 정문을 빠져나오며 탁발행렬을 이루는데 정문에서 나오기가 무섭게 스님들 얼굴에 카메라를 디밀고 후레쉬를 터트리며 난리를 부리는 진상들을 보니 역시 중국인들이다.
오죽하면 탁발 행렬이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나이 지긋한 여자 보살이 무례한 관광객들을 제지하며 스님들에게 길을 터준다. 한국, 중국, 서양사람 등 각국 나라 관광객들이 탁발 행사에 직접 참여를 하거나 아니면 나처럼 행렬을 따라다니며 사진을 찍는데 무례함의 으뜸은 역시 중국분들로 어디를 가나 목소리 크고 남 의식하지 않고 튀는 행동으로는 세계 최강이다.
이 성스러운 행사도 그들로 인해 엉망진창이 된다. 여기에 일부 한국 관광객까지 추임새를 넣으니 열도 받고 쪽도 팔린다. 나는 더욱 조심스럽게 스님들의 행렬을 쫓아다니며 될 수 있으면 그들의 뒷모습을 찍었고 부득이 앞모습을 찍을 때는 초점을 흐리게 하여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려고 노력하였다.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동자승. 탁발로 얻은 음식이 바트(스님들이 음식을 받는 어깨에 맨 망태기)가 차기 전에 어려운 사람들에게 적선을 하고 있다. (최소한의 초상권을 보호하려 사진은 일부러 흔들어 찍었다.)
탁발 행렬은 노스님이 앞장을 서고 나이 어린 스님들이 그 뒤를 따르는데 탁발 음식으로는 찹쌀밥, 빵, 쵸콜릿, 과자 등 여러 종류의 음식들이 있고 종종 현금으로 시주를 하는 라오인들도 있다. 스님들은 자기가 메고 있는 바트에 어느 정도 음식이 채워지면 길거리에 놓여 있는 바구니에 적선을 하는데 이것은 마을 공동체에 전해져 어려운 사람들에게 제공된다고 하니 나눔을 실천하는 스님과 라오인의 아름다운 마음이 진심으로 교감 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종종 탁발 행렬을 따라다니는 댕댕이도 스님들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적선하는 음식을 모아 놓은 바구니는 기웃거리지도 않는데 스님들을 향해 직접 카메라를 대지 말라고 사전 주의를 주는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무례한 행동을 하는 인간들을 보니 불심 있는 개만도 못한 것 같아 씁쓸하다.
호텔로 돌아와 추위에 얼은 몸을 녹이려 잠시 침대에 누웠는데 어느새 9시가 훌쩍 넘어 부지런히 일어나 늦은 아침을 먹고 빡센 오늘 하루를 시작해본다.
수도인 위엥짠(비엔티안 Vientiane의 라오스 발음)으로 가는 고속철도 티켓 예매를 하려는데 원하는 시간대의 표가 매진되어 당초 일정보다 하루 당겨 내일 오후에 이곳을 떠나야 되어 전체 일정을 수정하느라 마음이 바쁘다.
고속철도 티켓 오피스에서 호텔로 오는 길목에 있던 왕궁 박물관(호캄: Haw Kham)을 들어서니 우측으로 멋진 지붕을 갖은 호파방, 그 앞에 우스꽝스러운 모습의 마지막 왕인 시사왕웡 왕의 동상이 있다.
왕궁 박물관의 호파방 사원. 황금불상인 보물 파방을 보관하던 사원이었으나 지금은 파방도 없고 실내는 촬영금지라고 하니 관광객들에게 외면당하고 있다. 그나마 멋진 지붕과 전면의 화려한 금장식이 몇몇 관광객의 눈길을 끌뿐이다.
라오스 마지막 왕인 시사왕웡 왕의 동상으로 구 소련에서 제작하였다고 하는데 왕의 위엄보다는 우수꽝스런 얼굴 표정이 친근감을 느끼게 한다. 혹시 근엄하게 만들려다가 조각가의 실수로 저리 된 것이 아닐까...
파방은 스리랑카에서 제조된 높이 83cm, 무게 50kg의 순금 불상인데 이 도시의 이름인 루앙 파방은 ‘파방이 있는 위대한 도시’란 의미를 갖고 있다. 하지만 지금 이곳에서는 볼 수가 없고 지금은 어디에 보관되어 있는지 여러가지 의견이 분분하다. 호파방은 파방을 보관하고 있는 사원으로 커다란 새가 날개를 펼친 듯한 4단의 지붕과 햇살에 반사되는 출입문의 금빛 벽이 눈을 뜨지 못할 정도로 화려하다.
소련에서 만들어졌다는 시사왕웡 왕의 동상은 개구장이처럼 익살스러운 표정이 권위보다는 친근감으로 다가오는 듯하다. 동상 근처의 오래 된 종려나무 그늘에는 한국 여행객 몇 분이 담배를 피고 있는데 엊저녁 푸시산 중턱에서 힘들어 못가겠다고 버틴 분들로 멋쩍은 눈인사를 한다.
박물관으로 가는 도중 작은 연못에 몇몇 사람이 모여 신기한 듯 물고기를 쳐다보는데 건방지게 누워서 먹이를 먹는다. 찰나를 위해 급하게 사진을 찍는데 이 놈들 모두가 누워서 식사를 하는데 세상에는 별난 놈들이 많다.
누워서 식사를 하시는 시건방진 물고기로 박물관 앞마당의 작은 연못에 서너 마리가 사이좋게 살고 있다. 저 건방진 놈 맛은 어떨까?
혁명 전 왕궁으로 쓰였지만 현재는 박물관으로 사용되는 아주 소박한 건물에는 주로 왕족들이 쓰던 물건들을 전시하여 놓았는데 과연 이게 왕궁인지조차 의심을 가질 정도로 소박하다 못해 빈한해 보이기까지 하다. 입장권을 샀던 정문은 점심시간이라는 안내판만 걸린 채 굳게 닫혀 있고 반대편 나가는 문만 개방해 놓은 철두철미한 철가방 공무원들이다.
어제 여행사를 통해 오늘 오후 꽝시 폭포 관광을 예약하였는데 시간에 맞추어 도착한 미니 버스에 대부분 한국 관광객들이 타고 있는 것을 보니 나라별로 묶어 주는 것 같다. 1시간 남짓 달려 도착한 꽝시 폭포는 에머랄드색의 아담한 폭포로 크게 기대하지 않은 내 예상이 빗나가지 않았다.
꽝시폭포는 얕은 계단으로 흐르는 폭포(?)와 그 물이 모인 에머랄드빛 작은 연못이 마치 수줍어하는 라오인 같이 소박하다.
꽝시폭포의 백미인 산 끝자락에 있는 큰 폭포. 이곳에서는 수영을 할 수 없다.
소풍 온 라오 여대생들과 함께. 이들 역시 기초적인 한국말을 할 정도로 K-pop, K-drama 등 한류열풍을 느낄 수 있다.
맨 위쪽의 제일 큰 폭포까지 걸으며 두서너 개의 에머랄드빛 작은 폭포와 소(沼)를 배경으로 여러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는 아마추어 모델(?)을 도촬하는 재미도 쏠쏠하였고 우리 수원시가 곳곳에 화장실을 지어서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는 것에 자부심도 느껴도 봤다. 2시간의 짧은 일정을 마치고 버스에 오르자마자 골아 떨어졌다.
“그래도 여기 왔으면 유튜브에서 봤던 야시장에서 여러 나라 음식은 먹어봐야 되는 것 아닌감?” 짐짓 집사람이 길거리 음식을 조심스러워해서 눈치를 보며 은근 피하고 있었는데 먼저 제안을 한다. 엊저녁 왔을 때 줄을 길게 늘어섰던 중국식 국수, 일본식 버섯 튀김, 라오식 꼬치구이를 맥주에 곁들여 먹었는데 떡볶이 한식음식점은 문을 열지 않아 아쉬움을 뒤로 하고 메콩강변을 걸었다.
오늘도 뽕짝풍의 노래가 들리는 것을 보니 오늘 한국팀이 또 왔나 보다. “우리 민족은 확실히 흥이 차고 넘치는 거 같아. 그치?”
이른 새벽 일어나 어제 중국인들의 훼방으로 다소 아쉬웠던 탁발의식을 다시 보고 호텔에서 잠시 눈을 부친 뒤 루앙파방의 중앙로인 사카린 거리에 있는 왓씨엥통, 와쑤완나카리, 왓쌘 수카람(왓쌘) 등 사원 쇼핑을 하였다.
호텔에서 제일 먼 거리에 있는 메콩강과 남칸강과의 두물머리 근처의 왓씨엥통 사원을 처음 목적지로 하고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다른 두 사원을 보기로 하였다. 왓씨엥통 사원 입구 골목 노점상에 마침 사고 싶었던 그림이 있어 망설임없이 사고 사원으로 발길을 옮긴다.
이 사원은 루앙파방의 상징적인 사원이자 왕위 즉위식 등 왕실의 중요 의식이 치루어지는 왕권의 권위를 나타내는 곳으로 루앙파방 사원 중 가장 아름답다고 전해진다. 입구 우측으로 마지막 왕인 시사왕웡 왕의 운구차를 보관한 호랏사오 법당에는 7개의 나가(신성한 뱀)가 앞머리에 장식된 운구차가 보관되어 있고 높은 건축물 외벽에 새겨진 금빛 조각의 양각이 아침 햇살에 반짝이며 아름다움을 더한다.
왓씨엥통 사원의 호랏싸롯(장례운구차 법당) 라오스 마지막 왕인 시사왕웡 왕의 운구차가 보관되어 있는 법당으로 정교하게 조각된 7마리의 나가가 운구차 앞머리에 장식되어 있다.
7마리 나가로 장식된 장례운구차. 나가의 개수가 신분을 나타내는 것이 아닐까?
멋진 지붕으로 눈을 현혹시키는 대법전의 커다란 황금불상 앞에는 아침부터 라오인들이 준비한 제물을 받치며 경건하게 예불을 드리는 모습에 종교를 인정하지 않는 공산당도 불교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불상 좌측으로는 살아있는 듯한 실물 크기의 노스님 좌불 동상이 있는데 그 앞에도 여러 사람이 예불을 드리는 것을 보니 꽤나 명망 있었던 스님인 것만은 확신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경건한 분위기는 중국 단체 관광객들의 입장으로 한순간에 시장통처럼 변하고 화를 내지 않는다는 젊은 라오인이 나서서 제지를 하는데도 막무가내이다.
중국 쿤밍에서부터 라오스 수도 위엥짠까지 고속철이 연결되어 마치 국내 여행하듯 많은 중국인들이 관광을 오는데 자기네 지방 省 정도로 여기는 듯한 모습에 3자인 나도 분하고 언짢은데 라오인들의 마음은 어떨까?
대법전 옆으로 붉은 벽돌 위에 유리공예로 장식하고 있는 붉은 법당(Ho Tai Pha Sai Nyaat)과 트로피타 도서관(Tropitaka Library)은 이웃하여 외벽에 새겨진 화려한 유리공예 모자이크로 관광객들에게 최고의 포토존을 제공하고 있다.
왓씨엥통의 붉은 법당(우측)과 대법전 붉은 법당 외벽의 아름다운 유리공예는 방문객의 배경 사진으로 애용되고 있다.
붉은 법당의 와불상과 지킴이(?) 불상 혹시 참배객의 소란에 와불상이 깰까 지킴이 불상이 지키고는 있는데 지도 졸린지 눈꺼풀이 내려 앉았다.
정성껏 불공을 드리는 동자승들 와쑤완나카리 사원의 동자승들을 보니 중국인들로 상한 마음이 진정되고 그들의 무례함도 용서했다
왓쌘 수카람 사원의 대법전과 황금탑 루앙파방의 사원들 중에 제일 크고 화려한 사원으로 대법전 앞에 황금으로 도금된 탑이 조명을 받아 자태를 뽑내고 있다.
왓쌘 수카람 사원 법당의 부처님 양손을 반듯하게 펴고 있는 부처님의 모습이 다른 부처님과는 다른 모습이다.
왓쌘 수카람 사원의 장례운구차 나가가 5개인 장례운구차인데 왕씨엥통 나가는 7개인데 이것은 나가가 왜 5개 밖에 안될까?
대법전 뒤쪽 외벽에 유리공예로 만들어 진 ‘생명의 나무’ 생명의 나무는 생명의 탄생, 성장, 번영, 윤회를 설명하고 있으며 중앙 위쪽으로 부처님의 일생을 담은 장면이 묘사되어 있다.
유리공예 모자이크는 대법전의 한쪽 벽면에 그려진 생명의 나무, 두 건물 외벽에 그려진 수행하는 부처, 천상과 인간의 세계 등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인간 세계를 묘사한 벽화에서는 그 당시 평화로운 라오인의 일상을 살펴보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붉은 법당에는 와불상이 있는데 수 백 년을 한쪽으로만 누워 계셔 목디스크가 있을 것 같다는 엉뚱한 생각에 쑥스러운 웃음을 짓는다. 트로피타 도서관은 내부 입장이 가능하여 유리공예 벽사이에 난 창문을 이용하여 사진을 찍으려는 인파가 많아 줄을 서서 차례대로 사진을 찍는데 순서도 지키지 않고 심지어 사진을 찍고 있는 카메라 앞에 셀카봉을 들이 대지를 않나 앞을 가로막지를 않나 사찰 경내라서 참으려 했는데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
"어이 셀카봉 좀 치우고 줄 좀 서라. 줄. . ." 한국말로 큰소리와 함께 과장된 손짓으로 무식하게 응대를 해주었다. 종교는 틀리지만 경건한 마음으로 사원 경내를 구경하고 싶었던 마음이 깨져 버려 속이 상한 채로 길 건너편의 한적한 와쑤완나카리 사원으로 발을 옮긴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고풍스러움과 위엄을 갖춰진 사찰에는 관광객은 없고 동자승 몇 명이 예불하는 모습을 보며 흥분했던 나의 마음도 차분히 가라앉는 듯하다. 담장 밑에는 따가운 햇살을 받으며 벽돌과 기와 나르기 불사를 하는 스님들과는 대조적으로 무심한 표정의 댕댕이가 졸고 있다. 혹시 개팔자가 상팔자?
정오가 가까워 오는 시간임에도 거리가 한산한 것을 보니 대부분 근처의 폭포나 동굴 등 자연경관을 보러 간 것 같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들린 새벽 탁발이 시작되었던 왓쌘 수카람은 사원 전체가 새롭게 단장을 한 듯 깨끗하고 일부 시설은 지금도 보수 중이다.
딱히 설명은 못하겠지만 부티나는 사원이라고나 할까? 새롭게 단장한 와인칼러 지붕의 대법전 앞에는 황금으로 도금된 탑이 정오의 햇빛을 받아 유난히 반짝이고 마당 한구석에는 황금색의 장례운구 수레가 비치되어 있다. 수레 앞머리에는 5개의 나가가 장식되어 있는데 나가의 수가 운구되는 죽은 자의 신분을 나타내는 것이 아닐까? 조금 전에 왓씨엥통에서 보았던 왕의 운구수레의 나가는 7개였으니 5개는 왕보다 신분이 낮은 승려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이른다.
당겨진 일정으로 빡우동굴 (Pakou Cave)을 보고 바로 위엥짠행 기차를 타기 위해 예약한 차량 시간을 맞추기 위해 급하게 호텔로 향한다. 호텔 앞에 대기 중인 기아 스타렉스를 보니 순간 23년 9월 마다가스카르 칭기 국립공원 갈 때의 악몽이 떠올라 차량을 바꿀까 잠시 망설였으나 차량 내부도 청결하고 관리가 잘되어 있는 것 같아 그냥 타기로 하였다.
마다가스카르의 악몽이라? 지금과 같은 종류의 차량으로 불과 70km의 거리를 11시간만에 도착할 정도로 도로 상태도 최악이었지만 차량상태도 굴러다니는게 신기할 정도로 엄청스레 고생을 하였던 경험이다.
호텔에서 빡우 동굴까지는 30km로 차로 1시간 이내로 도착하는 거리인데 중간 중간 비포장도로의 터덜거림이 마다가스카르에 비하면 애교스럽기까지 하다. "이 세상에서 차로 갈 수 있는 최악의 길을 다녀왔는데 이 정도야."하며 코웃음을 치는 집사람을 보니 인간의 적응력이 새삼 대단하다는 것을 느낀다.
빡우동굴 위쪽의 탐펑 모습. 제멋대로 판 동굴 곳곳에 여러 개의 불상들이 모셔져 있다.
빡우동굴 아래쪽의 탐띵 모습 계단 오르는 초입에 있어 윗쪽 탐펑을 오르기 보다 쉬워 연세 드신 분, 신체가 불편하신 분들은 이곳에서 불공을 드린다.
메콩강 건너 편의 커다란 절벽에 빡우 동굴이 있고 그리로 가려면 쪽배를 타야 한다며 왕복 배 삵을 포함해서 입장료를 받는다. 쪽배를 타고 출발을 하였는데 갑작스레 배머리를 돌리더니 선착장에 늦게 도착한 스님과 동자승을 태운다.
‘아무리 스님들을 우대하는 나라이지만 우리에게 양해의 말 한마디는 해야 되는 거 아녀?’하며 푸념을 하였다가 집사람한테 한소리 들었다. 채 5분도 되지 않아 도착한 빡우동굴은 절벽 중턱에 있어 가파른 계단을 올라야 하는데 35도가 넘는 더위로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지친다.
그나마 오르는 도중에 불어오는 강바람으로 땀을 식히니 한결 낫다. 땀으로 범벅이 되어 도착한 빡우동굴은 크지는 않지만 동굴 안 이곳저곳에 스투파, 불상 그리고 그 주위로 다수의 미니아쳐 불상들로 만들어진 제단과 동굴벽을 파서 비치된 꼬마 불상 등으로 책이나 인터넷에서 접했던 것보다 더 허접스러워 실망 그 자체였다.
그러나 세계 어디를 다니면서 접하는 모든 것에 감탄하고 감동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작으면 작은 대로 허접 하면 허접 한 대로 있는 그대로의 의미를 되새기고 그것이 지니고 있는 아름다움, 그 자체의 존재를 인정하는 겸손한 마음이 진정한 여행자의 자세가 아닌 듯싶다.
“여기서 사진 찍으니 멋지게 나오는데. 당신도 이리로 와서 카메라로 찍어 봐요.” 이리저리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하는 집사람을 보며 규모가 작다고 허접 하다며 은근 무시했던 내가 살짝 창피하다.
빡우동굴은 지금 내가 본 위쪽은 탐펑(Tham Theung)이라고 하며 계단 초입에 있는 아래쪽 동굴은 탐띵(Tham Ting)이라고 하는데 탐띵 역시 작은 동굴에 작고 조악한 수십개의 불상을 계단식으로 나열하여 놓았다. 동굴 입구에서 구걸하는(돈을 달라지도 않고 눈만 맞추고 있는. . .) 꼬마들에게 사탕과 약간의 돈을 주고 육지로 향한다.
강변 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안주삼아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3일간 루앙파방에서 쓴 여행일기를 집사람과 공유하며 상큼한 강바람을 들이켜며 모처럼의 느긋한 시간을 갖는다.
생태환경뉴스 Eco-Times / 홈페이지: eenews.kr Eco-Times 한용성 여행작가 / 글.촬영 [前 금호타이어 사장. 現 케이프투자증권(주)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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