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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웅명의 동몽골 사막기행(2)]-축원과 기(氣)의 땅, 에네르기 센터-:생태환경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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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웅명의 동몽골 사막기행(2)]-축원과 기(氣)의 땅, 에네르기 센터-

Eco-Times | 기사입력 2023/05/04 [15:26]

[금웅명의 동몽골 사막기행(2)]-축원과 기(氣)의 땅, 에네르기 센터-

Eco-Times | 입력 : 2023/05/04 [15:26]

 

 

 

 



샤인샨드(Shainshand)의 아침이 밝았다. 난 사막 도시의 봄을 보고 싶었다. 크고 작은 행사가 벌어지는 광장 바로 옆에 있는 샨드플라자(Shand Plaza)호텔은 조용한 곳에 자리 잡고 있어 시내 구경하기에 편리한 곳이다. 호텔 밖 광장 주변의 나무들은 물이 올라 갓 돋아난 연두빛 잎사귀들을 세상 밖으로 선보이고 있다. 생명의 환희가 이곳에서 춤을 추고 있다. 다시 온 소생의 봄이다.

 



오늘따라 바람은 잠자는 듯, 고요하고 쾌적한 날씨다. 울란바타르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상큼 싸늘한 사막의 공기가 코끝을 맴돈다. 몽골 남녘의 봄은 예상한 만큼 빨리 오고 있다. 호텔 옆 극장 앞 선전 현수막에는 공연자들의 사진이 새겨져 있다. 사막 도시에도 창작 문화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샤인샨드 극장 공연 현수막의 공연자들  © Eco-Times

 



호텔주인이 모는 차는 샤인샨드의 남쪽을 향해 사막길을 달린다. 최근에 포장된 2차선 도로다. 지나가는 차를 도무지 만날 수 없는 조용한 길이다. 우리가 렌터카를 이용하길 원하자, 40대 후반의 무던하게 생긴 호텔주인이 기꺼이 우릴 안내하겠다고 나선다. 이들 부부는 스무 개 남짓한 룸을 지닌 소규모 3층 호텔을 운영하고 있고 시간을 내서 가이드를 하기로 한다.

 

달리는 랜드크루저 차창 밖으로 보이는 모래땅 사막엔 마른 풀들만 보인다. 나는 아직 풀들이 나지 않아 푸른빛이 감돌지 않는다고 하자, 그는 일 년 내내 누런 땅만 펼쳐져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 이곳은 모래땅으로만 이루어진 완전사막지대이다. 그런데 사막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간혹 양과 염소 떼가 보인다. 예상 밖의 풍경이다. 풀들이 자라지 않는 사막에도 가축이 산다는 말인가.

 

 

▲ 사막에도 가축이 자라고 있다. 경이로운 광경이다.  © Eco-Times

 

▲ 하마링히드 라마 불교 사원  © Eco-Times



간간이 고개를 내민 마른 풀을 먹고 이들은 자라고 있나 보다. 나에겐 경이로운 풍경이다. 태고적 빙하가 이곳을 휩쓸고 지나가 평지가 되었고 사막 속 아래에는 영구동토층이 형성돼 있어 수분이 스며져 있는 것인가. 40여 분 정도 포장도로를 달리자, 멀리 사막의 신기루처럼 큼직한 라마사원과 불탑이 보인다. 하마링히드(Hamarinhid, ‘히드’는 절이란 뜻)란 곳이다.

 

▲ 티벳 불교의 마니차와 하마링히드 사원, 사막의 사찰이라 생경한 인상을 주고 있다.  © Eco-Times

 



몽골의 불교유입은 기원 전 3 세기부터 기원 후 13 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3, 4세기 훈제국 시대에 불교가 유입됐고 징기스칸의 몽골제국 시대인 13세기부터 16세기에 불교가 번성했다는 기록이 있다. 그 이후 오늘날까지 라마불교는 몽골인의 생활 속에 국민종교로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징기스칸의 후손 가운데 한 명이 티베트 불교의 달라이라마가 돼 정신적 지도자로 활동했다고도 한다. 라마는 본디 ‘스승’ ‘큰 스님’이란 뜻이다. 오래전 샤인샨드 외곽인 이곳에도 라마 사원이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그 명맥을 유지하다가 속절없이 파괴되었다. 1990년 바로 그 자리에 지금의 하마링히드가 다시 면모를 드러냈다. 많은 불자들의 신앙심과 십시일반의 지원으로 재건축한 것이라고 한다. 불심 가득한 몽골인들의 염원과 노력이 더해진 결과였다. 많은 이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는 유서 깊은 사원이기 때문이다.

 

사막 한가운데 있는 사원이라 분말 같은 모래가 법당 밖 계단에도 모랫바람이 불어 소복이 쌓여 있다. 사막의 모래바람을 피해 갈 수는 없다. 법당 입구에는 사천왕상이 그려져 있다. 법당에 들어선 방문객들은 부처상 앞에서 나름대로 기원을 하고 돈을 살며시 놓고 간다.

 

나도 본존불 앞에서 가족의 무사 안녕을 기원하고 얼마간의 시주를 한다. 신심 깊은 불자는 아니지만 이곳에 왔으니, 모처럼 남들처럼 경건한 마음을 가다듬겠다는 뜻이다. 불경을 외는 라마승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 편에서는 방문객이 불상 앞에 앉아 있는 스님들에게 축원을 부탁하는 듯 무언가 말을 주고받는다. 스님은 함께 온 어린아이의 머리에 손을 갖다 대고 뭐라고 축원한다. 몽골인들의 불심이 법당을 가득히 채우고 있다.

 

 



인간의 업보는 무엇인가. 카르마(karma, 불교 힌두교에서 쓰는 용어로 ‘업보, 인연’의 뜻)는 삶을 영위하는 인간에게 항상 자신에 현존하는 자책감과 부족함을 깨우치게 하는 그 무엇이다. 하이데거는 ‘불안감(Angst)을 가진 존재’가 인간이라고 했다. 그래서 인간은 그 부족함을 메우기 위해 이곳을 찾고 있는 것은 아닌지.

 

▲ 하마링히드사원의 불상  © Eco-Times



모래땅 사막의 시원한 공기 마냥, 마음도 가볍게 법당을 나온 발걸음은 흰 불탑(stupa) 쪽으로 옮겨 간다. 커다란 불탑 앞에도 역시 사천왕 조각상이 서 있다. 위압감을 주는 얼굴표현이 무섭기도 하려니와 경외감을 준다. 공중에 매달린 줄에는 불경의 문구인지, 축원문인지, 노랗고 파란 헝겊 깃발들이 펄럭이고 있다. 큰 불탑 건물 안에 들어서니 탑 안은 온통 컴컴한 세상이다. 뭘 볼 수가 없는 지경이다.

 

방문객들의 핸드폰 액정화면에서 나오는 불빛으로 겨우 발걸음을 옮긴다. 뭔가가 벽에 조각돼 있는 듯한데, 도무지 알 길이 없다. 불교 관련 부조들이겠지 짐작만 하면서 몇 분간 암흑세계를 체험하고 불탑 안을 나선다. 밖은 갑자기 광명천지가 된 듯, 밝다. 아마 불탑 안 실내에 약한 전기조명시설이나마 설치하지 않은 까닭은 방문객들에게 ‘밝음과 어두움의 이치’를 깨닫게 하기 위한 의도인 것 같다. 한낮에 각성(Awakening)과 인생행로의 명암을 몽골사막의 한 곳, 하마링히드에서 느낄 줄이야.

 

‘동쪽의 사막’을 의미하는 도르노고비(Dorno Gobi)의 샤인샨드 근교에 있는 이 지역이 유독 영험한 이유는 무엇인가. 나는 그 궁금증을 안은 채, 하마링히드 근처의 에네르기센터라는 곳을 찾는다. 지구 자기장이 강하게 뿜어져 나오는 곳이라고 한다. 봄날의 햇빛은 그리 강하지 않게 이곳을 비추고 있다.

 

사막 구릉지대에 위치한 이곳은 나무나 풀 한 포기도 보이지 않는 텅 빈 곳이다. 땅바닥은 건조한 작은 돌멩이만 구를 뿐, 온천지가 붉은 듯 황톳빛으로 둘러싸인 파노라마 풍경이다. 입장료를 내고 올라가 찾은 이곳 중심구역에 하르호린(Harkhorin, 몽골제국의 옛 수도)의 에르데네조(Erdenezo) 사원처럼 사방 둘레에 많은 흰 불탑(소브륵)을 세워 놓고 그 안에 작은 건물과 어워(Ovoo)를 만들어 놓았다. 수많은 불탑은 무엇을 상징하는가. 인간 번뇌의 가지 수를 말함인가.

 

▲ 에네르기 센터, 샤인샨드(장정택 촬영)  © Eco-Times

 

 




건물 벽에는 진리를 찾는 눈이 그려져 있다. 방문객들이 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 나의 짧은 지식으로는, 이 얼굴 그림의 이마 사이에 또 하나의 눈이 그려져 있는 것은 ‘제 3의 눈’으로, 힌두교나 불교에서 지칭하는 ‘진리의 눈’ ‘지혜의 눈’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

 

힌두교 조각으로 파괴의 신인 시바 여신상에 특히 많이 나타나는 모습이다. 이 눈이 떠지는 순간, 타락한 세상은 파괴되고 새로운 질서가 온다는 의미이다. 라마 불교에 힌두교의 믿음이 어려 있는 증거인가. 건물 안 벽에는 불교 경전에 나오는 인물들이 부조돼 있다.

 



그런데 내 눈길을 끄는 것은 흰 불탑(소브륵)들 앞에 누워있거나 앉아 있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다. 같이 간 니마 교수가 푸르른 하늘을 보고 벌러덩 드러눕는다. 그녀가 드러누운 땅바닥에 많은 돌 조각들이 넓게 깔린 이유가 무엇일까.

 



바닥의 돌 색깔이 온통 붉다. 아하, 이곳이 신비스러운 기를 받는 곳으로써 땅바닥의 돌들도 기를 내뿜고 있나 보다. 더 나아가 이곳을 중심으로 반경 10km 구역이 기가 충만한 곳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이곳 분위기와 공기가 영험한 기운을 품은 듯 더 영험하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

 

난 미국의 아리조나(Arizona)주에 있는 세도나(Sedona)를 세 번이나 갔었다. 연중 관광객이 넘쳐나는 곳이다. 그곳 역시 붉은 기가 감도는 자연 암석과 토양에서 보텍스(vortex), 즉 기가 나온다는 곳이다. 나는 그곳에서 처음 느꼈던 그런 느낌을 이곳에서도 엇비슷하게 받는다. 그런데 실상은 감각적으로 내 몸 어느 부위도 달라진 것은 없다. 어떻게 느끼는가에 따라 사람들의 기분이 좌우되는가 보다. 어떤 이들은 좋은 기운을 느끼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어린이 같은 순수한 영혼이 좋은 기를 받아들일 것이다. 우리 대부분은 그동안 속세의 홍진에 묻혀 살았던 것은 아닐까.

 

땅바닥에 깔려 있는 붉은 돌들과 이곳에 마련해 놓은 어워(ovoo, 돌무더기)를 보니, 뭔가 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 같다. 지구과학에 관한 지식이 좀 있었더라면 이곳을 과학적인 지식을 동원해 이해할 터인데,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가 분명히 있긴 있을 터이다. 지구 자기장에 의해 N극과 S극을 가리키는 나침반이 존재하는데, 암석에서 나오는 어떤 성분이 이 현상과 관련돼, 보이지 않는 힘을 발산하는 것은 아닌지. 자연은 인간을 이모저모로 깨닫게 하고 성숙한 인간으로 만드는 교사이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일 뿐이다.

 

▲ 에네르기 센터를 중심으로 이 지역은 강한 자기장이 나오는 지역이라방문객들은 땅바닥에 드러누워 기를 받고 있다.  © Eco-Times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호텔주인 가이드가 우릴 안내한다. 보기에 그냥 평범한 곳이다. 그런데 울타리도 쳐져 있지 않은 모래땅 위에 큼직한 바위 같은 것들이 몇 개 놓여 있다. 2억 5천만 년 전에 이곳에서 생성된 나무화석이라고 한다. 바위를 자세히 보니, 나무등걸 모양이 신비롭다. 나무의 결까지 살아 있다. 이곳이 화산지대였던 까닭에 유기물질인 식물성 섬유소는 모두 타 버리고 나무등걸의 형태를 태고적 흙이 대신해 응축된 형태이다.

 

이곳에서 많이 나타난 화석들은 발굴 당시에 중국인들이 개인적 욕심으로 많이 가져갔다고 한다. 그들은 일찍이 화석의 가치를 알았던 것일까. 이 고비 지역은 태고적 지구 역사를 보여주는 보고이다. 고비에서 많은 공룡화석이 발굴되는 까닭은 수 억년 전, 이곳은 수변 지역이었고 많은 동식물이 서식했다는 증거이다. 남고비에서 발굴된 타르보사우루스 (Tarbosaurus) 공룡화석은 몽골의 보물로 북미 대륙에서 발굴된 티라노사우루스와 쌍벽을 이루고 있다.

 

▲ 나무의 결이 살아 있는 화석  © Eco-Times

 



나무화석이 놓인 모래땅 이곳저곳에는 작은 생명들이 고개를 빼곡이 내밀고 있다. 키가 작은 들풀 두 종류가 땅에 붙어서 자라고 있다. 호텔주인이 그 가운데 하나를 먹을 수 있다고 하면서 한 가닥을 뜯어서 나에게 건넨다. 마치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진한 파 맛이다. 아마 파 과에 속하는 사막식물인가 보다. 일종의 야생부추 같다.

 

▲ 사막에도 생명은 자란다  © Eco-Times



도르노고비(동고비) 이곳은 죽어 있는 사막이 아니다. 기가 넘치고 생명이 꿈틀대는 대지이다. 수 억 년 전 숲이 있었던 현장에서 아직도 끈질기게 뿌리를 내려 자라고 있는, 가느다란 줄기가 여럿인, 알싸한 파 맛을 내는 사막의 들풀이 산다. 이 곳을 뒤로 하고 우리는 또 한 곳으로 향한다.

 (3편으로 이어집니다)

 

Eco-Times 금웅명 고문producerkum@daum.net (前 SBS보도특집부장, 대구방송 보도국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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