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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웅명의 문화기행 /몽골단상(9) - 4] -남 고비, 바이칼 그리고 꽃과 물-:생태환경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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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웅명의 문화기행 /몽골단상(9) - 4] -남 고비, 바이칼 그리고 꽃과 물-

Eco-Times | 기사입력 2023/08/23 [08:09]

[금웅명의 문화기행 /몽골단상(9) - 4] -남 고비, 바이칼 그리고 꽃과 물-

Eco-Times | 입력 : 2023/08/23 [08:09]

 

 

 

▲ 화가 로만의 연인 크세니아(Ksenia, 22)와 함께 부르한 곶(Cape Burkhan)에서, 왼쪽이 필자뒤에 보이는 부르한 바위는 시베리아 샤먼의 시원지이면서 많은 신화를 간직하고 있다.

▲ 저녁 무렵, 알혼섬 부르한(Burkhan) 바위를 배경으로 기념촬영하는 여행객들

 

알혼섬 선착장을 출발하면서 일행은 멀어져 가는 인간 영혼의 고향과 작별을 고한다. 언제, 다시 한번 이곳을 찾을 것인가. 일행은 대자연의 원시성과 순수함을 마음속 깊이 느낀 곳이다. 고결한 시베리아 샤먼의 신비함과 바이칼의 백조 신화와 유사성을 지닌 나무꾼과 선녀설화의 배경을 깨달은 곳이고 배운 곳이다.

 

▲ 멀어지는 알혼(Olkhon)섬, 알혼섬을 떠나는 페리 선상에서

 



푸른 바이칼에 잠겨 있는 알혼섬을 뒤로 한 채, 우리는 하루 만에 이르쿠츠크를 거쳐 바이칼 남단 마을 리스트비양카(Listbyanka)까지 가야 한다. 일행은 섬의 선착장에서부터 같은 마이크로버스를 탄 한국 젊은이를 만난다. 그는 보기에 여유 있는 사내로 보이는데, 상트페테르부르그와 모스크바를 거쳐 이곳 알혼섬을 찾았다고 한다.

 

▲ 남쪽 이르쿠츠크로 향하는 2차선 도로

 

▲ 코사야 스텝(Kosaya Step) 마을 휴게소에서 쉬고 있는 여행객들

 

이르쿠츠크로 남하하는 길은 여름 휴가철이라 차량들이 분주하게 오가고 있다. 두 시간가량 달린 일행이 탄 차는 어느 마을 목조 건물 앞에 선다. 이곳은 승객들이 볼일을 보고 카페에서 점심식사를 할 휴게 장소이다. 이 마을 이름은 코사야 스텝(Kosaya Step)이라고 젊은이가 스마트폰의 GPS 지도를 가리키며 일러준다.

 

일행은 네자부아카 카페(Cafe Nezabuaka)라는 간판이 붙어 있는 건물 베란다에서 간단한 요기를 한다. 카페 건물 앞 빈터에는 오고 가는 차량들이 서 있고 이를 이용하는 여행객들은 나무 기둥 의자에 걸터 앉아 잡담을 나누며 쉬고 있다. 더운 여름 한낮의 한가로운 풍경이다.

 

 

이곳은 아마 겨울이 찾아들면 오가는 차와 찾는 이들이 거의 없어 황량한 시베리아의 벌판 풍경을 연출할 것이다. , 이곳 역시 몽골 고원과 마찬가지로 여름에만 활발하게 생의 약동(elan vital)을 느끼게 하는 삶의 공간이리라. 저 멀리 마을 농장을 일구는 농기계 차가 지나가기도 한다.

 

 

일행이 탄 승합차는 두 시간을 더 달려 이르쿠츠크 시내로 진입한다. 이르쿠츠크 중앙시장(Central Market)에서 다른 마이크로버스로 갈아탄 일행은 시내 한 켠을 지나 앙가라 강변 풍경을 보며 바이칼 남단 호안 마을 리스트비양카(Listvyanka)로 향한다.

 

차가 나아가는 2차선 도로 양켠은 내가 좋아하는 자작나무 숲이다. 이곳이 알혼섬 오프로드 도로보다 훨씬 더 풍요로운 느낌을 주는 이유는 싱그러운 자작나무들이 들어서 있기 때문이다. 승합차로 한 시간 남짓 걸리는 거리에 있는 리스트비양카는 마야크(Mayak) 호텔이 있는 선착장을 중심으로 호안은 물론, 산책을 위한 호안 도로와 나란히 형성된 마을 주변은 여름 여행객들로 북적인다.

 

 

▲ 리스트비양카 마을의 바이칼 호수, 호안욕을 즐기는 여행객들과 호안도로

 

▲ 리스트비양카(Listvyanka) 호안마을, 왼쪽 큰 건물이 마야크(Mayak) 호텔이다

 

▲ 가장 더운 날, 예약 호텔을 찾아가는 마을 길을 걷는 일행

 

▲ 일행의 숙소 다우리아 호텔(Dauria Hotel), 리스트비양카

 

우리는 호안 도로를 따라 걷다가, 도로를 건너 오른쪽 마을로 들어서서 예약한 호텔을 찾는다. 바이칼 호안은 수영하는 여행객들로 즐거움이 가득한 풍경이다. 바이칼의 푸르고 시원한 물이 이들을 품고 있다. 호숫가는 깨끗한 자갈밭이다. 호안 산책로를 따라 군데군데 작은 쓰레기통이 보였는데, 이제는 아예 보이질 않는다. 설치됐던 쓰레기통을 치워버렸다. 쓰레기를 아예 버릴 수 없게 조치를 취해 놓았다.

 

그러나 내 짐작과는 달리 다우리아 호텔(Dauria Hotel)은 금방 나타나지 않는다. 8월 초 가장 더운 한여름, 그것도 정오경, 푸른 바이칼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한창 더운 날씨이다. 섭씨 40도 기온이 온몸을 데우고 있다. 시베리아의 여름도 만만하지가 않다. 뜨거운 한낮 태양 아래 배낭을 맨 일행의 어깨가 더 무겁게 느껴진다. 일행은 산등성이에 들어선 마을 길을 따라 이리저리 헤매다 가까스로 예약한 호텔을 발견한다.

 

, 세 블록을 돌아 겨우 찾아낸 호텔은 목조 2층 건물로 아담하다. 말이 호텔이지, 마치 어느 큰 집에 들어선 느낌이다. 호텔 여주인 갈리아(Galia)가 일행을 맞아 숙소 방을 배정해 준 뒤, 이곳 지도를 주며 마을 안내를 한다. 그녀는 선착장 부근의 피시 마켓(Fish Market)’을 가장 먼저 추천한다. 그런 다음 바이칼 박물관, 바이칼 뷰 포인트(Baikal View Point, 전망대)도 가볼만한 곳이라고 알려 준다.

 

 

▲ 바이칼 뷰 포인트(전망대) 이곳에서 바이칼호수가 까마득히 내려다 보인다.

 

일행은 샤워를 마친 후 마을에 있는 어시장(Fish Market)으로 향한다. 호텔에서 걸어서 20분 걸리는 어시장은 시베리아 특산의 자작나무로 만든 접시, 컵 받침대 등 목제공예품과 다양한 색을 발하는 아름다운 광석으로 만든 팔찌, 목걸이 등의 장신구, 수버니어 제품들이 판매대를 메우고 있다. 넘쳐나는 나무의 고장, 풍부한 광물자원이 매장돼 있은 시베리아의 특산품이 이 고장을 대표하는 이미지 상품이다.

 

우리는 바이칼 차(Baikal Tea) 판매대에 들러 저마다 몇 봉지씩 특산 차를 산다. 내가 이 차를 좋아해 동행들에게 힘주어 추천하는 특산품이다. 남 고비 차도 마셔봤지만 다소 텁텁했다. 이와 달리 바이칼 차가 단연 냉 한대의 맛을 내는 기호 식품이다.

 

봉지에 든 말린 찻닢들은 여러 종류의 이곳 야생식물의 풀잎을 채집해 건조한 것이다. 아마 바이칼의 신선한 물, 강렬한 태양과 차가운 대기를 먹고 자란 결정 같은 것이리라. 시베리아 한대(寒帶)의 화한 맛을 내는 차(). 과장해서 표현한다면, 고귀한 영혼이 살아 숨 쉬는 이곳의 차디찬 들판에서, 여름 한 철 강한 태양 아래 자라나는 이런 식물은 아마 허브 종류일 것이다.

 

 

▲ 여러 종류의 바이칼 차(Baikal Tea) 상품들

 

▲ 싱싱하게 보이는 딸기

 

시장을 한 바퀴 돌아 나오는데 빨간 딸기가 비닐 컵에 담겨 손님을 기다린다. 시베리아 들판의 딸기인가. 눈길을 끈다. 붉은 색깔이 눈에 띌 정도로 진하다.

 

특히 어시장 입구에는 바이칼 특산품인 훈제 오물(omul) 생선을 파는 곳이 많이 눈에 띈다. 바이칼의 맑고 깊은 물에서만 잡히는 생선이다. 일행은 이곳에 왔으니 먹어 볼 일이다. 일행은 훈제 생선 몇 마리를 산다. 나 선배는 두 종류의 작고 투명한 훈제 생선 열 마리를 술안주로 구입한다. 한 마리당 80루블, 다른 하나는 100루블이다. 손가락 굵기의 작은 훈제 생선값이 싼 편은 아니다.

 

시장 한 건물 2층 베란다에서 우리는 바이칼 전경을 내려다보며 조금 전에 산 훈제 생선 맛을 본다. 자작나무 연기로 익힌 오물은 텁텁한 연어 맛이다. 호텔로 돌아온 일행은 호텔 정원에서 근처 수퍼마켓에서 산 캔 맥주를 마신 후, 고소한 훈제 생선 안주를 씹으며 지난 여정을 되돌아본다.

 

일행은 밤이 이슥하도록 얘기꽃을 피운다. 이야기 주제가 항상 무겁다. 생각이 깊어진다. 내일은 보름 동안 탐사 여정을 함께 했던 일행과 헤어지는 날이다. 이제 일행의 여정을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는 심중의 가벼움과 그동안 고락을 함께 나누었던 일행과 헤어져야 한다는 섭섭함이 뒤섞여 있다.

 

우리는 자정이 넘어서야 조촐한 이야기판을 끝낸다. 숙소를 나와서 배 선배, 나 선배와 함께 근처 길목 가파른 언덕의 ‘24시간 레스토랑네온사인 간판이 반짝이는 한 곳을 찾는다. 자정을 훌쩍 넘은 바이칼 호안 마을의 밤이다. 셋은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야외 좌석에 앉아 얘길 계속한다. 자정이 넘었는데도 이 고급 호텔에는 관광객들로 성업 중이다.

 

 

이곳 메뉴판을 보니, 오물(Omul) 사시미가 있다. 얼씨구나, 나는 생맥주와 이 메뉴를 주문한다. 한참 후에 나온 오물 회를 맛본다. 내가 기대했던 이상의 맛이다. 싱싱하다. 민물 생선과 바닷물 생선의 맛이 절반으로 섞여 있다. 이런 맛이 있을까. 난생처음 먹어 보는 희한한 맛이다. 생선 살에 뿌려진 올리브 오일 드레싱이 입맛을 돋운다. 드레싱에 약간의 소금간도 더해진 것 같다.

 

 

▲ 시장 풍경

 

▲ 바이칼 특산 훈제 생선 오물(omul)

 

리스트비양카의 아침. 일찍 일어난 214호실의 나와 배 선배, 혼자 방을 쓴 16호실의 나 선배는 약속시간에 숙소 정원에서 만난다. 정원에는 불그스레한 까치밥나무 열매를 비롯해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금낭화, 노란 금잔화, 흰 다리아가 아침 인사를 한다.

 

▲ 까치밥 나무



▲ 금낭화



우리는 아침 공기를 마시며 마을을 한 바퀴 돌아 바이칼 호수로 향한다. 호숫가 도로는 산책하기에 좋다. 동네 길섶에 핀 분홍바늘꽃과 보송보송한 꼬리조팦, 키가 멀쑥하게 큰 흰 톱풀이 우리를 반긴다. 졸졸 흐르는 개울가의 들꽃도 함초롬히 피어 있다.

 

▲ 꼬리조팝


               

▲ 해란초

 

이윽고 우리가 도착한 바다 같은 호숫가에도 노란 해란초가 아침 녘 물안개를 엷게 품고 있다. 푸르른 호수를 배경으로 얼굴을 내밀고 있다. 무리 지어 핀, 흰 쑥부쟁이도 호수를 바라보고 있다. 물의 생명이 있는 곳에 또 다른 싱싱한 생명이 자라고 있는 현장이 바이칼이다.

 

 

▲ 쑥부쟁이

 

꽃의 아름다움은 그냥 아름답기 때문이 아니다. 조화(harmony), 대칭(symmetry), 대비(contrast)의 디자인을 가졌기 때문이다. 꽃과 꽃받침, 잎의 절묘한 조화를 눈여겨보아야 한다. 한 치의 허술함도 보이지 않는 완벽한 대칭의 조형미를 알아야 한다.

 

꽃잎에 있는 무늬를 꿀점이라고 하는데, 이것과 강한 대비를 이루는 꽃들이 곤충을 끌어들인다고 한다. 약용 식물에는 약효가 뛰어난 각종 성분이 있어 인간의 생명을 구한다. 삼지구엽초가 그렇고, 구절초가 그렇다.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가 자원이 되고 생명문화유산이 되는 시대이다.

 

외국으로 흘러간 우리의 많은 토종 식물들이 해외에서 개발되어 다시 한국으로 들어오고 있다. 비싼 로열티를 지불한 채. 지금은 종자전쟁 시대이다. 우수한 유전자를 가진 원종 확보를 해야 한다.

(김정명 한국토종 야생화 전문가의 견해)

 

남 고비(Gobi), 바이칼(Baikal)의 들꽃들은 대부분 한반도에서도 자생하는 식물들이다. 이러한 꽃들을 보면서 자연 생태계가 건강해야 인간 생활도 풍요로움을 실감한다. 그리고 우리 것을 지켜야 한다. 몽골 대륙, 시베리아 대륙의 꽃들도 유심히 볼 일이다. 대부분 이곳에 핀 꽃들이 한반도에도 핀다.

 

원시성이 살아있는 대륙에 서면 인공적으로 마구 개발, 급속도로 나아가는 한반도가 보이는 것인가. 꽃과 물이 있는 그대로, 조화롭게 어우러진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공간, 그것은 인간생존과 여유로운 생활의 절대조건이다. 거대한 명제가 아닌 소박한 꿈을 남고비, 바이칼 여정에서 꾸어 본다. 나만의 한여름 밤의 꿈은 아닐 것이다.

 

*몽골단상(9) - 5편은 다음으로 이어집니다

 

Eco-Times 금웅명 고문producerkum@daum.net

[MNB (몽골 국영방송국) 방송 자문관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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