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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웅명의 문화기행 /몽골단상(10)-1] -셀렝게(Selenge)네 집 가을 풍경-:생태환경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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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웅명의 문화기행 /몽골단상(10)-1] -셀렝게(Selenge)네 집 가을 풍경-

Eco-Times | 기사입력 2023/09/04 [18:30]

[금웅명의 문화기행 /몽골단상(10)-1] -셀렝게(Selenge)네 집 가을 풍경-

Eco-Times | 입력 : 2023/09/04 [18:30]

 

 

▲ 다르항(Darkhan)으로 향하는 2차선 도로를 달리는 자전거 여행 길손

 



늦가을 시월 상순에 접어들었다. 나는 이왕 시작한 그림 그리기를 큰 수채화 작품으로 남기고 싶던 차에, UB 포럼 모임이 끝나고 블루스카이 빌딩 1층 커피숍에서 차를 마시고 헤어지던 일행 가운데 이 지사장(의약품 회사)이 울란바타르 북쪽 지방인 셀렝게(Selenge)로 밀밭 구경을 가자고 제안한다. 그가 차를 가지고 있어 그곳으로 안내하겠다고 한다.

 

나는 몽골 고원의 바람이 부는 대로 누런 파도가 일렁인다는 넓디넓은 대지의 밀밭에 이끌렸다. 고흐의 가을 들판 그림이 생각났다. 갑자기 그곳으로 가서 그림을 그리고 싶은 마음에, 나는 그의 제안에 선뜻 동의한다.

 

그래서 사진 촬영을 취미로 하고 그림 그리기를 시작한 장 자문관에게 동행 의사를 물어보고 최종 답을 주기로 한다. 그리고 가능하면 몽골어를 하는 이가 동행했으면 하는 이 지사장의 아이디어가 덧붙여진다. 합석한 임 총무가 그의 동행 여부를 알아보겠노라고 하면서 우리는 헤어진다.

 

이튿날 아침, 뜻을 같이하는 일행인 나를 포함한 장 자문관, 이 지사장, 통역, 네 명이 블루 스카이 주차장에서 만난다. 아침 기온이 쌀쌀하다. 최근 기온은 시월에 접어들어 영상 1, 2도로 떨어지고 있다.

 

나는 숙소에서 얇은 하의 내복을 입고 나왔는데도 아침 찬바람이 성가시고 몸이 오싹할 정도로 춥다. 몽골의 이즈음 기온을 익히 알고 있던 터인데도 항상 북극의 찬바람은 이겨내기가 힘들다. 살을 에워온다.

 

어제 사 둔 큰 화판을 보관해 둔 김 치과 건물 앞에서 간호원 오기(Ogii)가 출근하기를 30분가량 기다린 끝에 어느새 한기가 저며온다. 몽골의 추위는 정말 성가실 정도이다. 블루스카이 주차장에서 일행을 만난 나는 히터가 나오는 차에 타자 안온함에 잠긴다. 일행은 새로운 여행지에 잔뜩 기대를 걸며 북쪽으로 달려간다.

 

▲ 다르항(Darkhan)으로 가는 도중에 차에서 내려 쉬고 있는 일행

 

▲ 일행이 쉬면서 바라본 가을 초원길, 가는 곳이 곧 길이다

 

푸르던 초원은 이제 더 이상 녹색 들판이 아니고, 어느새 누런 옷을 입고 있다. 여름의 생명력이 사라진 들녘은 소멸(das Vergehen)의 색깔이다. 그러나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생명과 결실을 함께 잉태한 그 들판인지도 모른다.

 

생명력을 지닌 식물성 개체 하나하나가 긴 겨울을 버티면서 또 다른 형태로 태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몽골의 가을은 생명의 에너지를 잉태하고 있는 가을이다. 인간의 의식은, 존재를 품고 있는 대자연이 변하면서 이에 따라 상념에 잠기게 되나 보다.

 

지난주 나에게는 아버지와 같은 삼촌께서 이 세상을 떠나셨다. 어린 시절, 초중고 때 나를 돌보아 주시던 삼촌을 떠나보내고 나는 지금 쓸쓸한 가을을 맞고 있다. 황량한 풍경이 나를 옛날로 돌아가게 만든다. 나의 어린 시절은 그의 지도와 훈육방침에 따라 성장기를 보냈다. 그가 가시던 날, 고향에서는 비가 하루 종일 억세게 내렸다고 한다.

 

창밖의 황량한 풍경이 고독하게 보인다. 인간은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하이데거의 사유처럼 죽음에로의 존재(das Sein zum Tod)'일 수밖에 없다. 우리는 죽음으로 줄달음쳐 갈 뿐이다.

 

다르항(Darkhan)으로 향하는 길은 가축 먹이 건초를 잔뜩 실은 차량이 간혹 보인다. 2차선 도로는 그래도 포장이 돼 있어서 초원길 오프로드에 비해 편리하다. 그러나 움직이는 존재는 속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그 시작점과 종착점이 결국 같다.

 

우리는 왜 그리 발버둥을 치면서 살아야 하는지... 일행이 탄 차 앞을 달리는, 건초를 실은 작은 트럭의 모습이 위태롭게 보인다. 한쪽으로 기울어진 채 건초더미를 싣고 기우뚱한 모습으로 달리고 있다. 자칫 넘어질 것 같다. 전복사고라도 나면 안 될 터인데.

 

▲ 다르항 가는 길

다르항(Darkhan) 시의 전경이 잘 보이는 언덕에 올라 일행은 시가지를 내려다본다. 몽골 부락은 어딜 가든지 지평선을 따라 평평하다. 입체적인 도회지 모습에 길들어진 일행에게는 이채롭게 보인다. 넓은 평원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일행은 차를 세우고 휴대용 버너로 끓인 라면으로 점심을 대신한다.

 

▲ 다르항 언덕에서 내려다본 시가지 일부 풍경



 울란바타르에서 200km 거리를 네 시간가량 달려 도착한 다르항(Darkhan)은 펑퍼짐한 들판 도시이다. 인구가 10만이라고 이 지사장이 일러준다. 1960년대 러시아의 막대한 지원으로 조성된 도시이다. 사회주의 시절, 산업기지 역할을 한 곳이다.

 

지난 시절 조성된 기차역 부근의 구도시와 최근 들어 조성된 남쪽의 신도시로 구분돼 있다. 인구가 적어 그런지 다르항은 마냥 평화스럽다. 산업의 활기를 전혀 느낄 수 없는 도시처럼 보인다. 계획경제로 나라가 돌아가던 옛적에는 공장 노동자, 트랙터 기사, 광산 노동자, 공무원들로 북적이던 도시였을 터인데.

 

▲ 밀 농사 지역이 가까워지면서 도시 초입 환영 탑 위에 밀이 조각돼 있다.

 

 

▲ 다르항 시장 일각, 싸이의 ’강남스타일‘ 영상이 이동통신사 선전물로 걸려 있다

 

▲ 시장 한켠 판매대, 이맘때 많이 수확, 생산되는 잣



일행은 이 지사장이 안내하는 시장터로 발길을 옮긴다. 다르항 시민들로 북적이는 곳이다. 사람들의 냄새가 풍기는 현장이다. 옷가게, 모자가게, 일용품 가게가 늘어서 있다.

 

울란바타르의 재래 전통시장인 나랑톨(Narantuul) 시장에서 보았던 품목들이 엇비슷하게 거래되고 있다. 중국산 일용품들이 가득하다. 남쪽으로 붙어 있는 나라의 값싼 공산품을 피할 수 없는 게 몽골 소비시장의 현실인 것 같다.

 

건물시장 안 판매대에 최근 들어온 가전제품들이 많이 보인다. 핸드폰 판매대에는 삼성 갤럭시 노트 5 제품들이 고객을 기다리고 있다. 몽골 지방 도시까지 한국산이 와 있다니 한국의 상품경쟁력을 실감한다.

 

그런데 갤럭시 노트 7까지 나왔다는데, 아직 이곳까지 오려면 시간이 다소 걸릴 것 같다. 상품의 구매력은 이들 수입과 비례할 터인데 아직도 값이 싸고 실용적인 상품들이 이들 수요를 만족시키고 있다.

 

일행은 육고기 건물 시장에 들린다. 벌건 가축의 고기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고기가 풍부한 곳이 몽골이다. 고기값은 한국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싼 값이다. 노마드, 유목민에 의해 5천만 두의 다섯 가축이 방목되는 생산현장이 몽골이다.

 

나는 울란바타르 시내 서커스극장 옆 미르꾸리 시장에서 육고기 시장을 일찍이 본 터라, 별다른 느낌은 없으나 벌건 고기 판매대가 진풍경이다. 무엇보다 인간의 존엄은 식자재를 넘어 식자원의 근본적인 해결에서부터 먼저 시작되어야 하나 보다.

 

육고기를 말려 포로 만들어, 일용식을 준비한 기마군단이 중동지역, 유럽 대륙으로 진공, 석권한 옛 몽골제국의 병참 시스템을 이해할 것 같기도 하다. 옛 몽골기병들은 말을 타고 가며 육고기 포를 뜯었다고 한다. 그들은 식사시간을 줄여가면서 기동성을 앞세웠다. 신출귀몰한 군사들이었다.

 

▲ 다르항 시장의 육류 판매점



다르항(Darkhan)을 떠나 두 시간가량을 달려 셀렝게(Selenge) 아이막의 국경도시 수흐바타르(Shkhubaatar)에 도착한 시간은 해가 진 저녁 시간이다. 사방은 벌써 캄캄한 가운데 우선 잠자리를 찾는 일이 급하다. 일행은 비교적 좋다는 셀렝게 호텔로 찾아 든다.

 

21실 요금이 62,000 투그릭. 아침부터 추위에 떨었던 참이라, 몸을 녹이기 위해 우선 뜨거운 물에 샤워부터 하고 싶다.

 

화장실 변기통의 물이 바닥으로 새고 있고, 옆에 붙어 있는 샤워실에는 칸막이도 없다. 제일 좋은 호텔이라는데, 이 정도가 몽골 숙박업소의 현주소이다. 변기의 물이 새고 샤워 후의 물이 튄 흥건한 바닥은 불쾌감을 준다. 작은 냉장고가 있는 한쪽 벽면의 벽지는 뜯어져 있다. 밖의 날씨는 춥기만 한데 쾌적함과 거리가 먼 호텔 방이다. 숙박 서비스업의 기본조건이 손님에 대한 섬세한 배려일 텐데...

 

일행은 호텔방안에서, 수퍼마켓에서 산 몽골 보드카와 맥주를 마시면서 여러 이야기를 나눈다. 이상한 행태를 보이는 북한의 김정은 집단에 관한 얘기부터 최근 시행된 부정 방지를 위한 김영란 법까지 이야기는 이어진다. 국경도시 수흐바타르의 밤이 깊어가고 있다.

 

▲ 멀리 보이는 저녁 수흐바타르 시가 전경


▲ 셀렝게 호텔 국기 게양대의 몽골 노래 가사, 오른쪽이 필자

 

아침 일곱 시, 수흐바타르(Sukhubaatar) 시가지 모습이 궁금해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온다. 벌써 장 자문관은 2층 호텔 복도 창문에서 밖을 내다보며 뭔가를 촬영하고 있다.

 

이제 시베리아 포플러의 가로수 잎이 힘을 다한 모습이다. 힘겹게 달려 있는 마지막 낙엽들의 모습이 을씨년스럽다. 구시가지 기차역 부근에 자리잡은 호텔 앞마당의 국기 게양대에 몽골어로 시구절인지, 새겨져 있다. 몽골어를 아는 동행이 해석해 준다.

 

정겨운 고향

꽃망울 보살피는

즐거운 봄 찾아오면

강물은 노래하고

만년설은 미소 짓네

 

▲ 항가이 산에서 발원해 북쪽 바이칼 호수로 흐르는 셀렝게(Selenge) 강, 길이 1,024 km몽골 – 러시아를 흐르는 이 강은 셀렝게 아이막의 밀농사 들판을 기름지게 하고 있다

 

이들이 나라를 사랑하는 표현은 언제나 자연이 대상이고 소재이다. 몽골횡단열차가 100km 떨어진 남쪽 다르항시를 지나 이곳 수흐바타르로 올라오는 이곳은 러시아와 국경도시로, 셀렝게 아이막(Aimak, , 도 단위의 행정구역)의 중심도시로 인구는 2만 수준이라고 한다.

 

사회주의 시절의 분위기를 그대로 풍기는 길엔 간혹 아침 일찍 일터로 향하는 남녀가 보인다. 웅크리며 추운 길을 걷는 이들의 모습이 영화 속 엑스트라처럼 슬며시 다가왔다가는 어디로 사라진다.

 

기차역 앞엔 옛 철마인 기관차 한 량이 덩그러니 전시돼 있다. 아마 러시아와 몽골을 오가며 몽골경제를 지탱한, 사람과 화물을 수송한 고마운 운반수단이었으리라. 이 부근에는 석탄광산과 금광이 산재해 있어 이 지역이 중요한 산업기지 역할을 하는 곳임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 사이한 언덕으로 오르는 길

 

▲ 사이한(Saikhan) 언덕, 몽골 – 러시아 국경 몽골 쪽에 위치한 언덕

 

▲ 사이한 언덕에서 조망한 셀렝게강, 이 강은 흘러 북쪽 바이칼 호수로 흐른다



식사를 마친 일행은 사이항(Saikhan)언덕에 오른다. 이 지역 전투에서 승리한 징기스칸이 메르키트 부족의 족장 딸인 훌란(Khulan)을 맞아들인 곳이다. 13 세기에는 부족 사이의 싸움에서 이기면 승리한 우두머리에게 패자 우두머리의 딸까지도 바쳤던가 보다.

 

자세한 스토리는 알 길이 없으나, 큰 바위 앞 안내판에는 징기스칸과 훌란, 이 둘의 부조까지 새겨 놓았다. 징기스칸의 공식 배우자는 일생을 통해 50여 명에 가까운 숫자였다고 한다. 그 한 예가 승리한 적지인 메르키트 부족의 땅에서 두 번째로 배우자를 취했다는 걸 보면, 당시 상황을 상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당시는 일부일처의 개념이 아니다. 옛 유목민의 우두머리는 그녀를 전리품으로 대했던 것은 아닌지. 800여년 전 유목 사회의 관습이 지금 시점에서 생각하면 얼른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녀는 머리가 영리하고 아름다워 징기스칸이 사랑했던 부인이라고 한다.

 

뭔가 두 인물 사이의 멋진 에피소드가 스며져 있으리라. 인구 몇십만 되는 게르(Gher, 전통 이동집) 공동체 생활에서 숫컷은 종족보존을 위해 가능한 한, 많은 수의 암컷을 취한 옛적의 원시성이 살아 있는 몽골대륙이다.

 

셀렝게(Selenge)를 다녀온 몇 개월 후, 나는 징기스칸 전쟁에 빠져 책을 통해 이 둘의 스토리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알 수 있었다. 800여 년 전 몽골대륙은 씨족, 부족들 간에 뺏고 뺏기는 살육전쟁이 감행되는 현장이었다.

 

보르지긴 부족의 징기스칸이 보복전쟁을 벌이기 전, 젊었으나 힘이 없을 때 그는 아내 보르테(Burte)를 이웃 부족인 메르키트 부족에게 빼앗긴다.

 

그는 마음의 아픔을 간직한 채 부르한 할둔(Burkhan Khaldun) 산에 피신해 있으면서 협력자를 모으고 힘을 길러 복수 전쟁에 나서게 된다. 지금 몽골 동쪽의 타타르 부족을 완전섬멸한 다음, 북쪽 바이칼 동남쪽지역의 메르키트 부족을 격파하고 약탈을 벌였다.

 

▲ 메르키트 부족 땅을 점령, 징기스칸은 이 언덕에서 훌란(Khulan) 왕비를 맞아 들인다징기스칸과 훌란, 사이한 언덕 큰 바위에 두 인물에 관한 역사적 사실을 부조로 새겨 놓았다



거의 메르키트 부족이 패망할 즈음인 1204년 가을에 귀족풍의 노인이 여자아이 하나를 데리고 징기스칸을 찾아온 것이다. 그 현장이 우리가 방문한 사이한(Saikhan) 언덕인 것 같다. 부족장 딸의 이름이 훌란(Khulan)이고 미모였다.

 

메르키트 세 부족 가운데 하나인 코아스(Qoas)부족의 수령 다이르 우순(Dayir-usun) 그는 징기스칸에게 딸을 바치며 항복 겸 구원에 대한 용서를 빌려는 참이었다. 그래서 두 인물이 상면해 딸 훌란을 바치면서 용서를 구했고 징기스칸은 그를 용서했다.

 

미모가 뛰어난 훌란은 순수한 처녀로서의 몸 검사를 거쳐 보르테(Burte)에 이어 정부인(훌란왕후, Khulan Qatuun)이 되었고 징기스칸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고 한다.

 

당시 초원의 전쟁은 이웃 부족이 순순히 항복하면, 받아들여 이들을 같은 몽골 민족으로 대우했고, 저항하거나 배반하면 철저히 도륙을 내는 상황이었다. 그러면서 적 부족의 가축과 재산, 그리고 쓸 만한 여인들과 아이들을 취하는 게 초원의 질서였다.

 

인적자원이 부족하던 당시에는 아이들은 노예로 삼기도 했다. 이제 징기스칸의 마지막 남은 적은 나이만(Neiman)부족이었다.

 

▲ 징기스칸과 쿨란 부조 앞의 필자(좌)와 일행을 안내한 이봉호 지사장

 

▲ 사이항 언덕 위의 두 사나이 조각상

 

몽골의 서부 산악지역에서 시작한 셀렝게(Selenge) 강은 알혼(Olkhon) 강과 합류해 이곳을 흘러간다. 구불구불하게 휜 강의 모습이 장구한 세월의 흔적을 말해주는 듯하다. 강줄기도 세월의 흐름과 함께 몇 차례 변했으리라.

 

이 강은 몽골평원과 시베리아 벌판을 흘러 바이칼로 흘러든다. 멀리 러시아지역의 시베리아 풍광이 아침의 기운을 받아 그윽하게 밝아오고 있다. 넓고 넓은 시베리아의 한 지점에 일행이 서 있다. 강이 흐르는 면적이 30만 평방 km라고 한다.

 

발아래 먼 곳에서는 말들이 마른 풀을 한가로이 뜯고 있고 강변으로는 러시아로 향하는 기찻길이 나 있다. 예사롭게 생기지 않은 언덕 위 큰 바위들은 서기를 머금은 아침 공기에 젖어 있는 모습이다.

 

드넓게 펼쳐진 이 광경을 조망하다 보니, 문득 사나이, 아니 대장부의 흉리(胸裏)’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이곳 언덕에서 웅지(雄志)를 지닌 사나이들이 어찌 천하를 논하지 않았으랴.

 

공교롭게도 최근에 세운 두 사나이의 조각상이 서 있다. 한 사나이의 별이 새겨진 모자와 또 다른 사나이의 탄띠를 두른 모습으로 봐서는 20 세기, 가까운 과거의 상황을 상징적으로 표현해 놓은 듯하다.

 

▲ 몽골 혁명군 상 옆의 필자, 시월 상순임에도 시베리아의 찬 바람 때문에 완전무장을 하고 있다.저 멀리 보이는 지역이 러시아 영토이다. 발아래 셀렝게강은 몽골에서 발원해 저 너머 러시아 쪽 바이칼로 흘러간다.

 

1921년 나라의 독립을 위해 중국과 싸운 몽골혁명군의 모습 같다. 두 조각상은 거사를 도모하기 위해 협의를 하는 모습인가, 담판을 짓는 모습인가.

 

아마 반볼셰비키 세력으로부터 몽골 북부를 되찾은, 1920년대 몽골인민당을 조직해 몽골독립을 위해 헌신한 수흐바타르(Sukhubaatar)와 초이발산(Choibalsan)의 조각상을 세워둔 것으로 짐작한다.

 

 

 # 셀렝게네 집 가을 풍경 2편은 다음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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