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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경의 ‘노래로 읽는 사자성어 이야기’(17)] - 애매모호(曖昧模糊)-

Eco-Times | 기사입력 2024/03/22 [11:08]

[고재경의 ‘노래로 읽는 사자성어 이야기’(17)] - 애매모호(曖昧模糊)-

Eco-Times | 입력 : 2024/03/22 [11:08]

 

 

曖흐릴 애

昧어두울 매

模본보기 모

糊풀칠할 호

 

 

애매모호(曖昧模糊)는 ‘말이나 태도 따위가 희미하고 흐려서 분명하지 않다’는 뜻이다.

 

마마무의 데뷔곡 ‘Mr. 애매모호’ (작사·민연재,루이 작곡·김도훈)는 연인 간 밀당이 오가는 가운데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남성을 향한 여성의 구애를 표현한다:

 

‘거기 Mr. 애매모호/쳐다만 보지 말고/좀 더 다가와 봐’.

 

화자는 남성으로 등장하는 ‘a boy’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나타낸다. 더 나아가 그 남성이 놓은 ‘덫’에 걸린 화자는 스스로를 ‘애정 결핍 여우’라고 자칭한다. 그리고 자신의 마음을 ‘찔러 보지만 말고’ 자발적으로 다가오라고 남성에게 언급한다.

 

또한 화자는 남성을 친근한 이미지를 내포하는 ‘Darling’으로 지칭하기 시작한다. 화자의 능동적인 구애에도 이러한 마음을 아직 ‘눈치’ 채지 못한 남성에 대해 화자는 이렇게 일갈한다:

 

‘Mr. 애매모호/날 헷갈리게 하지 마’.

 

화자는 자신의 속마음을 몰라주는 남성이 야속하다. 그리고 남성에게 자신을 ‘갖고 놀려 하지 마’라고 말하며 사랑의 분노를 살짝 드러낸다.

 

연인에 대한 사랑의 증오감 표출은 상대에 대한 애정이 건재함을 뜻한다. 마찬가지로 화자는 남성을 양의 가면을 걸친 ‘꼬리치는 늑대’로 등식화시킨다. 그리고 Mr. 애매모호에게 이제는 내숭을 떨지 말고 ‘나를 가져봐’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한다. 즉 애매모호한 태도를 버리고 화자에게 적극적인 애정 공세를 퍼부어 주기를 직설적으로 말한다:

 

‘oh Mr. 애매모호/날 갖고 놀려 하지마/shoot shoot shoot shoot shoot’.

 

화자는 남성이 ‘마치 베레모’ 모자처럼 자신에게 ‘삐딱하게’ 구는 것이 매우 못마땅하다. 또한 남성이 너무 화자의 ‘간’을 보려한다고 인식한다. 혹시나 남성이 자신 외에 ‘딴 여자’가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며 의혹을 품는다. 조바심의 발로로 화자는 남성에게 자신의 곁으로 빨리 와달라고 재촉한다:

 

‘사랑은 쟁취하는 거야’.

 

프리티 브라운이 노래한 ‘애매해’ (작사·영제이,야마아트,김현중,버벌진트 작곡·야마아트,윤석, 김현중)에서도 연인 관계의 애매모호성을 탐색하고 있다.

 

노랫말 도입부에서 화자는 친구들로부터 주말에 외출하여 ‘데이트라도’ 해보라고 권유 받는다. 그러나 화자는 ‘아직 이불 속이 편한데’라며 주저한다. 사실 지금 화자는 한 여성과 교제 중이다. 그녀와의 애매한 ‘기억들’이 머리와 가슴에 가득해서 ‘새로운 사람과’ 데이트하기에는 힘들고 지쳐있다. 자신을 다 잊고 새롭게 시작하려 해도 그리고 어떤 거리를 걸어 봐도 아무 소용이 없다.

 

현재 화자는 교제 중인 여성과 사랑의 진도가 진척되지 못하고 있는 모호한 상황이어서 고민에 빠진다:

 

‘너와 나 사이/애매 애매해/우리 둘 사이/고민을 했지만 답이 있기나 한 걸까’.

 

화자는 오늘도 하늘만 바라보며 답답한 하루를 보낸다. 화자와 여성의 관계는 ‘어정쩡한 사이’로 고착화된다. 따라서 화자는 지금의 관계를 ‘질질 끌 순’ 없기 때문에 무슨 변화를 기대한다.

 

게다가 지난밤에는 술에 취해 여성에게 보낸 메시지들이 화자의 머리에 맴돌고 있다. 그래서 화자는 현재의 애매한 관계를 타개하기 위한 사랑의 출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여성에게 그 출구 전략을 물어본다:

 

‘please tell me where the exit is’.

 

그러나 화자는 여성의 입에서 부정적 답변의 말이 나올지 이미 알고 있다. 화자에게는 시간이 ‘약’이 아니다. ‘매일 술을 마셔도 지독한 감기에 걸려도’ 답답한 자신의 마음에 신경 쓰지 말라고 여성에게 말한다.

 

심지어 이러한 힘겨운 상황을 여성이 ‘모르는 척 그냥’ 지나가 주기를 간청까지 한다. 지나간 숱한 세월을 ‘딱히 세본 적’ 없는 화자는 여성과의 애매한 사랑에 번민하면서 ‘지금도 멍하니 또 하늘만’ 쳐다본다.

 

살다 보면 판단이 분명하지 않은 상황에 봉착할 때가 종종 발생한다. 특히 애매모호한 남녀 간 사랑은 서로를 힘들게 해서 관계를 계속 지속하기 힘들다. 애매모호한 사랑보다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확실한 사랑을 추구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싶다.

 

 

생태환경뉴스 Eco-Times / 홈페이지: eenews.kr 

Eco-Times 고재경 전문위원 (배화여대 명예교수/영문학 박사/작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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