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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성의 세계여행(5)] -요르단의 '와디 럼'-:생태환경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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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성의 세계여행(5)] -요르단의 '와디 럼'-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 촬영지

Eco-Times | 기사입력 2023/05/17 [15:41]

[한용성의 세계여행(5)] -요르단의 '와디 럼'-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 촬영지

Eco-Times | 입력 : 2023/05/17 [15:41]

 

 

  

 

 

[요르단은 아라비아반도 북부에 위치한 왕정국가로 정식 국명은 요르단 하심 왕국 (Hashemite Kingdom of Jordan)이며 수도는 암만(Amman)이다. 수니파 이슬람교도가 92%인 이슬람 국가로 아랍 유목민인 베두인 문화가 강하고 주변 중동국가와는 달리 원유가 나오지 않아 국민소득은 U$4,270(세계 70위)로 비교적 낮으나 도시의 길거리나 유적지에서 관광객에게 구걸하는 이들이 없을 정도로 자존심이 강한 민족으로 알려져 있다. 국토는 남한의 90% 정도이며 인구는 천백만명의 작은 나라로 이스라엘, 시리아, 이라크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으며 유일한 항구도시 아카바(Aqaba)가 홍해와 접해 있다. 주요 관광지로는 수도 암만 성채 시타델, 로마 유적이 있는 제라쉬, 모세가 이집트에서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고 40여일 만에 도착하였다는 느보산, 죽음의 바다 사해, 세계 7대 불가사의인 페트라 그리고 아라비안 로렌스로 유명한 와디럼 사막이 있다]

 

 

 

    [와디럼 방문자 센터 ]

와디럼 입구에 도착하면 이곳에서 당일 또는 사막의 베드인 호텔에서 1박하는 투어를 결정하고 입장권을 사야 한다. 대부분 당일치기를 원하지만 최근에는 시설 좋은 사막 호텔에서 묵는 팀이 많다고 한다.

 

 

요르단 수도 암만에서 남쪽으로 320km에 위치한 유네스코 자연 및 문화 복합유산으로 지정된 와디럼(아랍어로 ‘달의 계곡’) 사막. 

 

3억년 전 바다가 융기하여 생성된 붉은 모래사막에 화강암, 사암, 화산암 등의 다양한 바위산이 있다. 

이 중 1,745m의 럼산(Rum Moutain)은 요르단에서 두 번째 높은 산이며 사막의 평균 해발은 1,000m이다. 남산 해발이 243m이니 공중부양한 사막이 맞지?

 

         

         -와디럼의 매력은 오랜 시간 풍화작용에 의해 제멋대로  깍여진 개성 만점인 돌산들이 아닐까 ..

 

페트라에서 불가사의 유적지의 장대함을 보았다면 오늘은 지구 속 다른 행성을 보러 와디럼 사막으로 간다. 페트라의 도시 와디무사에서 2시간 거리에 있어 조식 후 동네 구경도 하면서 조금 여유 있는 아침시간을 보내며 모처럼의 사치를 떤다. 

 

엊저녁 늦게까지 밀렸던 일기와 사진 정리를 하여 잠이 부족해서인지 아니면 식곤증인지 버스에 탑승하자마자 스르륵 눈이 감긴다. 얼마를 잤는지 덜컹이는 차의 흔들림에 눈을 뜨니 주변은 온통 황량한 모래사막 뿐이고 그 가운데로 잘 닦여진 새까만 아스팔트길을 신나게 달리고 있다. 차창 너머로 아주 오래 전에 건설되었다는 철길이 내가 달리고 있는 도로와 나란히 뻗어 있는데 지금은 이 철길은 관광 열차 운행에만 사용되고 있단다. 

 

 

     

     [와디럼 가는 길에 만난 오래 된 철도] 

         우리가 가는 도로와 한참을 철로와 수평으로 달린다. 오래 전에 가설된 이 철로는 지금 관광열차로만 이용된다고 한다.

 

관광안내소(Visitor Center)에서 와디럼 사막투어를 직접 선택할 수 있다고 하여 예약없이 왔는데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예약을 하고 오기때문에 오히려 이곳에서 투어 가격 협상을 하기가 편한 것 같다. 베드인 천막(자칭 베드인 호텔)에서 1박과 낙타 타기를 체험할 수 있는 상품과 당일치기 상품이 있는데 나는 일몰(sunset)을 포함한 당일 치기 상품을 할인된 가격으로 선택했다. 조금 있다 출발할 거라며 식사는 각자 해결하고 안내소 주위에서 시간 죽이다 조금 있다 부르면 오란다. ‘뭐여? 떠날 시간을 정확히 알려줘야지.’ 

 

“곤니치와, 니하오” 

“나는 한국인이고 한국어로는 ‘안녕’이라고 하는거야.”

“south or north”

“나는 당근 따듯한 남쪽 나라 사람이고 북쪽 사람들은 함부로 해외여행을 못해.” 

 

어느 나라이든 나이에 관계없이 한국인이라고 하면 남이냐 북이냐를 묻는데 ‘북한 사람들은 못된 독재자의 학정으로 고통받고 함부로 해외에 나올 수 없다.’라고 늘 신경질적으로 자세한 설명을 한다. 그네들이 한국에 대해 아는 척하는 것임을 알면서도 남과 북을 같은 잣대로 놓고 보는 것 같아 기분이 영 찝찝하다.

 

  [방문자센터 근처 마을 마실 다니다 만난 청년들] 

낙타 우리, 슈퍼마켓(?) 등 대가 없이 친절하게 안내해주어서 짧은 시간에 구석구석 제대로 구경을 했다.

                  

 

‘그러셔요? 반공교육을 철저히 받은 삼팔 따라지 자손 답다. ㅎㅎㅎ’

약간 껄렁끼가 있어 보이는 고등학생들이 아는 척하여 짧게(?) 대답하고 은근 피하려는데 자꾸 쫓아오며 말을 건다. 어차피 남는 게 시간인데 요놈들과 시간 죽이기로 마음을 고쳐 먹었다. 껄렁패들의 더듬거리는 영어지만 학문을 논하는 것도 아니고 단순 호구조사 정도이니 서로의 소통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근처에 있는 이슬람 모스크, 낙타 우리, 슈퍼마켓을 안내하면서 와디럼 사막에 대한 설명도 간간히 해준다. 

 

출발시간이 정확치 않아 불안한 마음에 돌아가자 하니 우리가 처음 만났던 방문자센터까지 에스코트를 해준다. 그냥 보내기가 어정쩡해서 돈을 줄까 하다 선물을 주는 것으로 마음 먹고 배낭을 열어 태극문양 장고 열쇠고리를 선물하였더니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핀다. ‘미안해. 사실 너희 겉모습만 보고 동네 껄렁이로 오해를 했었거덩.’

 

그런데 아무리 살펴봐도 사막을 누빌 만한 차가 보이지 않는데 혹시 저 멀리 보이는 썩은 소형트럭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밀려온다. 언제나 그랬듯이 이런 좋지 않은 느낌은 백발백중으로 잘도 맞춘다. 잠시 후 기다리는 사람들의 이름을 부르면서 탑승할 차를 지정하며 짐을 실는 뒤칸에 타란다. 

 

‘허걱 이 차가 모래사막을 달릴 수 있을까?’ 

 

                                     

        

 

구형 일제 도요다 트럭 짐칸에 엉성하게 철제의자를 만들어 놨다. 주위 모든 차량이 같은 수준이니 불평이고 뭐고 선택의 여지가 없다. 우리 일행은 캐나다에서 온 대학생 커플과 레바논 청년 2명으로 나 포함해서 총 5명이다. 철제의자에 깔라고 두꺼운 담요를 주는데 모래 투성에다 세탁은 언제 하였는지 더러워서 깔고 앉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 

 

움직이지 않을 것 같던 고물 지프차(그래도 사람이 타는 차인데 트럭보다는 지프차로 부르는 게 낫겠지?)는 모래먼지를 날리며 제법 속도를 내서 달리는데 생각보다는 덜컹거리지 않아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할 수 있고 엉덩이도 그다지 괴롭지 않을 정도이다. 오늘 사막 투어는 7~8개 장소 중 몇 개는 필수, 나머지는 일행과 가이드와의 합의에 의해 선택할 수 있다. 

 

와디럼 사막투어 첫 번째 필수 방문지인 로렌스 샘터에 도착했는데 시멘트로 만든 우물 앞에서 차를 세운다. ‘설마 저것이 샘터라는 것은 아니겠지?’  

 

      

    [로렌스 샘물을 모아 논 우물]

        산 중턱 로렌스샘에서 흐르는 물을 요런 모양의 수로를 만들어 우물을 만들었다.

 

눈 앞에 보이는 가파른 바위산 중턱에 샘이 있고 그 곳에서 흐르는 샘물이 지금 내 눈 앞에 보이는 우물로 모인다고 한다. 어제 페트라 유적지에서 상당한 거리를 걸어 다녀 다리 근육이 뭉쳐 욱신거리기도 하고 나귀를 타서 허벅지상태도 정상이 아니라 샘터로 오르는 가파른 언덕을 보고는 순간 망설였으나 늘 그렇듯이 ‘언제 또 오겠나?’하는 마음으로 어느새 몸은 등성이 쪽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 

 

40도가 넘는 뙤약볕을 머리에 이고 바위산을 힘들게 올랐는데 실망 그 자체이다. 바위산 틈에서 물이 아주 조금씩 흐르는데 이게 로렌스 샘이고 그 앞 돌무더기로 뒤덮인 평평한 공터가 그 분이 사시던 집터란다. 실망감과 배신감(?)을 품고 내려오는 길은 왜 그리 먼지?  

 

      

     [로렌스 하우스 마당 ]

          돌탑을 쌓고 소원을 비는 것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같은 풍습인가보다

 

‘뭔 날씨가 이랴. 정말 뒤지게 덥구먼. 우씨!’ 욕이 저절로 나온다.

 

땀으로 범벅이 된 얼굴을 산 중턱 로렌스 샘에서 짤짤 흐른 물을 모아 논 우물에서 머리까지 적셔가며 얼굴을 시원하게 닦았더니 사막의 젠틀맨이 되었다. ‘어이. 찌질이! 왜 남의 식수통에서 니 꾀죄죄한 얼굴을 씻능겨?’ 

 

이 샘물이 낙타들 식수라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몇몇 낙타들이 나를 째리는 듯하다.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는 산등성이 후미진 곳의 샘과 집터를 아라비아 독립을 위해 실존했던 영국인 로렌스 대령 이름을 이용해서 스토리텔링 관광코스로 만들어 달러벌이를 잘하고 있는 듯하다. 

 

내려오는 길에 교련복(?)을 입은 학생들이 까만 비닐봉지를 들고 있어 물어보니 이곳 청소를 하고 있단다. ‘요르단에서도 봉사활동으로 교련학점을 인정해 주남?’

 

     

       [교련복입고 청소하는 학생들 ]

 

                                 

           -차로 사막을 다니다 보면 종종 만나게 되는 낙타로 여행하는 팀이다. 먼지 마시며 꾀죄죄한 우리보다 여유롭고 뭔가 럭셔리해 보인다. 

                이런 팀은 사막 한가운데 베두인식 호텔에서 1박을 한다는데. . .     

 

어느 사막이나 그렇듯이 모래언덕(Sand Dune)에서 보드를 타고 내려온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곳 붉은 사막의 모래 입자는 아주 미세해서 모래언덕을 오를 때 발이 푹푹 빠지면서 다시 밀려 내려와 올라도 다시 그 자리인 것 같아 힘이 배로 드는 것 같다. 모래언덕이 가파르지는 않지만 제법 거리가 있어 다리에 쥐가 날 정도이다. 

 

샌들은 벗어 손에 들고 카메라는 목에 걸고 보드는 어깨에 짊어 지고 어렵게 모래언덕 정상에 올라보니 주변 경치가 거기서 거기라 고생하며 오른 대가치곤 너무 빈약해 또 한번 열을 받으며 사진이라도 건지자는 심정에서 몇 컷 찍었다. 

 

이제 어려운 등산(?)에 대한 보상으로 보드를 타고 시원스럽게 내려가려는데 보드가 자꾸 모래에 빠지면서 앞으로 나가지를 못한다. 할 수 없이 보드 타기를 그만두고 보드를 둘러 메고 푹푹 빠지는 모래를 밟으며 힘들게내려왔다. 속옷까지 땀으로 범벅인 내 모습이 마치 말복 더위에 지쳐 쓰러지기 직전의 땡칠이와 진배없다. 

 

              

           

 

그런데 우리 일행 4명은 로렌스 샘터부터 지금까지 서로 약속이나 한 듯 지프차를 지키며 코리안 아재의 무모한 재롱을 즐기는 것 같다.  

 

‘야들이 현명한겨? 내가 무식한겨?’

 

지프차를 타고 이동 중에 화성을 배경으로 만든 영화 ‘마션’에서 많이 본 듯한 낯 익은 풍경들이 나오는데 가이드 겸 운전기사 알리(Ali)는 아무런 설명 없이 우리를 목적지에 정확하게 실어 나르는 운전기사로의 본업에만 충실한 것 같다. 

 

이곳 방문 전 습득한 지식으로 우리끼리 알아서 보고 느끼고 짐작하며 가끔씩 서로에게 물어보며 자립갱생 사막투어를 하고 있다. 그런데 일행 중 누구 하나 불평 한마디 없이 각자 가져온 책을 보며 속삭이는데 얼굴에는 불만이 가득하다. 

‘뭐라고 불평하면 사막에 내려놓고 갈까 봐 겁을 잔뜩 먹으셨구먼.’ 

 

먼지를 일으키며 한참을 달리던 지프차를 커다란 바위산 앞에 세우는데 이미 여러 대의 지프차들이 주차되어 있다. 거대한 바위산은 하늘에서 내리 꽂히는 햇살에 검붉은색으로 반짝이며 열에 녹아 흘러내린 듯한 독특한 모습의 바위 사이로 동굴 모양의 협곡이 다는 와디럼 사막 최고의 명소 <카잘리 협곡(Khazali canyon)>이다. 

 

   

 [카잘리 협곡 ]

   협곡 사이로 들어가면 바위 벽면에 나바테아인의 비문과 암각화가 새겨져 있는데 아직 해독이 되지 않아 뜻을 모른다고 한다. 

   캐나다 커플이 왼쪽 바위가 성경에 나오는 <지혜의 일곱기둥 바위>라고 한다.                  

       

            

              [협곡 입구 붉은 빛을 띤 바위]

                            

     

 

협곡의 왼쪽 바위는 성경 잠언에 나오는 <지혜의 일곱기둥 바위(seven pillars of wisdom)>라고 캐나다 커플이 책을 보며 설명해주는데 기둥을 세어보니 딱히 일곱 개 같지는 않지만 책에 그렇다고 설명이 되어 있다니 그냥 믿기로 했다. 

 

‘알리 녀석 게을러도 너무 게을러’하는 내 속 마음을 읽었는지 그동안 끔쩍 않던 알리가 좁은 협곡 사이를 앞장서며 우리 일행을 인도한다. 바위 사이로 난 협곡은 매우 좁아 어떤 곳은 사람 한둘 정도가 겨우 지나다닐 정도로 많은 관광객들이 쌍방 통행을 하려면 서로를 배려해 주어야만 무난히 통과할 정도이다. 

 

이곳은 원주민인 나바테아인들의 흔적이 남아 있는 장소로 암벽에는 암각화(petroglyph)와 비문(inscription)이 여러 개 있고 군데군데 인공적으로 바위를 파서 만든 작은 웅덩이들이 있는데 건기 때 우물 역할을 하였다고 한다. 

 

            

   [카잘리 협곡 우물 ] 

       협곡 사이에 군데군데 파여진 웅덩이는 인공적으로 만들어 졌음을 알 수 있는데 우기에 흐르던 물을 담아 건기 때 이용했다고 한다

 

입구에서 멀지 않은 암벽에 파여진 꼬부랑 글씨가 ‘알라신 외에는 신이 없다.’라고 써 있는 것이라며 마호메트가 여기 왔을 때 새겨 놓은 것이라며 아는 척을 한바탕 하더니 더 깊이 들어가면 바위벽에 새겨져 있는 그림, 글씨 등 이것저것 볼 것이 많으니 니들 양껏 보다 오라며 쌩하니 계곡 밖으로 튄다. 

 

‘우씨 저 시키 만날 때부터 밉상이더니 끝까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구먼.’ 

 

단체 관광객들이 모여 있는 곳을 가면 가이드가 암벽에 그려진 동물 그림에 대한 설명을 무심한 척 듣고 또 다른 그룹에 가서 구경하는 척 듣고 . . . 

 

‘알리 시키 땜에 도둑 설명이나 듣고 찌질이 체면이 말이 아니다.’ 그런데 가이드가 설명한 암각화를 관광객들이 마구 만져도 누구 하나 제재하는 사람이 없는데 이래도 되는 것일까? 아무리 바위를 파서 그림과 글을 새겼다고 해도 많은 사람이 만지면 언젠가는 지워질텐데 세심한 관리가 꼭 필요할 것 같다. 

   

    

     [바위에 새겨진 비문 ]

         - 카잘리 협곡에서 찍은 암각화와 알리가 ‘알라신 외에 신은 없다.’라고 아랍어로 쓰였다고 알려주었는데 어느 것인지 모르겠다. 

                                                     

     [암각화]낙타동물 그리고 활을 쏘는 사냥꾼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동굴 바닥은 많은 사람들의 발길로 인해 바위가 닳아 미끄럽고 깊이 들어 갈수록 협곡이 급격히 좁아지면서 가팔라져서 더 이상 앞으로 나가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내가 고고학자도 아니고 더 들어 가는 것 또한 부상 위험이 있어 미련없이 돌아 나왔다.

 

바위다리(rock bridge)를 만나러 가기 전에 베두인 천막촌(야들은 여기를 카페 또는 호텔이라고 부른다.)에서 잠시 쉬라면서 어디선가 건초더미를 한 움큼 가져오더니 불을 지펴 물을 끓인다. 그동안 알리가 우리 일행에게 보인 무관심이 괘씸하기도 하고 은근 몸도 피곤하여 불 피우는 것을 도와주지 않고 따뜻한 모래에 누워서 구름 한점 없는 파란하늘 보며 하늘멍 때리다 깜빡 졸았는데 베두인 차(tea) 끓였다고 깨운다. 

 

우리가 아는 보통 홍차 맛으로 특별하지는 않았지만 내 간식 코리안 알사탕과 같이 마시니 맛이 업그레이드된 듯 맛깔 나다. 알사탕은 일행들과 함께 나누고 남은 사탕 전부를 혹시나 하며 눈독을 드리고 있던 알리에게 선물했더니 의외인 듯 놀라며 엄청 좋아라 한다. 

 

‘그러게 진즉 잘 했으면 알사탕이 문제냐 팁도 주지. 니는 한국사람이 기분파인 거 모르냐? 쨔샤’

 

와디럼 사막에는 강한 바람과 부식작용에 의해 만들어진 여러 개의 바위다리와 버섯바위들이 있는데 우리는 최고의 멋쟁이 <움 프루트 록 브릿지(Um Truth rock bridge)>만 가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이 다리를 걸으려면 높은 바위산 정상까지 올라가야 하는 험난한 코스이나 그래도 와디럼 사막의 대표 선수인 만큼 일행 모두가 더위에 지쳤어도 꼭 가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가파른 바위산 앞에 차를 세우고 알리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큰소리로 외친다. 

 

        

        [자연으로 만들어진 돌다리] 접근성이 좋아 관광객이 제일 많이 찾는 곳이다.

                          

              

                                       [버섯바위]

 

“저기 보이는 언덕으로 올라가면 좌측으로 돌다리가 보일거야.”

“어디?” 

“저기로 조금 올라가면 보인다니께.”

‘힘든데 꼭 가야 하능겨?’ 

 

마음 속으로는 매번 똑같은 고민을 하면서도 어느덧 바위를 엉금엉금 기어오르는 내 모습이 우습기도 하다. ‘찌질이는 저능아? 초기 치매? 아니면 半半 섞어 이번에는 다른 일행들도 용기를 내어 바위를 타는 내게 얼른 따라붙는다. 

 

왕년의 rock climber답게 쩔쩔매는 레바논 청년들을 끌어 올리며 씩씩하게 정상에 올라 바위다리를 건너려니 생각한 것보다 폭이 좁아 엉거주춤하게 구부린 자세로 살금살금 건너가 다리 중앙에서 눈 아래로 깔린 멋진 풍경을 찍으려는데 사진기가 없다. 

 

‘앗 내 카메라? 레바논, 어제 페트라에서 찍은 사진들은 우째?’ 당황하여 바위다리를 건너서 바위산 뒤 편으로 내려오려던 당초 계획은 포기하고 올랐던 길로 급하게 돌아오는데 생각보다 경사가 심하고 바위도 미끄러워 마음같이 속도가 나지 않는다. 허둥대며 한참을 내려오다 보니 저 멀리 낯익은 카메라가 햇빛에 반짝이며 바위 위에 놓여 있다. ‘야호! 너 거기 꼼짝 말고 기둘려.’ 

 

가파른 바위를 오르던 레바논 청년들 팔을 잡아 끌어 올리려 카메라를 그곳 바위에 놓고 깜빡한 거다. 카메라 찾고 다시 오르려 내려왔던 바위길을 올려다보니 도저히 다시 오를엄두가 나지 않아 그냥 주차장으로 내려와 억울한 마음을 삭혀본다. 

 

‘오늘 여러 놈들이 밉상인데 깜빡 깜빡하는 찌질이 니가 젤로 밉상여.’

분을 삭히고 있는 내게 알리가 은근 약을 올리는 듯 내기를 건다.

 

“Mr. Han 네가 일행을 설득시키면 일몰 보러 가다 지금 것 보다는 작지만 멋진 바위다리 구경시켜줄께.”

“really? 당근 내가 설득시킬 테니 나중에 딴소리하기 없기다.”

 

잠시 후 일행들이 돌아오는데 모습을 보니 모두 혀들이 입밖으로 삐쭉 나온게 엄청 지쳐 보인다. 

“한국 아재. 도중에 하산하신 게 럭키한거여유. 다리 지나 뒤로 내려오는 길이 오르는 길보다 더 험해유. 죽다 살아났슈.”

 

‘아니 이자슥이 눈치를 깟나? 꼼짝마라 선빵을 놓네. 지 땜시 포기하고 내가 하산한 걸 알면서.’ 모두 지쳐 있어 눈치를 보다가 최대한 간절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꺼냈다.

“야들아. 우리 언제 여기 다시 오겠냐? 가다가 바위다리 하나만 잠깐 보고 가자.” 내 표정이 넘 애절했는지 모든 흔쾌히 동의를 하면서 자기들은 오를 힘이 없으니 지프차에서 보기만 하겠다고 한다. 

 

“그랴. 가고 안가는 것은 니들 마음이고. 암튼 고마워” 

 

10여분을 달려 도착한 바위다리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크고 주차장에서 가깝고 오르기가 쉬워서인지 많은 관광객들로 붐빈다. 주차장에서 다리 전체가 보여 오르기 전에 멀리서 사진 몇 장 찍고 막상 다리를 오르려 하니 일행들 기다리게 하는 것도 미안하고 이곳에서 훤히 보이는 바위다리를 꼭 올라야 할 이유가 없을 듯하다. 렌즈를 줌으로 끌어당겨 근거리 사진을 몇 장 추가하는 것으로 바위다리에 대한 미련을 쿨하게 버렸다.    

 

                        

                     [일몰 ] 일몰을 보기 위해 이곳 저곳에 차를 대고 기다린다.

 

오늘의 하이라이트 일몰을 보기 위해 나지막한 언덕으로 옮겨 햇빛의 온기를 품어 따뜻한 모래에 배낭을 베개 삼아 누워 수다를 떨며 분위기 좋게 해 떨어지기를 기다리는데 여러 대의 지프차가 들이닥치며 모래먼지를 일으키며 아늑한 분위기를 깬다. ‘참아야 하느니라. 忍!’

 

어느덧 나를 구어 먹을 듯 이글거리던 해가 서서히 힘을 잃으며 사막의 서쪽 저 멀리로 도망가고 있다. 사막에 드리어진 석양으로 와디럼의 붉은 사막은 마치 불이 난 것 같다.

 

당초 계획한 모든 곳을 다 보지 못했지만 와디럼 사막의 민 낯을 충분히 보고 느낀 것 같아 ‘오늘도 충분했어.’하는 뿌듯한 마음으로 사막의 하루를 마감한다.

 

와디럼아!

‘달의 계곡’이란 이름 버리고 ‘지구의 화성별’로 부르면 안될까? 오케바리?

 

 

Eco-Times 한용성 여행작가 /글.촬영 

 [前 금호타이어 사장. 現 케이프투자증권(주) 고문]

 

생태환경뉴스 Eco-Times / 홈페이지: ee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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