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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성의 세계여행 (8)] -케냐 마사이마라 사파리-

Eco-Times | 기사입력 2023/07/18 [10:02]

[한용성의 세계여행 (8)] -케냐 마사이마라 사파리-

Eco-Times | 입력 : 2023/07/18 [10:02]

 

 

 

      

마사이 마라 공항/ (2018년 촬영)

케냐와 탄자니아 접경 지역의 경비행기 전용 공항이다. 귀족형 사파리투어는 경비행기로 이곳에 도착하면 대기하고 있던 고급 사파리차량으로 투어를 마치고 6성급 롯지에서 투숙을 한단다. ‘나는 언제나??? NO, 체질 상 지금 투어가 제 격이니 대만족이다.

 

 

2018년 8월 아프리카를 다녀와서 뭔 지는 모르겠지만 머리 속에서 뱅뱅 떠돌던 아쉬움을 떨치려고 7월 22일 아프리카로 떠나 9월 초순경에 귀국할 예정이다. 오늘은 아프리카 여러 나라의 사파리 투어 중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마사이 마라 사파리투어를 소개하려고 한다. 

 

아프리카의 지붕인 에티오피아에서의 고된 일정을 마치고 케냐 나이로비에 도착하자마자 2박 3일 일정으로 마사이 마라 사파리투어를 떠난다. 이곳은 케냐 남서부에 위치한 넓은 초원으로 다양한 야생동물을 볼 수 있고 마사이족 언어로 ‘마라’는 ‘풀이 우거진 평원’을 뜻한다.

 

호텔에서 맛난 조식뷔페를 먹으면서도 에티오피아 다나킬 투어에서의 고생스러웠던 기억이 생각나 은근 뒷골이 땅긴다. 사파리 안내 팜플렛을 보니 숙소에서 인터넷도 터진다고 하니 시설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 사파리 투어에 필요한 옷 몇 가지 만 챙기고 나머지 짐은 호텔에 맡겨 두기로 하였다. 

 

          

   사파리 지프차와 봉고

사파리 차량/ 앉아서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것과 뭐를 보려고 할 때마다 서서 상체를 내밀어야 하는 자그만 차이지만 실제 당하는 입장에서는 앉았다 섰다의 반복이 많이 힘들다. ‘이게 귀족과 평민의 차이?

 

봉고차 천장을 개조한 사파리 차량은 평소 때는 천정을 닫고 일반 차량처럼 운행하며 사파리 투어 할 때는 차량 천정 밀어 올리고 상체를 내밀어 이동하면서도 동물을 보고 사진 촬영도 가능하도록 개조하였다. 

 

매캐한 매연으로 고통스러웠던 나이로비를 빠져나오니 울퉁불퉁하게 파인 도로로 상태가 좋지 않고 비포장도로에서 나는 먼지가 엄청 나지만 그래도 시내의 매연보다는 숨쉬기가 훨씬 나은 것 같다. 

 

나이로비에서 224Km가 떨어진 국립공원은 약 7시간 정도를 달려야 하는데 차 흔들림이 심해 일행 중 몇 명은 차멀미를 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길가에는 배꼽을 하늘로 내놓고 나자빠진 트럭이 심심찮게 보이는데 차 연식이 오래된 영향도 있겠지만 과적으로 균형을 잃어 쓰러진 것이 더 많을 것 같다. 

 

그런데 교통경찰이 이 도로에만 특별히 많은 것인지 곳곳에 깔린 교통경찰이 트럭을 잡아 실랑이(아니 일방적으로 삥땅 뜯는 거라고 우리 기사가 알려준다.)를 벌이고 있어 많은 차들이 이러한 몹쓸 삥땅이 짓거리가 원만히 해결될 때까지 도로에 마냥 서 있어야 한다. 

 

시내에서는 관광객들이 관공서, 길거리 모습 등 사진을 찍으려면 경찰이 찍자 붙어 돈을 뜯는다고 하던데 나라꼴이 참 가관이다. 

 

차 안이 답답해질 즈음에 마침 더 그레이트 리프트 밸리(The Great Rift Valley) 뷰 포인트라며 차를 세운다. 많은 차량과 거기서 내린 더 많은 관광객들로 허접스럽게 세워진 안내판과 좁은 뷰 포인트 장소가 난리 버거지이다. 

       

                  

  

  The Great Rift Valley 전경/   

중동의 시리아에서 시작하여 짐바브웨까지 7,700km에 달하는 지구대이다. 

 

          

      밀밭/

아프리카 하면 메마른 땅이란 편견은 깨자. 

 

 

눈 아래로 펼쳐진 계곡사이의 너른 평원이 끝도 없이 길게 펼쳐지는데 멀리 중동의 시리아에서 시작하여 짐바브웨까지 7,700km에 달하는 엄청난 길이의 지구대이다. ‘눈이라도 시원하게 해주니 그럭저럭 참을만하구먼.’

 

차량의 과한 흔들림이 공짜 <아프리칸 마사지>라며 즐기라고 하는 기사의 설명이 그럴 듯하다. 이런 와중에도 잠이 들었는지 점심을 먹는다고 하차 하란다. 나록(Narok)이란 작은 마을의 식당인데 이 도로를 이용하는 모든 관광객들이 여기서 식사를 해결하기에 아프리카식 뷔페식당이지만 팀별로 차례를 기다렸다가 식당에 입장하여 주어진 시간 내에 식사를 마쳐야 한다. 

 

아프리카인의 最愛 단어 뽈레 뽈레(천천히)를 마음 속으로 외치면서 참고 인내하다 보니 곧 마사히 마라 국립공원에 도착 한단다. 공원 초입에서 만난 마사이 마라 학생들 사진을 찍으려 하니 사탕, 볼펜, 돈을 달라며 떼를 쓰고 동네 청년들은 곳곳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통행료를 내야 한다며 어기장을 놓고 사파리투어 시작도 하기 전에 짜증이 만땅이다. 

 

그러잖아도 마사이족 애들이 사탕을 좋아한다고 해서 나이로비에서 떠나기 전 슈퍼마켓에 들러서 사탕을 미리 준비를 했는데 주고 싶은 생각이 싹 사라져 버린다. 짐작컨데 이 동네에서 제일 착한 거시기는 앞으로 만날 동물들일 것이 틀림없다.

 

    

 

통행료를 낸 마사이 마라 마을 몇 개를 지나니 끝없이 너른 평원이 펼쳐지고 멀리 보이는 새파란 하늘과 뭉게구름으로 그려진 파스텔 톤의 수채화가 짜증 났던 마음을 순간에 녹여버린다. 

 

차가 가까이 가도 누, 얼룩말, 가젤 무리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다. 아마도 이곳이 자기들을 보호하는 지역이라는 것을 아는 것처럼. . .  TV <동물의 왕국>에서나 보던 동물을 지근 거리에서 눈에 담고 사진도 찍을 수 있는 것에 엔도르핀이 팍팍 돈다. '찌질아! 니가 얼라냐? 뭘 그리 흥분해서 난리여. 쯧쯧'

 

 

                   

  

           

                                             

 

                                   

 

 

사파리를 <게임 드라이브>라고도 하는데 차로 동물들을 찾아다니는 게임을 하는 것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많은 동물 중에 보기가 힘든 사자, 표범, 코끼리, 코뿔소, 물소를 ‘Big Five’라고 부르며 요 놈들을 발견하면 운전기사끼리 무전기로 위치를 공유하여 사파리 투어객이 모두 볼 수 있도록 서로 협조를 하고 있다. 

 

해가 지면 위험하기도 하고 10시가 되면 전력을 끓어 동물들이 밝은 불빛으로 인해 수면과 야밤 활동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배려를 한다기에 서둘러 숙소로 갔다. 호텔 입구에는 직원들이 도열해서 ‘Jumbo song’을 부르며 거하게 환영해주는 것에 깜짝 그리고 멋진 호텔 시설에 또 한번 깜놀한다. 게다가 느리지만 wifi가 된다니. . . ‘그러니까 지 글과 사진도 real time으로 보실 수 있는거 아니것어유. 암튼 놀라워.’

 

더운 물이 없어 찬물 샤워를 하며 먼지와 땀을 씻어 내니 추위로 몸은 으슬으슬 떨리지만 피곤이 순간 사라지면서 생기가 팍팍 돈다. 식사 후 맥주를 마시면서 wifi가 되는 로비에서 한국의 친지들에게 안부를 전하고 롯지로 돌아오는데 누군가가 어둠 속에서 나타나 인사를 하는데 기절할 뻔했다. 

 

          

    롯지/

별채로 되어 있는 숙소는 2인실로 모기장이 설치된 커다란 침대, 샤워장 그리고 에어컨이 

설치되어 쾌적한 잠자리를 제공한다.

 

            

      식당/

태양광과 발전기로 전기를 공급하고 10시가 되면 소등을 해서 주위 동물의 편안한 잠자리가 되게 배려를 한다. ‘10시 전에 누워야 되니 밤이 너~~무 길어. . .’ 

 

      

  호텔 사장/

해외 유학파로 이 호텔 포함해서 3개의 호텔을 소유한 회장님이신데 자기랑 살면 왕처럼 모신다고 꼬셔서 일단 아프리카 여행 끝나고 보자 했다. ‘아직 기다리고 있지는 않겠지? 이번 여행에서 다시 걸리면 마사이족장으로 새 삶을 살아야 할 듯. . . ㅋㅋㅋ

 

 

롯지가 이곳저곳 사방으로 흩어져 있어 동물이나 밤손님들로부터 침입을 막으려 곳곳에 총을 든 지킴이가 초병을 서는데 어둠과 같은 검은 피부의 지킴이가 갑작스레 나타나 생각없이 걷다가 깜짝 놀란거다. ‘IC. 깜짝야. 완벽한 위장인데. 니는 야간 훈련 때 얼굴에 구두약 바르지 않아서 좋것다. 쨔샤!’  

여기 저기서 들리는 동물들의 울음소리가 10시 소등으로 이른 잠을 청하는 나의 숙면을 힘들게 한다. 

 

둘째 날 일정은 초원에서 뜨는 일출을 보고 마사이 마라와 이웃한 탄자니아 세렝게티에서 마라강을 건너는 누 떼의 모습을 보려 서둘러 6시에 기상을 하였다. 일행 중 한 분이 늦어 결국 일출은 보지 못하고 아쉬움과 노여움을 가슴에 꽁꽁 담고 너른 초원으로 달린다. 

 

이른 아침에도 부지런한 얼룩말, 누, 가젤 등 착한 초식동물들이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다. ‘완전 차려진 밥상인데 푹 주무시고 느지막이 일어나셔도 굶지는 않을 텐데. . .’

 

     

 

       

 

 

 

갑자기 차가 속도를 내어 어딘가로 달려가서 보니 야행성이라 보기 힘든 표범과 여우 두 마리가 멀리 보인다. 제법 거리가 있어 망원렌즈로 당겨도 사진으로 안 잡혀 아쉽지만 눈으로만 담기로 하였다. 쉬고 있는 표범의 지근거리에 여우 두 마리가 겁도 없이 사이좋게 쉬고 있다. 

 

갑자기 표범이 누를 사냥하러 일어나 달리면 누는 표범을 의식하고 튈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듯 멀찌감치 도망을 가다가 표범이 쫓는 것을 그만하고 잠시 쉬면 일정 거리 밖에서 누 떼들도 눈치를 보며 풀을 뜯으며 아침 식사를 한다. 

 

쫓다 지친 표범이 숨을 고르려 뒤로 물러서면 누들이 떼를 지어 서서히 표범 뒤를 쫓다 표범이 돌아서면 누 떼가 물러나는 대치 상황이 한참동안 반복되는데 표범 꼬붕인 여우 두 마리가 누 떼를 공격하여 오야붕 표범이 편히 쉬게끔 보호하며 표범의 누 사냥에 공조를 하고 있다. 

 

이런 신기한 장면을 본 것만으로도 이번 사파리 여행의 본전(?)은 뽑은 것이 아닌가 싶어 조금 전 한 분의 지각으로 일출을 보지 못한 섭섭함을 쿨 하게 털어버린다. 

 

         

  

국경 출입국 사무소/

케냐와 탄자니아 출입국 신고를 한 건물에서 하는데 가이드가 여권만 거두어서 대리 신고를 하고 여권 수와 사람 머리수만 확인하면 통과다. 형식적이지만 세수관리에 머리수가 중요하다고 한다.

 

이제 케냐 국경을 넘어 탄자니아 세렝게티 공원으로 가려고 국경 경비대에 출국신고를 하려 대기 중이다. 국경초소라고 해야 허접스러운 차단기만 썰렁하게 설치되어 있어 우리네가 익숙한 휴전선이란 국경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출국 허가를 기다리는 동안 하차하여 마라강에 놓인 다리로 오니 마라 강변에 하마 떼들이 더위에 지쳐서 누워 있는 것인지 낮잠을 자는 것인지 단체로 시체놀이를 하고 있다. 천방지축 꼬맹이 하마만이 엄마 하마를 괴롭히다 쥐어 박히고 무안한지 혼자서 왔다 갔다 한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꼬맹이들은 모두 이쁘고 귀여워. 마이 귀연 꼬마 하마. 이리와 뽀뽀’

 

세렝게티로 넘어가 마라강을 건너는 누 떼를 찾아 헤매는 동안 기린, 얼룩말, 누, 임팔라, 코끼리, 가젤 등 동물도감에서나 봤던 동물들을 때로는 근거리에서 때로는 원거리에서 보면서 사진도 찍으며 강변을 따라 이리저리 돌아다닌다. 

      

            

        마사이 마라와 세렝게티를 가르는 마라강/

강물 색이 핏빛으로 별로 정감이 가지는 않지만 멀리 보이는 재롱둥이 하마 가족을 보면 금세 익숙해진다.  

 

                     

       강변에 대기 중인 사파리 차량/

누 대장님. 더운데 집에 좀 가입시다. 뱅뱅 돌지 말고 언능 강 좀 건너셔유. please.’ 

 

 

건기인 7월에서 10월은 세렝게티에서 살던 누 떼가 먹이를 찾아 두 나라 국경을 가르는 마라강을 건너 마사이 마라로 넘어오는 장관을 볼 수가 있다는데 오늘은 보이지를 않는다. 우리 차를 포함하여 많은 사파리 차들이 강변에서 누 떼의 이동 소식을 기다리는데 우리 가이드는 막간을 이용하여 준비해 온 점심 도시락을 먹자고 한다. 

 

에어컨도 없는 좁은 차 안에서 쪼그려 앉아 도시락을 먹는데 딸랑 뻣뻣한 샌드위치 조각에 바나나, 쥬스뿐이다. 위험하다고 나가지도 못하게 하고 심지어 문도 못 열게 하는데 이 더위에 도대체 이게 뭐하는 짓인지 강가에서 뒹굴다 눈이 마주 친 하마들에게 구경을 당하고 있는 것 같다. TV에서 이미 여러 번 본 광경인데 굳이 이걸 눈으로 확인하겠다고 요런 잡짓거리를 왜 하고 있지?  ‘찌질아. 니가 생각해도 이 더위에 어이가 없기는 하지?’

 

 

     

   마라강변의 하마 가족/

잘도 잔다. 그러나 순간 달리기 속도가 시속 60km로 사람의 두배 속도이니 늘 경계해야 한다. 

 

 

서너 시간 전에 건넜던 국경 초소에서는 탄자니아 출국과 케냐 입국 심사를 한 건물에서 동시에 처리하는데 ‘뽈레 뽈레’의 전형을 보여 주는 듯 ‘세월아 네월아’이다. 그래도 기다리는 동안 근처 관광을 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해주어 마라 강변에 있는 하마 사진을 가까이서 찍으려 다리 옆으로 내려가니 케냐 초병이 위험해서 더 이상은 안된다고 경고를 한다. 

 

초병과 잡담을 나누면서 하마 사진을 몇 장 찍고 하회탈 열쇠고리를 총고리에 달아주었더니 흰 이빨을 드러내며 함빡 웃음을 지으면서 ‘Asante (Thanks)’하며 엄지척을 한다. 다리 근처에서 노는 원숭이들에게 점심 때 남긴 도시락 부스러기를 던져 주니 어디서 나타났는지 여러 마리의 원숭이들이 금세 몰려들었다. 

 

카메라는 목에 걸고 핸드폰은 주머니에 넣고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원숭이들과 잠시 놀았는데 더 이상 나올 것이 없어 보이니 순식간에 자진 해산을 한다.

 

‘에~라. 의리 없는 몽키 시키들. . .’ 운전기사가 출입국 사무소에서 나오면서 차에 오르라는 소리를 듣고 서둘러 사파리 차량에 탑승하였는데 한참 동안 떠나지 않고 경비병들과 가이드, 기사와 실랑이를 하는 모습이 보인다. 차 안이 너무 더워서 내리려 하니 안된다며 경비병이 강하게 제지를 한다. 

 

한참 기다린 후 일행 중 한 분이 타자마자 차는 곧 출발하였는데 경비병과 가이드가 짜고 자기에게 과한 벌금을 내게 했다고 분을 참지 못하고 씩씩거린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얼마 전 이곳에서 강가로 내려간 중국인 관광객이 하마에 물려 사망한 사건이 있어 군인들이 특별 경계를 서고 있고 강 입구에는 강가로 내려가면 벌금 그리고 구금까지도 될 수 있다는 경고판이 있는데 이 분이 몰래 내려갔다 군인한테 연행되어 벌금보다는 작지만 뒷돈을 내고 풀려 난 것이다. 

 

찜통 차량에서 오랫동안 기다렸던 일행들에게 미안하다는 사과도 없이 불평만 하는 그 분을 보니 은근 부화가 나서 한마디 거들었다. 

“이 선생님. 이 정도만으로 해결된 것이 다행입니다. 그리고 자꾸 억울하다고 하시는데 괜히 잡히신 것은 아니잖아요?”

“아뇨. 저는 강가로 내려가지 않았고 벌금 중에 가이드가 자기 몫도 챙긴 것 같아서 열 받습니다.”

“그래도 일행들이 찜통 같은 차에서 한참을 기다렸는데 사과하시는 게 먼저죠.”

자칫 나와 싸움으로 번질 것 같아 주위 분들이 말려 그만 두었으나 분위기는 싸 해졌다.  

 

꿩 대신 닭이라고 강가에 푹 퍼져 있는 에미 하마, 재롱둥이 꼬맹이 하마 가족들을 보는 것을 위안삼고 다시 국경을 넘어 호텔을 향하여 달린다. 누 떼 이동을 제대로 보여주지 미안했던지 운전기사와 가이드는 최대한 동물 근처로 가까이 붙여 사진 찍도록 배려를 하나 이제는 웬만한 초식동물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는다. 

 

갑자기 무전을 받고 어디론 가 빠른 속도로 이동을 하는데 멀리서 봐도 꽤 많은 사파리 차량이 몰려 있다. 우리도 기다리는 대열에 있다 순서가 되어 가까이 가니 나무 그늘 밑에 사자 한가족이 낮잠을 자며 쉬고 있고 거기서 멀지 않은 초원에는 사자가 먹다 남은 고기를 먹기 위해 독수리 몇 마리가 내려와 앉아 있다. ‘이런 것이 바로 초원의 먹이 사슬이로구먼.’ 

 

              

 

               

 

요동치는 차안에서의 아프리칸 공짜 안마 서비스와 식곤증으로 잠시 단잠을 자는데 꿈속에서 사자가 누를 사냥하는 장면을 본다. ‘찌질아! 니 오늘 여러가지 한다. 이제 내려야 되니 언능 정신 차려.’ 

 

저녁은 숯불에 구운 양고기와 함께 일행 중 애주가가 내 논 소주에 아프리카 맥주를 말아 아프리칸 폭탄주로 시원하게 한잔 들이켜며 낮의 해프닝에 대해 조심스럽게 뒷담화를 해본다. ‘그래도 이 선생이 하마를 얼마나 가까이 가서 찍었는지 궁금한디. . . ㅋㅋㅋ’

 

숙소로 돌아오면서 하늘을 보니 별이 쏟아져 내리는 아름다운 밤이다. 여러 가지로 피곤한 하루여서 오늘 밤에는 확실한 시체놀이를 할 것 같아 알람을 5분 단위로 울리도록 맞추어 놓는다. 

 

오늘은 사파리투어 마지막 날로 조금 늦은 7시에 조식을 함으로서 시작한다. 마사이족 마을 투어를 하고 호텔 직행, 박물관 탐방, <out of Africa>의 저자 카렌의 집 탐방으로 팀을 짜는데 난 저녁에 대우인터내셔널 나이로비 지사장과의 저녁 선약이 있어 호텔로 직행이다.

 

         

    마사이족 마을/

관광객에 의존하지 않고 전통을 고수하며 독립적인 삶을 영위하는 마을로 외부인의 출입을 엄하게 통제하고 있다. 

      

 마사이족 움막집/

소똥을 진흙에 버무려 지은 움막집으로 더위를 피하려 창문을 만들지 않았다고 한다. 고약한 냄새로 문간에서 줄행랑 쳤다. 

 

묵었던 호텔에서 30분 정도 거리의 마사이족 마을에 도착하니 이곳 촌장과 남자 주민들이 우리 일행을 반갑게 맞이한다. 이 투어는 1인당 20불을 마을 발전기금으로 기부를 하는데 이 기금으로 학교 운영, 의료비 지원 등 마을 주민 복지를 위해 쓰인다는 촌장의 설명과 동시에 welcome dance가 시작되었다. 사진을 편히 찍을 수 있다는 가이드의 안내 멘트가 있어 인물사진용 렌즈로 바꿔 어른, 아이들 사진을 열심히 담아본다.  

 

      

 마사이족 귀요미들/

흙 만지며 한가롭게 놀고 있는 애들인데 꼬마 신사와 이쁜이 숙녀 모두가 민머리라 성별은 바지냐 치마냐로 구분하면 된다. 

 

              

  

                

      마사이족 웰컴 댄스/

피리(?)소리에 맞추어 웍 웍. . .” 흠밍(humming)하며 폴짝폴짝 뛰는 단순한 댄스인데 따라해보니 엄청 힘드네.  

 

마을 입구에서 환영식을 마치면 삼삼오오 짝을 지어서 마사아족의 안내로 거주하는 집을 구경하고 집 앞 뜰에는 전시된 그들의 수공예품을 사주면 된다. 안내를 받으며 움막집에 들어서는 순간 창문도 없는 찰흙 같은 어둠과 퀴퀴한 냄새로 일찌감치 집 구경은 포기하고 돌아 나와서 마을을 거닐며 사진을 찍는데 한 청년이 유창한 영어로 말을 걸어온다. 자기를 잭슨이라 소개한 23살의 마사이 청년은 촌장의 아들로 영국 유학파 출신이라고 한다. 

 

“Hi Jackson! 영국에서 직업을 갖고 살 수도 있었을 텐데… 이 곳에서의 생활이 답답하지 않아?”

“아니요. 영국에서 돌아와서 처음에 아주 잠시 불편하였는데 그곳 인종 차별도 심하고 직업 구하기도 만만치 않아요. 내게 가장 중요한 사랑하는 가족, 친구들이 여기 있잖아요.”

     

멋쟁이 영국 유학파 잭슨/

마이클 잭슨을 좋아해서 그의 이름을 따라 지었다는 순수한 청년이다. 내게 사진 찍으라며 사냥하는 모습을 멋지게 보여준다.

   

대외 담당 잭슨(중앙)과 함께

 

내 모자를 씌었는데 머리로 푹 빠진다. ‘내 머리통이 좀 크긴 허지.

 

 

물질적인 풍요로움이 행복의 척도라는 나의 속 좁은 생각에 커다란 경종을 울린다. ‘내 나이가 몇 개인데 23년짜리에게 교훈을 얻는구먼. 쑥스 그리고 창피햐.’

 

속이 꽉 찬 잭슨을 앞장 세워 미리 준비한 사탕을 꼬마들에게 나눠주니 엄청 좋아하는데 어디서 나타났는지 졸지에 늘어난 애들로 어쩔 줄 모르는 나를 보고 잭슨이 줄을 세우고 차례로 나누어 주도록 만들어 준다. 맛있게 먹는 아이들을 보며 이럴 줄 알았으면 다른 과자도 조금 더 사올 걸 하는 때늦은 후회를 해본다. 

 

사탕 한 알에 이렇게 행복해하는 아이들을 보며 나도 그리고 우리 자손들도 좋은 나라에 태어나 많은 것을 누리고 있는 것이란 생각과 동시에 <헬 조선>이란 단어가 순간 머리를 때린다. 과연 <HELL>이 얼마나 무서운 단어인지 알면서 떠드는 것일까?

이제 모든 사파리 일정을 끝내고 왔던 길로 먼지를 흠뻑 뒤집어쓰고 나이로비로 떠난다.

 

대우인터내셔널 나이로비 지사장과 저녁식사로 삼겹살, 곱창전골에 케냐산 브랜디를 마시면서 케냐를 위시한 인근 아프리카 국가 민초들의 찐 삶의 이야기를 들으며 집 떠나 보름만에 먹는 한식으로 아프리카 음식의 느끼함을 날려 버린다.

 

땡큐 옥 지사장 & 바이 케냐!

 

 

Eco-Times 한용성 여행작가 /글.촬영

               [前 금호타이어 사장. 現 케이프투자증권(주) 고문]

 

[생태환경뉴스 Eco-Times 여행전문위원 한용성 작가는 7월22일에 아프리카 (50일 여정)로 출발합니다. 현지에서 쓴 생생한 아프리카여행기는 8월15일 첫번째 편으로 '세계3대 폭포, 빅토리아 폭포'를 게재할 계획입니다. 많은 구독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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