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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성의 세계여행(15)] - 유대민족의 디아스포라의 시작, 마사다 전투 -:생태환경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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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성의 세계여행(15)] - 유대민족의 디아스포라의 시작, 마사다 전투 -

-마사다요새,기원전 37년에 헤롯왕이 건설
-높이 440m의 천연요새 궁전

Eco-Times | 기사입력 2023/11/25 [11:01]

[한용성의 세계여행(15)] - 유대민족의 디아스포라의 시작, 마사다 전투 -

-마사다요새,기원전 37년에 헤롯왕이 건설
-높이 440m의 천연요새 궁전

Eco-Times | 입력 : 2023/11/25 [11:01]

 

 

마사다 요새 전경 (펌사진)                                                                                                           

전면으로는 3층의 헤롯 왕 궁전이 보이는데 저층부와 고층부의 간격이 무려 30m나 된다. 좌측으로 보이는 까만 건물은 케이블카 승강장이고 헤롯 왕 궁전 뒤편으로 거주시설, 군막, 창고, 채석장, 목욕탕 등이 있다.

 

요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와의 전쟁으로 전 세계가 둘로 나뉘어져 서로를 비난하며 들썩이고 있다. ‘닭이 먼저여 알이 먼절까?’처럼 어렵고 복잡한 문제로 누구 편에 서서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더 이상의 무고한 인명 살상이 없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램이다. 

 

마사다 요새의 전투는 유대인으로서는 불행하고 비극적인 사건이지만 2천년을 나라 없이 디아스포라로 세계 곳곳에서 떠돌이 생활을 하면서도 이 사건을 통해 얻어진 자긍심과 단결력이 이슬람 국가들의 심장부인 중동에 이스라엘이라는 나라를 건국할 수 있었던 밑거름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마사다 요새는 기원전 37년에 로마가 임명한 헤롯 왕이 자기 민족인 유대인의 반란을 우려하여 건설한 피난처로 440m 난공불락의 구릉을 이용한 천연요새를 겸한 궁전이다. 

 

이곳에는 헤롯 왕의 궁전을 비롯하여 망루, 병영, 무기고, 식량창고 등 병영시설과 거주지, 저수조, 로마식 목욕탕, 수영장, 정결소, 예배당 등 생활 시설이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고 특히 빗물을 모아 생활용수로 쓸 수 있는 저수조 시설까지 완벽하게 갖추어 식량만 비축하면 누구의 침략을 받더라도 몇 년이고 버틸 수 있는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춘 요새이다. 

  

            

   마사다 요새 모형도

헤롯 왕의 3층 궁전이 정면으로 보이고 우측 밑에서 요새로 연결된 경사로가 로마군의 공성전을 위해 쌓은 인공 경사로(Ramp)이다. 로마군 실바 장군은 유대인 노예를 이용하여 마사다 요새의 유대(반란)군으로부터 아무런 저항 없이 이 경사로를 쌓았다. 요새의 유대군은 경사로를 만드는 동족인 노예들을 차마 죽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로마가 예루살렘을 점령하여 도시 전체를 파괴하는 것에 무력 투쟁으로 맞서던 열성당원(Zealots)의 분파인 시키리(Sicarii)가 마사다 요새를 접수하여 3년 동안 로마군에 저항하다 함락 직전 960명이 집단 자살을 함으로써 입성하던 로마군을 식겁 하게 만든 사건으로 유대인에게는 영광스런 전투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오늘은 모세가 묻혔다는 전설의 요르단 느보산을 떠나 육로로 이스라엘 국경을 통과할 예정이다. 해발 700m의 느보산을 오가는 길은 꼬불꼬불하고 좁아 큰 버스가 다니기에는 조금 위험스러울 정도로 아슬아슬해 보인다. 

 

요르단은 여권에 요르단 출입국 도장이 찍혀도 이스라엘이 방문을 허락해 줄 정도로 인근 아랍국과는 다르게 이스라엘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1시간 남짓을 달려 두 나라의 국경 초소가 있는 알렌비 마을에 도착하였는데 가이드가 중국 단체 관광객버스 2대가 대기 중인 것을 보고 다소 시간이 걸릴 것 같으니 초소 경계 구역 내에서 쉬고 있으면 다시 부르겠다고 한다. 

 

이스라엘 입출국시 짐검사는 전 세계에서도 까다롭기로 정평이 나 있지만 특히 중국인의 짐은 전수조사를 하는 통에 엄청난 시간이 소요되어 월경 시 기피대상 1호라고 한다. 잠시 버스에서 내려 근처 그늘에 앉아 밀려오는 단체 관광 버스를 보며 그래도 우리 앞에는 몇 십 명의 중국인만 있으니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 안도하며 느긋하게 주위를 두리번거리는데 가이드가 우리 일행을 찾아다니며 빨리 따라오라고 한다. 

 

우리 버스에는 이슬람 국가나 중국인이 없이 미국, 유럽, 한국 등 다국적 연합그룹으로 별도의 창구를 열어 주기로 하였다는 기쁜 소식을 전해준다. 아마도 이것은 중국 얼라들의 짐검사를 빡시게 하겠다는 것이리다.

 

‘쌤통이다. 호텔 조식 뷔페의 과일을 몽땅 가져가 조금 늦게 식사를 하러 온 우리 일행의 항의로 호텔측을 당황하게 만들더니. . . ‘

 

이민국 여직원이 내 여권을 받아 들며 ‘안넝하씨유. . .’하며 엉성한 한국말로 반갑게 인사를 한다. 놀라워하는 내게 싸이의 깽남스타일을 좋아한다며 찰나에 입국 승인 도장을 찍어 여권을 돌려준다. 이스라엘 이민국 직원이 까다롭다는 선입견으로 주고도 혼이 날까 조금 쪼려 자그마한 선물을 주고 싶다며 그들의 의견을 물었더니 흔쾌히 받겠다고 한다. 

 

우리 그룹을 위해 수고하는 2명의 데스크 여직원과 창구를 열어준 상관으로 보이는 마음 좋아 보이는 뚱 아지매에게 태극문양 열쇠고리를 주었더니 입국 심사도 미룬 채 셋이 모여 신기한 듯 쳐다보며 고맙다는 윙크까지 날려준다. 어여쁜 이스라엘 이민국 언니에게 달달한 윙크를 받으니 심쿵한다.

 

‘내게 반한 것 같은디 여행이고 뭐고 저 언니 퇴근 때까지 기다릴까?’

옆 창구 중국 관광객들은 짐보따리를 펼치고 난리 법석인데 우리는 손가방만 X-ray 검색을 마치고 룰루랄라 버스로 향했다. 

 

       

  사해에서 물속 부양을 증명하고 있는 아지매.

유쾌 발랄한 독일 아지매로 선착순 1번으로 퐁당하여 몸소 시범을 보여 준다. 사해 수영은 절대 엎어져서 하면 아니되옵니다. 왜?  잘못해서 바닷물이 눈에 들어가면 장님되삔다고 한다.  Really?

 

국경초소를 떠나 조금 달리니 차창 좌우로는 사해와 삭막한 황무지가 보이고 간간히 이스라엘 집단농장 키부츠의 과실수들이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보인다. 

 

마사다 요새까지 1시간을 달리는 동안에 두 번의 검문소를 통과하는데 실탄이 장전된 총기를 메고 버스에 오르는 병사를 보니 이 지역의 긴장도를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깜빡 졸고 있는 사이에 도착하였다는 안내 방송으로 선잠을 깨어 버스에서 내리는 순간 숨이 막힐 듯한 뜨거운 열기가 훅 치고 들어온다. 주차장에서 보이는 방문자센터가 더위의 기세에 눌려 멀게만 느껴진다. 

 

 마사다 요새 방문센터

             

               

     박물관에 전시된 파피루스

성벽에 감추어졌던 파피루스로 일기, 성경, 로마군 병사 월급명세서 등 각종 기록이 있다. 

 

    

  케이블카에서 본 전경

꼬불꼬불한 뱀길은 2.3km로 대략 1시간 걸린다는데 오늘 같은 날씨에는 아마도 더 걸릴 겨. 아니 올라오다 포기할 지도 모르지~

 

마사다 요새를 오르기 위해서는 케이블카를 타든지 뱀길(Snake Path)이라고 불리는 꼬불꼬불한 비탈길을 1시간 정도 걸어 올라야 되는데 40도를 웃도는 더위에 언감생심으로 일찌감치 걷는 것을 포기한다.

 

케이블카 탑승 전 요새에서 발굴된 유품이 전시되어 있는 박물관과 로마군과의 마지막 전투 영상을 보여주는 영화관을 방문하니 세찬 에어컨 바람으로 금세 한기가 느껴진다. 더위도 시킬 겸 방문한 두 곳에서의 경험으로 아직 대면하지 못한 마사다 요새가 내 머리에 선명하게 그려져 있는 것 같다.

 

케이블카 승강장에서 올려다본 마사다 요새는 메마르고 거친 절벽만 보일 뿐 밑에서는 요새의 그 어느 것도 볼 수가 없다. 케이블카에서 보이는 사해는 예쁜 에메랄드 빛을 띠었지만 심한 가뭄으로 하얀 소금덩어리 섬이 군데군데 보여 어렸을 적 보았던 빡빡머리에 기계충이 옮은 것 같이 흉물스러워 보인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절벽에 설치된 데크를 따라가니 절벽을 파서 만든 물길이 보이고 그 물길 끝의 계단 아래로 커다란 물탱크가 있는데 빗물이 물길을 따라 자연스럽게 이곳 저수조로 모이게 되어 있다.  

 

    

  뱀길문으로 가는 길

뒤에 보이는 뱀길문을 나서면 너른 분지에 다양한 건축물로 산재한 마사다 요새를 볼 수 있다. 

 

뱀길문(Snake Path Gate)을 빠져나오니 너른 분지에 본래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게 파괴된 유적지가 여기 저기 널려져 있는데 방금 내가 내린 케이블카 승강장 주변으로 다양한 형태의 건축물 잔애가 밀집되어 있다. 

 

     

  헤롯 왕 궁전

왕의 거처인 상층부에서 내려다본 저층부인데 맨 아래층에는 목욕탕이 딸린 연회장이 있다. 혹시 19금 시설이 아니었을까... 

 

    

   헤롯 3층 궁궐 모형도

헤롯 왕 궁전은 요새 북쪽(케이블카 승강장이 있는 곳)에 위치하여 가파른 경사의 천연요새로 최고의 장소이다. 상층부는 왕의 거처 저층부 2개층에는 연회장, 목욕탕이 있다. 

    

로마군 진지

마사다 요새에서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진지를 구축하여 무언의 압박을 가함과 동시에 요새 밑으로 성벽을 쌓아 유대 병사들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하였다. 

 

   

  서쪽 궁전

응접실, 거실, 경비실목욕탕까지 갖춘 마사다 요새에서 가장 큰 단독 건물로 항쟁 시 이곳은 병영으로 사용되었다. 건물 앞에 쌓여 있는 것이 로마군으로부터 떨어진 돌폭탄이 아닐까? 로마군이 최초로 진격한 곳이 서쪽 문이니 이 건물은 공성전 때 로마군의 돌덩이로 뭇매를 맞아 묵사발이 되었을 것이다.  

 

  

북쪽 건축물 (Northern Complex)

우에서 좌로 망루, 채석장, 사령관 거처 그리고 주거시설이 차례로 보인다. 그 당시에는 제일 화려하게 치장된 건물로 고위층과 그 호위병들의 집단 거주지로 추정된다. 

 

이곳이 3층의 헤롯 왕 궁전이 있는 북쪽 지역으로 거주지, 군막, 창고, 채석장 그리고 열탕과 냉탕을 갖춘 대형 로마식 목욕탕이 있는 번화한 지역으로 그 당시 고위층과 그의 가족들이 살았던 곳으로 추정된다. 

 

남쪽문으로 가기 위해 요새 성벽을 따라 걷다 보니 사해가 보이고 그 너머로 요르단의 모압 지역이 보이는데 니 땅, 내 땅이라고 할 것 없이 척박하고 삭막하다. 하나님께서 느보산에 오른 모세에게 저 곳이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라고 알려 주었다고 하던데 그렇다면 하나님은 거짓말쟁이? 

 

‘하나님! 찌질이가 웃자고 한 이야기니 용서 해주셔유.’ 

 

더위는 둘째 치고 사나워진 햇살이 눈을 괴롭히는데 마침 선글라스를 차에 두고 내려 주인을 잘못 만난 눈이 생고생을 하고 있다. 덥기도 하지만 눈이 걱정되어 잰 걸음으로 남쪽 성채로 향하는데 이곳에는 조금 전 북쪽에서 봤던 저수조의 몇 배가 될 정도로 커다란 물탱크(Cistern)가 있고 그 옆에는 수영장이 있다. 빗물을 받아쓰는 주제(?)에 무슨 수영장까지. . .

 

        

  저수조 (Cistern)

성벽을 뺑 돌아 12군데 지하 저수조가 있어 빗물이 인공적으로 만든 물길을 따라 이곳으로 흐르게 하여 물 부족함 없이 지냈다고 하니 대단하다. 게다가 이곳에서 나귀로 물을 퍼 올려 수영장도 운영하였다는데 신분에 관계없이 모두 이용하였을까? 글쎄. . .

 

   

  저장창고

몇 년치 식량을 저장하였다고 하는데 이 창고에는 인근 국가에서 수입한 고급 와인도 있었다고 한다. 이 곳에도 까만 줄이 있는 것을 보니 애들이 손을 좀 봤나 보다.

 

만들어진 물길을 따라 곳곳에 설치된 12개의 지하 저수조에 모아진 빗물은 생활용수는 물론 수영장도 운영할 수 있는 충분한 양으로 필요할 때마다 저수조에서 나귀로 물을 운반해 수영장에 물을 채웠다고 하는데 과연 이 수영장을 신분에 관계없이 아무에게나 개방을 하였을까? 

 

(위 사진) 이 저수조는 64개의 계단을 걸어 내려 갈 정도로 깊어 물이 차고 넘쳤어도 수영장은 귀족과 특정 계층 사람만이 즐길 수 있는 놀이터였을 것이다. 은근 씁쓸하다. 

 

남쪽 문 정면 건너편으로 보이는 엘리에젤 언덕은 로마군이 주둔한 가장 높은 곳으로 이곳의 높은 지형을 이용하여 마사다 요새의 움직임을 세밀하게 감시하였다고 한다.

 

수영장 근처에는 지금도 계단을 이용해 올라갈 정도의 높이를 갖은 망루가 있고 그 외벽에는 여러 개의 구멍이 나 있다. 이 구멍은 식용 비둘기를 양식하기 위한 것으로 적을 감시하는 망루 본연의 목적과 더불어 다용도로 사용되었다. 

 

비둘기는 이곳 거주자가 섭취할 단백질이 풍부한 최고의 음식이었고 비둘기 분뇨는 농사를 짓는데 거름으로 그리고 말려서는 연료로 사용하였다고 하니 그들의 지혜에 놀랄 뿐이다. 또한 이 요새에는 여러 개의 전용 비둘기 양식장(Columbarium tower)이 있는데 귀소 본능을 가진 비둘기를 찜한 이들의 탁월한 선택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 

 

'95년 필자가 베트남 근무 시 처음 접한 비둘기 고기를 보고 생소해서 손도 못되던 내게 귀한 손님에게만 대접하는 음식이라 해서 할 수 없이 한두 점 떼어먹었던 기억이 새롭다. 

 

‘그렇게 나를 끔찍이 생각한다면 내가 가장 좋아하는 프라이드 치킨이나 푸짐하게 사주던지. ㅋㅋ’ 

 

마사다 요새에서 단일 건물로서는 제일 큰 서쪽 궁전과 병영, 탈의실, 개인 정결소 등을 갖춘 소규모의 궁전들 그리고 주춧돌과 무너진 벽만 있는 비잔틴 교회와 유대 예배당에 대하여 땡볕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설명하는 가이드에게 미안해서 열심히 듣는 척하며 서있는데 더위를 먹으니 짧았던 영어의 이해도마저 훅 떨어져 체면 불구하고 얼른 비잔틴 교회의 벽이 만들어준 자투리만한 그늘로 숨어버렸다. 

 

     

  비잔틴 교회 

지금은 일부만 남아 있지만 그 당시 특이한 형태의 점토 바닥과 화려한 모자이크 타일로 장식된 멋진 교회였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누가 쓰던 것일까? 

생김새가 잘 다듬어진 것을 보니 로마군이 쏜 돌 포탄 같은데

 

교회 앞쪽 공터에 보이는 둥그렇게 다듬어 진 돌들은 유대인이 로마군을 향해 언덕 밑으로 굴리던 돌(rolling stone)이라 설명을 하는데 내가 책에서 읽기로는 로마군이 투석기로 요새를 공격하면서 날아온 돌이라고 하던데 어떤 설명이 맞을까? 

 

잘 다듬어진 돌은 오랫동안 쌈박질 준비를 한 로마군이 쏜 것이고 돌 모양새가 거친 것은 급한대로 절벽 아래로 굴러만 가게 만들어 사용하였을 테니 유대군의 것이 아닐까 하는 게 나의 합리적 추론인데 그럴 듯하지 않남? 

 

비잔틴 교회 인근의 서쪽문은 마사다 요새가 로마군의 공격에 최초로 무너진 지역으로 로마군이 공성전을 벌이기 위하여 쌓았던 흙경사로(Ramp)가 아직도 남아 있고 마사다 요새의 경사 아래로 보이는 로마 진지까지 관광객들이 방문할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 놓았다.

 

    

 헤롯 왕 궁전 저층부 내려가는 길

상층부는 왕의 궁전으로 저층부 2개는 연회장으로 사용

    

성벽

지금은 허물어져서 초라하지만 그 옛날에는 젊었을 때의 나처럼 딴딴했겠지. 뒤로는 가뭄으로 바닥이 드러난 사해와 요르단 모압 땅이 보인다. 

 

더위에 갈 엄두가 나지 않아 그늘을 찾아 얌전히 앉아 그 당시 처절했던 전투의 모습을 그려 본다. 

 

로마군에게 함락될 것을 예상한 유대 병사들이 자신의 가족을 죽인 뒤 다시 모여 제비뽑기로 지명된 병사가 자신의 동료들을 살해하고 최후로 본인은 자결하는 비장한 모습, 같은 민족이라 공격하지 않을 것을 예상하여 유대 포로들을 시켜 경사로를 쌓고 그 경사로를 이용해 투석기로 성벽을 허문 뒤 요새로 입성하면서 960여구 시체들의 처참한 모습을 보는 로마군의 실바 장군과 병사들의 놀란 모습을 말이다. 

 

세계 전쟁사에서 이 전투를 ‘가장 치욕적인 승리이자 가장 아름다운 패배’라고 부르는 이유를 다시금 곱씹어본다. 

나와 다르다는 것에 분노하고 이렇게 잔인해도 되는 것일까? 

가진 자가 없는 자에게 조금이라도 양보하는 아량은 없는 것일까?

 

여러 성인들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더불어 살아야만 천국행 열차를 탈 수 있다고 2천년 동안을 온갖 좋은 말로 꼬드겨도 아직까지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쌈박질로 많은 인명 피해가 있으니 안타까움을 넘어 그만들 좀 하라고 울부짖고 싶다.   

 

“Hey Mr. Han. 무슨 멍을 그리 심하게 때리고 있어. 정신차리고 언능 가제이.”

 

가이드의 외침에 정신을 차려보니 일행들은 어디를 갔는지 나만 홀로 그늘을 이고 앉아 있다. 가이드가 나를 찾느라 뙤약볕에서 고생을 한 것 같은데 전혀 내색하지 않고 로마군이 쌓은 경사로(Ramp)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겠냐고 물어 괜찮다는 말로 미안한 마음을 대신하고 경보선수가 되어 일행들의 뒤를 쫓는다. 

 

서쪽 성벽에서 본 헤롯 왕의 3층 궁전은 깎아지른 절벽 위에 지어져 요새 중의 요새로 층간 이동도 외부에서 동선이 일체 보이지 않게끔 벽을 쌓아 철저하게 가려 놓았다. 헤롯 왕이 기거할 궁전, 연회장, 목욕탕, 접견실 그리고 호위병사들의 숙소로 사용할 목적으로 건축하였으나 헤롯 왕은 이곳에 한번도 오지 않았다고 한다. 

 

헤롯 왕이 자신의 피난처로 만든 천연 요새 마사다를 이용하여 유대 반란군이 자기를 임명한 로마군을 3년 동안이나 괴롭혔다니 역사의 아이러니가 따로 없는 듯하다.

 

케이블카 탑승장으로 가는 도중 공공 식수대에서 뻔스럽게 몰래 세수를 하고 손수건을 물에 적셔 목에 두르니 요새를 다시 한바퀴 돌아도 될 정도로 정신이 번쩍 든다. 이 식수대에 어떤 기계적 장치를 해 놨는지 얼음물 같이 차가운데 예나 지금이나 마사다 요새의 물 다루는 기술은 여전히 좋은 듯하다.  

 

“MASADA shall not fall again.”

 

이스라엘 신병 교육의 마지막날 마사다 요새에 올라 이 구호를 외침으로 유대인의 저항정신을 기리며 민족적 자긍심을 심어주었다고 하나 신 시오니즘이 득세를 하면서 이런 일련의 과정이 없어졌다고 하는데 이런 건전한 발전에 내가 왜 허전할까? 

 

내 핏속에는 국수주의 혈구가 돌고 있나 보다. 

찌질 한데다 모지리까지 더해지면 안되는데…

 

 

생태환경뉴스 Eco-Times / 홈페이지: eenews.kr

 

Eco-Times 한용성 여행작가 / 글.촬영 

[前 금호타이어 사장. 現 케이프투자증권(주)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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